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었지만, 뮤지션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반가운 소식은 역시 음악에 관한 것이다. 2008년 4월 발표한 5집 이후로 OST, 리믹스 앨범, 소품집 등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 왔던 에픽하이가 드디어 정규앨범 6집 를 발매했다. 앨범 발매 당일인 9월 16일, 압구정 CGV에서 많은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쇼케이스가 열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에픽하이는 직접 진행을 맡아 새 앨범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음악에 대한 평가는 취향에 흔들릴 수 있지만, 의 구성이 보여주는 정성에 대한 평가는 이견이 없을 정도다. 2장의 CD에는 서른 곡이 담겨 있으며, e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화두로 이들이 전하고 싶은 문장과 이미지를 담은 74p 가량의 미니북이 앨범에 포함되어 있다. 독립 레이블 설립 이후 풀 패키지로서의 앨범에 더욱 애착을 보이고 있는 에픽하이는 “팬들이 같은 앨범을 사더라도 아티스트가 정성을 쏟아 부은 결과물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가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또한 티저 영상을 통해 그 의미에 관한 많은 추측을 불러 일으켰던 타이틀 에 대해서는 “everything, everywhere, everyone을” 의미하며, 두 장의 CD는 “각각 emotion과 energy로 나뉘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으로” 갈무리 되어 전체적인 테마에 부합함을 설명했다.

“남들보다 많은 노력, 그것이 유일한 경쟁력”골수 힙합 팬들로부터 언제나 장르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음악을 섭렵해 온 에픽하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변화와 유연성을 강조했다. 이에 관해 타블로는 “앨범을 들으면 얘네들이 성격이 좀 변했구나, 하고 느끼실 거다”라고 운을 뗀 후, “한때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출연 이후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특히 쇼케이스에서 라이브로 선보인 ‘트로트’는 미쓰라의 구성진 트롯 창법이 돋보이는 곡으로 이들의 포용 한계가 한층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또한, 앨범 바깥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었다. 장장 4일간 찍었다는 뮤직비디오는 모호한 이미지 대신 보다 선명하면서도 대중적인 구성을 시도했다. 쇼케이스에서는 2분여에 달하는 예고편을 공개 했으며, 영화 을 패러디 한 완성작은 9월 18일 mapthesoul.com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19일 열리는 콘서트 역시 기존의 공연과는 차별화 된 분위기를 계획 중이다. 4명으로 구성된 DJ밴드 중심의 무대 구현을 통해 대규모 클럽을 방불케 하는 색다른 공연이 연출될 예정이다.

부쩍 말이 많아졌다는 타블로는 행사를 마무리 하면서 “갈수록 설 자리가 없겠다 싶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가 잘 할 줄 아는 게 크게 없는데 노력을 남들보다 많이 하는 것, 그거 하나 있더라. 그게 우리의 유일한 경쟁력이다. 앞으로 몸이 아파서 음악을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좋은 음악 들려 드리도록 노력 하겠다”는 말로 진심을 전했다. 이미 근면한 창작자로서 입지를 확인한 이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금상첨화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는데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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