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걸그룹 우주소녀(맨 위부터), CLC, 구구단. / 사진제공=스타쉽, 큐브,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최근 걸그룹 시장에서는 한 팀이 한 가지 콘셉트를 고수하기 보다 여러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 트렌드다. 청순과 발랄, 섹시와 걸크러시 등의 콘셉트를 넘나들며 팀에게 어울리는 색깔, 대중이 선호하는 색깔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걸그룹 대전’이라고 할 만큼 걸그룹들의 데뷔와 컴백이 잇따랐던 2월 가요계. 맞춤옷을 입은 듯 꼭 맞는 콘셉트로 두각을 나타낸 팀들이 있다. 마법학교 학생들로 변신한 우주소녀,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퍼포먼스로 돌아온 CLC(씨엘씨), 장화신은 고양이를 색다르게 표현한 구구단이다.◆ 우주소녀의 이야기

마법학교 학생들로 변신한 우주소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우주소녀는 데뷔부터 별자리를 활용한 세계관을 내세웠다. 13명 멤버들의 별자리가 모두 다른 데서 착안했다. 이 세계관 안에서 소녀가 사랑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해왔다.지난 27일 공개된 미니 4집 ‘Dream your dream’은 여기에 마법학교라는 설정을 추가했다. 우주소녀가 마법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멤버들이 꿈의 배달부인 1학년 포레우스 유닛(다영·여름·연정·은서), 꿈 수집가인 2학년 아귀르떼스 유닛(성소·선의·수빈·엑시), 꿈을 현실로 이뤄주는 3학년 에뉩니온 유닛(설아·보나·다원·미기·루다로)으로 나뉜 것도 흥미롭다. 이 같은 콘셉트는 음악, 퍼포먼스, 의상, 뮤직비디오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타이틀곡 ‘꿈꾸는 마음으로’는 “난 안되면 되게 해” “꿈꾸는 대로 다 이뤄질 거야” 등의 가사와 희망찬 멜로디가 특징이다. 퍼포먼스는 현존하는 최다 인원 걸그룹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대형(隊形)의 변화가 다채로워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다. 각 잡힌 교복 스타일의 의상에 유닛 별로 다른 색깔의 리본을 둘러 포인트를 줬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마법소녀들이 각자에게 불어닥친 시련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가는 내용을 독특한 CG와 색감으로 만화영화처럼 표현했다.

‘꿈꾸는 마음으로’는 지난 27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 공개됐다. 공개 당시 약 10분 간 멜론에서 음원이 재생되지 않는 해프닝을 겪었음에도 1시간 만에 실시간차트 100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선방했다. 우주소녀는 “여태 사랑 이야기를 노래해온 데 비해 ‘꿈꾸는 마음으로’는 꿈과 희망에 대한 노래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LC의 맞춤옷

걸스 힙합 콘셉트로 돌아온 CLC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CLC는 2015년 후 무려 일곱 장의 미니 음반을 내놨다. 이를 통해 청순부터 몽환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했다. 지난 22일 발표한 미니 7집 ‘BLACK DRESS’는 걸스 힙합을 내세웠다. 직전 활동 곡 ‘어디야?’에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청순한 매력을 발산한 것과 대비된다.‘BLACK DRESS’는 CLC가 여태 활동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미니 5집 타이틀곡 ‘도깨비’의 노선을 따른다. 묵직한 사운드, 귀에 꽂히는 훅(hook), 강렬한 랩 등이 특징이다. 음악은 ‘도깨비’보다 절제되고 세련됐으며 퍼포먼스는 더 과감해졌다. 특히 단발머리로 변신한 래퍼 장예은과 히트 더 콴 댄스(Hit The Quan Dance, 온 몸의 관절을 사용해 추는 춤의 한 종류)라는 독무를 맡은 장승연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블랙드레스를 입고 너를 유혹하겠다’는 가사에 맞춘 스타일링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블랙을 기본으로 하되 고급스러운 무늬나 멤버 각자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줬다.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도도한 눈빛 연기, 화려한 칼군무, 권은빈의 폴 댄스, 미스터리하게 전개되는 드라마를 속도감 있게 편집했다.

CLC는 “’도깨비’ 활동 당시 아쉽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서 더 시크하고 세련되고 멋진 모습을 담은 것이 ‘BLACK DRESS’”라며 이번 신곡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BLACK DRESS’는 뮤직비디오 공개 6일째인 28일 유튜브 조회수 191만 건을 기록하며 국내외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구구단의 동화
‘장화신은 고양이’를 재해석한 구구단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트

구구단의 팀 콘셉트는 극단이다. 음반마다 동화, 연극, 영화 등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동화 ‘인어공주’,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나르시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패러디하며 청순하거나 귀여운 매력을 뽐냈다.

지난 1일 발표한 두 번째 싱글 ‘Act.4 Cait Sith’에서는 ‘장화 신은 고양이’를 구구단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장화 신은 고양이는 전설 속의 고양이 요정 캐트시(Cait Sith)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가난한 주인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 활약하는 고양이다. 구구단은 고양이가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함정 앞에 덜컥 겁먹지 마” “원하는 어디든 멀리 멀리 데려다 줄게” 등의 타이틀곡 ‘The Boots’ 가사에 나타난다. 구구단이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대중의 조력자가 돼 행복한 기운을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곡이다. 몽환적인 휘슬 사운드와 강렬한 비트가 인상적이다. 무대 위의 구구단은 날렵한 고양이를 떠오르게 하는 의상을 입고 각선미를 강조한 춤을 춘다. 댄스 브레이크에서는 멤버 전원의 칼 군무를 내세웠다.

구구단은 “’The Boots’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무도 지금까지 선보였던 곡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데 그런 만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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