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서치’ 포스터/사진제공=소니 픽쳐스

영화 ‘서치’의 선전이 빛났다. 추석연휴 대작들 사이에서도 누적 관객 290만 명을 동원했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서치’는 2018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주인공 데이빗(존 조)은 암으로 아내를 먼저 보내고 딸 마고(미셀 라)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마고는 부재중 전화 3통만 남기고 사라진다. 영화는 데이빗이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도 ‘서치’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실종된 딸을 찾아가는 방식이 신선하다. 특별할 것이 없이,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집념과 가족주의의 정형을 그린 영화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데이빗이 마고를 찾는 과정을 감독은 추리극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집중하며 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치’는 단순한 휴먼 가족드라마 대신 스릴러물로서의 기본 토대를 설정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
영화 ‘서치’ 스틸/사진제공=소니픽쳐스

새로운 매체, 인터넷 사이트와 접목시켜 새로운 영화 문법을 만들어냈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기존의 방식과 관습을 탈피해 새로운 영상의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즉 대상을 직접 촬영하기보다는 화면 캡처와 같은 방식으로 추출된 자료 화면을 영상에 담아냈다. 캡처화된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이야기라도 전달하는 방식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의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새롭게, 그리고 놀랍게 ‘서치’는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실험 정신을 통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여기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일반적인 소설네트워크부터 유튜브, 개인방송, 온라인 금융거래사이트, 구글맵 등 인터넷과 연결되는 다양한 지점을 활용했다.

SNS를 통한 소통의 문제, 개인정보 노출의 문제 등 사회문제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소설네트워크 서비스는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모든 기록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며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온라인에서의 개인 신상과 인권에 관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구글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SNS의 장단점을 알고 있는 그는 이것을 바탕으로 ‘서치’를 만들었다. 웹 사이트를 통해 딸과 아버지가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가 잠시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진한 가족드라마를 보여줬다. 그리고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지만 온라인의 한계 또한 말한다.

영화 ‘서치’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에 의미가 크다. 지금의 한국 영화계는 물량 공세로만 관객몰이를 하려는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큰 예산에 기대어 똑같은 영화를 양산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것,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영화, 정형화된 영화보다는 아이디로 승부할 수 있는 영화로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영화 제작을 생각해야 할 때다.

양경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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