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김주혁이 맡은 김백진은 방송사 HBC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아르곤’의 팀장이자 기자 겸 앵커다. 정직한 보도를 생명처럼 여겨 ‘팩트 제일주의’를 외치지만 그만큼 부러지지 않는 고집 때문에 ‘아르곤’은 편성이 옮겨지는 수모를 겪게 된다.김백진의 대쪽같은 성격은 그를 향한 외압의 크기도 키웠다. 김백진은 성종교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데 성공했지만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성종교 목사는 바로 회사 사장의 5촌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보도한 진실을 정정해야만 했다. 정정 보도를 마무리한 후 김백진은 조용히 쥐고 있던 펜촉을 부러뜨렸다. 카메라가 모두 꺼지고 난 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부러뜨린 펜촉만을 바라보는 김주혁의 어두운 표정에는 백마디 말보다 착잡한 심경이 잘 표현됐다.
김주혁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빠르게 흘러가는 사건 전개 속에서 느슨한 웃음을 줘야 할 때도 빛을 발했다. 1회가 중후반부로 흘러갈 무렵 김백진은 생방송 중 급하게 이연화(천우희)를 불러 들였다. 그러나 ‘아르곤’에 막 투입된 데다 급하게 생방송에 끌려온 이연화가 제대로 된 대본을 준비할 리가 없었다. 이연화는 김백진의 질문에 어설프게 대답하고 억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주혁은 이를 살짝 깨문 채 오만가지 황당함이 오가는 표정으로 천우희를 바라봤고 이는 적절한 곳에서 웃음을 선사했다.
천우희가 맡은 이연화는 HBC에서 해고된 기자들의 결석을 채우기 위한 계약직 특채에 합격한 ‘용병 기자’다. 동료들과 회사의 무관심 속에서 2년의 계약 기간을 거의 채우고 계약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아르곤’ 팀에 배정된다. 그러나 ‘아르곤’ 팀원들도 차갑긴 마찬가지다.영화 ‘써니”한공주’와 ‘곡성’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거머쥔 천우희는 ‘아르곤’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쟁터 같은 보도국에서도 홀로 떨어져있는 계약직 기자의 설움과 그 속에서 들끓는 열정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연화는 원하지는 않았지만 계약직 특채 출신이라고 밝혔고 처음 대면하는 ‘아르곤’ 팀원들에게 “용병 쓰레기”라는 구박을 받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쁜 김백진 대신 그의 중학생 딸 문제를 해결해주러 학교에 찾아갔지만 채수민(신현빈)에게 멸시의 눈빛을 받을 뿐이었다.
천우희는 미운 오리 새끼같은 대접을 받는 이연화를 장면에 따라 말끝을 흐리거나 눈빛만을 흔들며 능숙하게 연출했다. 그 모습은 이연화 그 자체였다. 그가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혼자 있을 때, 욕섞인 말투로 설움을 뱉어낼 때는 짜릿함을 주기도 했다.
이토록 성숙한 김주혁과 천우희의 조합에 일곱 번 더 빠져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르곤’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김주혁, 천우희 / 사진=tvN ‘아르곤’
대사 한 마디 없이 흘러가는 화면에서 김주혁과 천우희의 표정은 수없이 변화했다. 입을 다문 채 미세하게 떨리는 표정만으로도 두 배우는 모든 것을 말했다. 지난 4일 첫 방송을 내보낸 tvN 새 월화드라마 ‘아르곤'(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 연출 이윤정)에서다.김주혁이 맡은 김백진은 방송사 HBC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아르곤’의 팀장이자 기자 겸 앵커다. 정직한 보도를 생명처럼 여겨 ‘팩트 제일주의’를 외치지만 그만큼 부러지지 않는 고집 때문에 ‘아르곤’은 편성이 옮겨지는 수모를 겪게 된다.김백진의 대쪽같은 성격은 그를 향한 외압의 크기도 키웠다. 김백진은 성종교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데 성공했지만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성종교 목사는 바로 회사 사장의 5촌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보도한 진실을 정정해야만 했다. 정정 보도를 마무리한 후 김백진은 조용히 쥐고 있던 펜촉을 부러뜨렸다. 카메라가 모두 꺼지고 난 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부러뜨린 펜촉만을 바라보는 김주혁의 어두운 표정에는 백마디 말보다 착잡한 심경이 잘 표현됐다.
김주혁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빠르게 흘러가는 사건 전개 속에서 느슨한 웃음을 줘야 할 때도 빛을 발했다. 1회가 중후반부로 흘러갈 무렵 김백진은 생방송 중 급하게 이연화(천우희)를 불러 들였다. 그러나 ‘아르곤’에 막 투입된 데다 급하게 생방송에 끌려온 이연화가 제대로 된 대본을 준비할 리가 없었다. 이연화는 김백진의 질문에 어설프게 대답하고 억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주혁은 이를 살짝 깨문 채 오만가지 황당함이 오가는 표정으로 천우희를 바라봤고 이는 적절한 곳에서 웃음을 선사했다.
천우희가 맡은 이연화는 HBC에서 해고된 기자들의 결석을 채우기 위한 계약직 특채에 합격한 ‘용병 기자’다. 동료들과 회사의 무관심 속에서 2년의 계약 기간을 거의 채우고 계약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아르곤’ 팀에 배정된다. 그러나 ‘아르곤’ 팀원들도 차갑긴 마찬가지다.영화 ‘써니”한공주’와 ‘곡성’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거머쥔 천우희는 ‘아르곤’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쟁터 같은 보도국에서도 홀로 떨어져있는 계약직 기자의 설움과 그 속에서 들끓는 열정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연화는 원하지는 않았지만 계약직 특채 출신이라고 밝혔고 처음 대면하는 ‘아르곤’ 팀원들에게 “용병 쓰레기”라는 구박을 받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쁜 김백진 대신 그의 중학생 딸 문제를 해결해주러 학교에 찾아갔지만 채수민(신현빈)에게 멸시의 눈빛을 받을 뿐이었다.
천우희는 미운 오리 새끼같은 대접을 받는 이연화를 장면에 따라 말끝을 흐리거나 눈빛만을 흔들며 능숙하게 연출했다. 그 모습은 이연화 그 자체였다. 그가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혼자 있을 때, 욕섞인 말투로 설움을 뱉어낼 때는 짜릿함을 주기도 했다.
이토록 성숙한 김주혁과 천우희의 조합에 일곱 번 더 빠져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르곤’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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