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소용돌이치는 시대에도 민초들은 꿋꿋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일어났고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다. SBS ‘녹두꽃’은 그 시대, 민초들의 강한 열망을 담아내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2일 ‘녹두꽃’의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백이현(윤시윤 분)은 고부군수로 부임해왔고, 백이강(조정석 분) 일행은 황명심(박규영 분)의 집에 몸을 숨기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목숨이 다했음을 느낀 버들이(노행하 분)는 백이현을 죽이러 갔다가 오히려 백이현의 총에 맞아 죽게 됐다. 은신처를 들킨 백이강 일행은 관아로 잡혀갔다.한양에서는 전봉준의 사형이 집행됐다. 전봉준은 “죽어서도 이 나라를 지켜볼 것”이라며 눈을 감고 횃불과 죽창을 들고 일어났던 의병들을 떠올렸다. 송자인은 몰래 전봉준의 시신을 거뒀다.

백이현은 옥에 갇힌 백이강을 찾아갔다. 백이현은 “일본에 속은 것인지, 아니면 이 영약한 놈이 알면서도 일본에 속은 척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조했다. 그리고는 백이강에게 “내일 전라 감영으로 압송돼 처형당할 거다. 고부에서 마지막 밤인데 동무들과 만찬이나 즐기시라”며 보꾸러미를 건넸다. 안에는 수갑을 풀 열쇠가 함께 들어있었다. 퇴청한 백이현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쐈다. 백이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던 백이강은 탈옥해 집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백이현이 죽은 뒤였다.

송자인과 백이강은 추억이 깃든 그네에서 재회했다. 두 사람은 전봉준의 뼛가루를 뿌리며 다시 한 번 그의 뜻을 마음에 새겼다.1년 후, 황명심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고, 송자인은 자금을 댔다. 백이강은 의주에서 의병 활동을 계속하며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뜻을 이어갔다.

사진=SBS ‘녹두꽃’ 방송 캡처

백이강, 백이현, 송자인 등 세 명의 주인공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이었다. 얼자인 백이강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구국의 뜻을 세웠고, 탄압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중인 엘리트인 백이현은 개혁의 뜻을 품었으나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좌절했다. 상인인 송자인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로운 돈’을 내놓았다. 서로 다른 신념으로 각자의 이상적 세계를 향해 뛰어든 이들. 그렇기에 이들의 선택을 쉽게 ‘옳다, 그르다’로 이분할 수 없다. ‘녹두꽃’은 이렇게 인물의 변화를 통해 시대를 조명했고, 그래서 더욱 뜨거운 울림을 줬다.주인공들은 허구의 인물이었지만 고부 봉기, 황토현 전투, 황룡강 전투, 우금치 전투 등 실제 사건들을 이야기 안에 적절히 녹여내 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을 전달했다. 고부에서 횃불을 들고 봉기했을 때, 황토현 전투에서 대승했을 때는 전율이 일었고, 우금치에서 일본군에 기관총을 맞는 의병들이 쓰러질 때 함께 뼈아파했다. 전투 장면에서 ‘녹두꽃’은 화려한 볼거리보다 의병들의 울분과 열망에 집중했다.

탄탄한 전개에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는 흡입력 있는 연기를 더했다. 조정석은 익살스러움과 진중함을 오가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렸다. 윤시윤은 고매한 선비에서 악독한 ‘도깨비’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한예리는 개방과 쇄국의 기로에선 조선에서 자본주의를 꿈꾸는 경제인, 천주교를 믿는 신앙인, 주체적인 여성 등 한 인물의 여러 면모를 담아냈다. 최무성의 연기에서는 ‘인즉천(人卽天)’의 세상을 꿈꿨던 녹두장군 전봉준의 강직함과 결연함이 느껴졌다. 특히 압송 직전 전봉준의 모습을 재현하는 장면에서 최무성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1-2회 방송(4월 26일)이 8.6-11.5%를 기록했던 ‘녹두꽃’으 시청률은 후반부로 갈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동학농민운동과 의병의 이야기를 대작으로 담아낸 점은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후속으로는 오는 19일부터 지성, 이세영 주연의 ‘의사 요한’이 방송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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