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맨홀’의 김재중. / 사진제공=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한 작품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같은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그 모든 캐릭터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만드는 배우가 있다.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하 맨홀)’에서 열연 중인 김재중이다. 극 초반 백수 캐릭터로 등장해 온갖 진상을 부려 웃음을 자아내던 그는 순식간에 건달로 변신해 카리스마를 뽐냈다. 최근엔 말끔한 차림의 영혼으로 바뀌었다.

‘맨홀’은 백수 봉필이 우연히 맨홀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어드벤처다. 김재중은 일주일 뒤로 예고된 짝사랑녀 수진(유이)의 결혼을 막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봉필 역으로 열연 중이다.봉필이 과거로 갔다 올 때마다 현재의 상황이 바뀌어있다는 것이 ‘맨홀’ 속 시간여행의 특징이다. 3년째 공시생인 백수 봉필은 수진의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행패를 부려 수진을 곤란하게 했다. 우연히 맨홀에 빠져 10년 전 고교생으로 돌아간 그는 과거 자신을 KO시켰던 수진의 첫 키스 상대와 다시 한 번 주먹다짐을 해 이겼다. 정신을 차리니 꽃무늬 남방에 금목걸이를 착용한 건달이 돼있었다.

충격을 받은 봉필은 다시 과거를 돌려놓으려 했지만 시간여행의 목적지가 랜덤인 탓에 스물두 살 어느 여름에 도착했다. 숙소에 불이 나 수진이 위기에 처한다는 걸 알고 있는 봉필은 우여곡절 끝에 수진을 구했고, 감동한 수진이 키스하려는 순간 다시 현재로 끌려왔다.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2017년에 도착한 봉필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들떴다.

하지만 봉필은 영혼이었다. 봉필은 수진을 구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고 6년을 병원에 누워만 있었다. 육체에서 빠져나온 봉필의 영혼은 치료를 중단하려는 부모님을 막고 다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부모님과 수진의 사랑을 알게 됐다.봉필 역의 김재중은 황당한 시간여행으로 인해 처한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해내는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백수일 땐 생떼를 주무기로 독보적 개성을 드러냈고 건달이 됐을 땐 특유의 손동작과 말투를 더해 섬세한 변화를 보여줬다. 깜짝 액션까지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영혼이 된 그는 미처 몰랐던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직업과 처한 상황 등은 계속해서 달라지지만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마음은 변하지 않아 안방극장에 설렘을 자극하기도 했다.

김재중은 로맨스부터 코미디·카리스마·감정 연기까지 소화하며 극의 하드캐리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김재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먹이 세진 걸 느끼고 “재능 발견”이라며 신기해했다. 말 그대로 김재중의 재능 발견인 셈이다.

김재중의 열연에도 시청률은 아쉽다. 지난 9일 3.1%의 비교적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맨홀’은 동시간대 드라마에 밀려 2%까지 떨어졌다. 극 초반엔 산만한 전개로 지적을 받았지만, 시간여행이 본격화되며 신선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 시청률 반등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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