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8시 15분 아무리 힘도 세고, 듬직하다고 해도 엄유신을 보고 있노라면 리와인드가 간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 번이 넘게 목검을 내리치면서도 살짝 쳐진 눈매에 순진함과 간절함을 담아내던 어린 유신랑, 이현우가 못내 그리웠던 시청자들이라면 오늘부터는 일일드라마에 주목하자. 불륜 상대 화진(최수린)이 실종된 후, 그녀의 진실을 알게 된 선우(김성민)는 눈물을 흘리며 아내 영란(하희라)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그리고 화진의 아들 토미가 엄마의 실종 사실도 모른 채 홀로 입국하게 되는데, 바로 이 토미 역으로 이현우가 캐스팅된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개 덕분에 KBS1 에게 선두를 내어주고만 의 히든카드로 소년 이현우가 활약할 수 있을지, 누님들의 폭풍 같은 본방사수가 기대된다.

KBS2 밤 9시 55분
이현우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기 전, 그러니까 MBC 이 국민 시트콤으로 인기를 얻던 시절에 정일우 역시 누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MBC 로 잠시 고독한 영웅이 되었던 그가 이번에는 인권변호사가 되어 등장한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에서 정일우가 맡은 역할은 재벌 2세이지만 나름 검소하고 소신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유빛깔 왕자님 이태윤이다. 그러나 오늘 방송에서 부각되는 것은 아무래도 신분과 성격의 격차를 최대한 보여주며 갈등의 포문을 열어야 하는 강혜나와 서동찬을 연기하는 윤은혜와 윤상현이 될 것 같다. “처음으로 부잣집 딸 역할을 맡아” 기쁘다는 윤은혜와 “부자에서 거지로 전락했다”며 넉살을 부리는 윤상현의 앙상블이 열대야를 달구는 이 여름의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 수 있을지, 그 시작을 지켜보자.

MBC 밤 12시 35분
오늘 의 주제는 ‘안단테 칸타빌레’, 느리게 노래하기다. 그래서 오늘의 출연자가 요조와 한희정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느리고 끈질기게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 혼 한희정이 안단테적인 인물이라면, ‘홍대여신’ 붐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팬덤을 확보한 요조는 프레스토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밤, 이 둘이 함께 부르는 마이클 잭슨의 ‘Beat It’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안단테 버전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안단테 왕자님 윤상 역시 오늘 의 초대 손님이다. 정규 6집의 ‘그 눈 속엔 내가’는 물론 오래간만에 그의 음성으로 듣는 ‘한 걸음 더’와 피아노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그의 오랜 팬들에게는 모처럼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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