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MBC 밤 9시 55분
MBC 의 유경이 처한 상황은 답답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의대생인 아들만 감싸고, 그녀의 직장 상사들은 호시탐탐 그녀를 야단치거나 혹은 해고할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그런 고난에 대처하는 유경의 태도 역시 답답하다. 반복되는 아버지의 타박에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면서도 관계를 개선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고용 불안과 불합리한 직장 내 처우에 대해서도 그저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배우의 매력을 걷어 내고 본 캐릭터 유경이 사랑스러움보다는 미련함이 앞서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4회 시작과 동시에 현욱에게 유경이 선언한 “후회 안하시게 하겠습니다” 라는 약속은 한회분이 끝나기도 전에 보란 듯이 깨어졌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문제의 핵심이 될 수는 없기에 는 유경의 실수 뒤에 사장 준석과 계란 도매업자 광태의 욕망을 포진시켰다. 문제는 그들의 욕망이 주인공에 대치되는 악인이라기에는 제법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피클과 까르보나라, 계란의 상관관계를 추론하는 광태는 절실한 상인으로 보이며, 설사장을 비난하기에 현욱의 방식은 지나치게 막무가내다. 능글맞으면서도 신경질적인 현욱의 캐릭터는 참신하고, 그를 연기하는 이선균의 표현력은 맞춤 같다. 그러나 타협과 이해를 극도로 배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현욱에게 공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부주방장인 석호의 유연함과 통솔력이 더욱 빛나는 작금의 상황에서 유경이 현욱에게 온갖 수모를 감수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것의 실체는 모호해진다. 설탕 범벅의 피클만큼이나 직장 내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부디 현욱이 알아주기를. 그리고 는 영상과 음악 못지않게 이야기 역시도 따뜻한 본래의 의도에 좀 더 충실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글 윤희성
KBS2 밤 11시 5분
폐지설이 도는 토크쇼를 이어가는 건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하필 폐지설이 돌 때 출연한 게스트가 사람들에게 그리 인기 있다고 할 수 없는 KBS의 남자 아나운서들이거나, 그 중 한 명이 이미 4주 전 출연해 토크를 쏟아낼 만큼 쏟아낸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게스트에게 크게 기대할 것이 없을 때 프로그램의 문제는 더욱 잘 드러나는 법이다. 시청자들이 아나운서들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김기만 아나운서에게 “김기만은 한국인입니다”라거나, 김현태 아나운서에게 “김현태는 전현무가 부럽습니다” 같은 질문을 OX 퀴즈 형식으로 하는 이유는 하나다. 의 제작진은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아이돌이 출연할 때나 아나운서들이 출연할 때나, 는 출연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일문일답식의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한 시간을 때운다. 출연자의 성격으로 그 날의 콘셉트를 잡는 MBC 의 기획력이나 게스트의 토크를 최대한 끌어내는 SBS 의 박력도 없다. 하지만 의 진짜 문제는 아나운서들의 토크가 그래도 요즘 에서 재밌는 편에 속했다는데 있다. 이미 여러 토크쇼에서 반복된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하는 것보다 ‘KBS 독점’인 아나운서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재미를 주는 부분이 있었고, 서로를 속속 알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토크는 다른 때보다 더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냈다. 어떤 부분이든 잡아내면 새로운 캐릭터가 되는 게스트 앞에서 MC들도 오랜만에 분발하면서 김현태 아나운서는 1시간 만에 예능 욕심은 많지만 은근히 허당 아나운서가 됐다. 그만큼 는 이전의 게스트들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 외에는 한 게 없는 셈이다. 지금 , 혹은 KBS 토크쇼에 필요한 건 최소한의 의지도 안 보이는 요즘의 태도를 바꿀 강한 자극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폐지도 그 한 방법일 것이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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