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동방신기 신드롬’이란 게 있었다. 2003년 겨울부터였다. 이때 데뷔한 동방신기는 팀 이름에 대해 ‘동방(東方)에 신(神)이 일어나다(起)’라는 뜻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카펠라 댄스 그룹이라는 장르도, 유노윤호·최강창민 등 멤버들의 네 글자 이름도 생소했다. 그러나 순정만화 주인공을 닮은 다섯 명의 꽃미남 멤버들이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데뷔곡 ‘허그(Hug)’ 가사 中)고 노래하자 전국 여학생들이 동방신기에 빠져들었다. 동방신기의 이름처럼 네 글자로 별명을 짓는 게 유행이 됐다. TV를 틀면 음악방송, 예능, CF마다 동방신기가 나왔다.
동방신기는 가요계에서 하나의 상징이 됐다. 1990년대 후반 활동한 H.O.T, 젝스키스, 신화 등에 이어 아이돌 문화를 다시 부흥시켰고, 일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K팝 한류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2006년 모든 방송사 연말 대상을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아이돌그룹 최초로 달성하고, 일본에서는 한국 그룹 최초로 오리콘 주간차트 1위(2008년), 도쿄돔 입성(2009년)에 성공했다.
동방신기가 걷는 길이 늘 ‘꽃길’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련도 있었다. 2007년에는 일본 활동에 주력하느라 1년 이상 국내 활동을 못했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흔치 않은 공백기였다. 2009년에는 멤버 중 세 명이 탈퇴를 선언했다. 동방신기가 도쿄돔에 입성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 타격이 컸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2년 3개월을 활동 없이 보냈다.동방신기는 2011년 정규 5집 ‘왜’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동방신기만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건재함을 알렸다. 그러나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동방신기는 2012년 정규 6집, 2013년 정규 7집 등 1년에 한번 씩만 새 앨범을 냈다. 그동안 새로운 보이그룹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2012년 데뷔한 엑소는 ‘밀리언 셀러’,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어워드’의 수상자가 됐다. 아이돌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최강창민은 “이제 동네 꼬마들에게는 동방신기가 ‘키다리 아저씨’일 뿐”이라고 웃었다. 21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동방신기 아시아 프레스 투어’ 서울 기자회견에서다. 그러나 최강창민은 “서운하지 않다”며 오히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할 일만 남았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방신기의 가치는 여기서 빛난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는다. 변화에 실망하지도 않는다. 데뷔 14주년을 앞뒀지만 여전히 ‘현역 아이돌’로서 활동을 고민한다. 최강창민은 내년 초 동방신기의 새 앨범 발매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빨리 컴백하는 것도 좋겠지만, 많은 분들이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우리 스스로도 실망하지 않을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노윤호도 “군에 있을 때 수첩에 동방신기 컴백 아이템들을 적어놨다”며 의욕을 보였다.동방신기에게 위기는 “터닝 포인트”다. 팀 재편 후 동방신기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 단독 투어 누적 관객 수 275만 명을 기록했다.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도쿄돔 공연 개최 기록도 세웠다. 입대 직전 발표한 스페셜 앨범 ‘라이즈 애즈 갓(RISE AE GOD)’은 한중 음악 차트를 석권했다. 이들의 진기록은 군 복무 중에도 계속됐다. 2016년에는 일본 47개 도시 50개 공연장에서, 올해에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5개 도시 5개 공연장에서 열린 필름콘서트에 약 28만명의 관객이 찾아왔다. 동방신기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닌데도 이 같은 흥행을 거뒀다.
군 복무로 2년여의 공백을 마친 지금이 동방신기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유노윤호는 “시작은 언제나 좋다. 이전과는 다른 동방신기의 여러 색깔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동방신기는 오는 9월 말 ‘동방신기 위크(WEEK)’를 연다. 25일, 29일 유노윤호의 신곡 ‘드롭(DROP)’과 최강창민의 신곡을 각각 공개한다. SM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STATION)’ 시즌2를 통해서다. 이후 9월 30일과 10월 1일에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동방신기 스페셜 컴백 라이브 - 유어 프레젠트(TVXQ! Special Comeback Live - YouR PresenT)’를 열고 신곡 퍼포먼스를 최초로 선보인다. 11월 11일 삿포로 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나고야 등 일본 5개 돔 투어도 개최한다. 14회에 걸쳐 65만 관객을 동원할 계획이다.
