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페로몬으로 가득한 해변과 크리스마스 저녁, 에펠탑이 근사한 야경을 배경으로 연인들의 키스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 로맨틱한 상황을 뒤로 하고 “당신이 좋든 싫든 언젠가는 누군가의 옛사랑이 될 것”이라는 명제는 등장과 함께 스크린 가득한 하트 세례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 는 시작한다. 뉴질랜드로 발령이 난 줄리아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는 파리의 마크. 이동거리만 24시간이 걸리는 먼 곳에 있는 여자친구 주변에는 늑대같은 녀석들이 우글대는 것 같고, 결국 자신은 전 남자친구가 되고 말 거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줄리아의 부모인 루카와 로레다나는 눈만 마주치면 악담과 저주를 퍼붓기 일쑤로,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에 들어간 후에도 여전히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앙숙이다. 마크의 친구 바람둥이 세르지오는 갑작스런 아내의 교통사고 이후 두 딸을 맞게 돼 신세한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형사와 첫사랑과 재회한 신부 등 의 연인들은 모두 누군가의 옛사랑이 되어 괴롭거나 곧 옛사랑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사랑의 생물학적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 이 시기를 훌쩍 넘긴 이들은 서로의 ‘EX’로 남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다들 있을 때 잘 합시다
는 역시 다양한 커플들의 에피소드를 엮은 영화 와 매우 흡사하다. 각 커플들은 서로의 친구, 전 남자친구, 남매 등으로 얽혀있고 어찌되었건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러나 원제가 인 만큼 영화는 지금 이 순간 열렬한 사랑보다 누군가의 전 남편 혹은 애인이 되거나 될 위기에 놓인 커플들이 ‘다시’ 만들어가는 사랑에 주목한다.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이탈리아 특유의 수다와 좌충우돌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코믹하지만 다시 사랑을 발견하고 노력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죽일 듯 미워하던 부인의 빈자리를 깨닫고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하는 남편, 뒤늦게 떠나버린 아내의 사랑에 오열하는 남자는 곁에 있어 소중한 줄 몰랐던 이들을 되짚어보게 한다. 추운 겨울 찬란한 햇살을 가득 머금은 이탈리아와 파리, 뉴질랜드의 풍광 또한 볼거리다. 는 1월 21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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