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서점에 서서 가벼운 마음으로 휘리릭 넘겨 보았을 땐 괜히 성질이 났다. 아 뭐야, 내가 언젠가는 꼭 쓰고 싶었던 딱 그런 책이잖아. 이러기야? 두 번째, 책상 앞에 각 잡고 앉아 꼼꼼히 읽었을 땐 완전히 빠져들었다. 눈을 뗄 수가 없네, 한 장 한 장 줄어드는 게 아쉬워. 세 번째, 매일 밤 자기 전마다 한 챕터씩 다시 읽었을 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야, 누군가 개고생하며 이런 멋진 책을 써줘서. 다행이야, 그 덕에 이렇게 편안히 앉아 읽기만 하면 되어서.

는 사진가 피터 멘젤과 작가 페이스 달뤼시오 부부가 5년여간 전 세계를 뺑뺑 돌며 24개국 30가족이 일주일 동안 뭘 어떻게 먹고 사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담아낸 책이다. 총 식비 지출액은 얼마? 그중 곡류는 얼마나? 육류는? 인스턴트는? 직접 기른 식재료도 있나요? 좋아하는 음식과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그런 생생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적당히 장 봐다가 그때그때 이것저것 만들어 먹겠지 뭐. 하지만 정말 생각처럼 그럴까? 이쪽 대륙 누구씨네 댁은 대가족이 흙바닥에 모여 앉아 콩죽을 나누어 먹는다. 그 동안 저쪽 대륙 누구씨네 댁은 인스턴트 요리를 전자렌지에 넣고 데운다. 또 다른 누구씨네 댁은 직접 농사 지은 감자를 캐어 껍질을 벗겨 요리를 하고 바다 건너 누구씨네 댁은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 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쇼핑을 한다. 가방끈 긴 누구씨네 댁은 건강을 위해 유기농만을 고집하고 일 년 내내 더운 곳에 사는 누구씨네 댁은 농약 칠 돈이 없어 어차피 모든 식재료가 유기농이란다. 그런데 유기농이 대체 뭐에요? 라고 그 누구씨가 되묻는다.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지만 그저 조용히 책을 덮는다. 그리고는 난 오늘 뭘 먹었더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글. 십자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