월-화 MBC 오후 9시 55분
새로운 장르의 탄생일까. 최근의 은 낯선 방식으로 익숙한 장면들을 엮어낸다는 점에서 SBS 과 유사하다. 클리셰를 비틀고, 현실의 표현들을 공유하는 두 드라마는 비약하거나, 지루해지지 않는 매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둘 모두 처음의 방향에서 이탈한 채 내러티브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방송은 의 그러한 강점과 한계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황태희(김남주)의 이혼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로맨스의 가능성이 열리자, 드라마는 짧은 에피소드들만으로도 활기를 되찾았다. 코미디로 잽을 날리고, 로맨스로 흥미를 유발하는 흐름은 작가 특유의 재치와 디테일로 탄력을 얻었다. 문제는 그 코미디와 로맨스가 드라마의 나머지 부분을 잠식해 버렸다는 점이다. 리얼리티가 부족한 황태희의 기획안과 전문성이 결여된 봉준수(정준호)의 비즈니스는 웃긴 드라마를 우스운 드라마로 전락하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지점에 걸쳐 있다. 또한 구용식(박시후)의 과거사는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드는 스파이스에 불과할 뿐, 그의 행동이나 성격에 대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주력하고 있는 로맨스는 키스신 이후로 답보상태다. 기다리기 힘들다는 구용식의 고백에 황태희는 마음이 복잡해지니 괜히 들었다는 말로 결정을 유예해 버렸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상을 통해 현실과의 타협에 안주한 MBC 과 자본가와의 결합을 통해서 비로소 계급의 역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신데렐라’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처지이니 선택이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역전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만든 함정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골인 지점이 타의에 의해 멀어졌다는 점도, 이혼녀와 서자 본부장이 스턴트우먼과 사장님보다는 미묘한 계급적 차이를 가졌다는 점도, 잘 활용한다면 분명 유리한 조건들이다. 여왕이 되어야 역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전한 자가 여왕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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