동방신기는 전역하자마자 올 하반기 일정을 빼곡히 채웠다. 30대가 된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아직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을 해낼 의욕도 넘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무대에 한 번 설 때마다 책임감을 더 갖게 됐다”며 “매 순간을 열심히 사는 30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동방신기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그룹 동방신기(TVXQ!)가 21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 열린 ‘아시아 프레스 투어(TVXQ! ASIA PRESS TOUR)’ 서울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동방신기 신드롬’이란 게 있었다. 2003년 겨울부터였다. 이때 데뷔한 동방신기는 팀 이름에 대해 ‘동방(東方)에 신(神)이 일어나다(起)’라는 뜻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카펠라 댄스 그룹이라는 장르도, 유노윤호·최강창민 등 멤버들의 네 글자 이름도 생소했다. 그러나 순정만화 주인공을 닮은 다섯 명의 꽃미남 멤버들이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데뷔곡 ‘허그(Hug)’ 가사 中)고 노래하자 전국 여학생들이 동방신기에 빠져들었다. 동방신기의 이름처럼 네 글자로 별명을 짓는 게 유행이 됐다. TV를 틀면 음악방송, 예능, CF마다 동방신기가 나왔다.
동방신기는 가요계에서 하나의 상징이 됐다. 1990년대 후반 활동한 H.O.T, 젝스키스, 신화 등에 이어 아이돌 문화를 다시 부흥시켰고, 일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K팝 한류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2006년 모든 방송사 연말 대상을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아이돌그룹 최초로 달성하고, 일본에서는 한국 그룹 최초로 오리콘 주간차트 1위(2008년), 도쿄돔 입성(2009년)에 성공했다.
동방신기가 걷는 길이 늘 ‘꽃길’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련도 있었다. 2007년에는 일본 활동에 주력하느라 1년 이상 국내 활동을 못했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흔치 않은 공백기였다. 2009년에는 멤버 중 세 명이 탈퇴를 선언했다. 동방신기가 도쿄돔에 입성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 타격이 컸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2년 3개월을 활동 없이 보냈다.동방신기는 2011년 정규 5집 ‘왜’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동방신기만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건재함을 알렸다. 그러나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동방신기는 2012년 정규 6집, 2013년 정규 7집 등 1년에 한번 씩만 새 앨범을 냈다. 그동안 새로운 보이그룹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2012년 데뷔한 엑소는 ‘밀리언 셀러’,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어워드’의 수상자가 됐다. 아이돌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최강창민은 “이제 동네 꼬마들에게는 동방신기가 ‘키다리 아저씨’일 뿐”이라고 웃었다. 21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동방신기 아시아 프레스 투어’ 서울 기자회견에서다. 그러나 최강창민은 “서운하지 않다”며 오히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할 일만 남았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방신기의 가치는 여기서 빛난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는다. 변화에 실망하지도 않는다. 데뷔 14주년을 앞뒀지만 여전히 ‘현역 아이돌’로서 활동을 고민한다. 최강창민은 내년 초 동방신기의 새 앨범 발매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빨리 컴백하는 것도 좋겠지만, 많은 분들이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우리 스스로도 실망하지 않을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노윤호도 “군에 있을 때 수첩에 동방신기 컴백 아이템들을 적어놨다”며 의욕을 보였다.동방신기에게 위기는 “터닝 포인트”다. 팀 재편 후 동방신기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 단독 투어 누적 관객 수 275만 명을 기록했다.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도쿄돔 공연 개최 기록도 세웠다. 입대 직전 발표한 스페셜 앨범 ‘라이즈 애즈 갓(RISE AE GOD)’은 한중 음악 차트를 석권했다. 이들의 진기록은 군 복무 중에도 계속됐다. 2016년에는 일본 47개 도시 50개 공연장에서, 올해에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5개 도시 5개 공연장에서 열린 필름콘서트에 약 28만명의 관객이 찾아왔다. 동방신기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닌데도 이 같은 흥행을 거뒀다.
군 복무로 2년여의 공백을 마친 지금이 동방신기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유노윤호는 “시작은 언제나 좋다. 이전과는 다른 동방신기의 여러 색깔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동방신기는 오는 9월 말 ‘동방신기 위크(WEEK)’를 연다. 25일, 29일 유노윤호의 신곡 ‘드롭(DROP)’과 최강창민의 신곡을 각각 공개한다. SM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STATION)’ 시즌2를 통해서다. 이후 9월 30일과 10월 1일에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동방신기 스페셜 컴백 라이브 - 유어 프레젠트(TVXQ! Special Comeback Live - YouR PresenT)’를 열고 신곡 퍼포먼스를 최초로 선보인다. 11월 11일 삿포로 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나고야 등 일본 5개 돔 투어도 개최한다. 14회에 걸쳐 65만 관객을 동원할 계획이다.
동방신기는 전역하자마자 올 하반기 일정을 빼곡히 채웠다. 30대가 된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아직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그것을 해낼 의욕도 넘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무대에 한 번 설 때마다 책임감을 더 갖게 됐다”며 “매 순간을 열심히 사는 30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동방신기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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