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음악감독 라이언 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팝 작곡가가 되겠다며 스무살 때 미국에서 혈혈단신 한국으로 건너 온 라이언 전(38)은 2010년 이효리의 정규 앨범에 참여하며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 후 7년, 새내기 작곡가는 아이오아이 ‘와타맨(Whatta Man)’, 태연 ‘아이(I)’, 샤이니 ‘루시퍼’, 레드벨벳 ‘덤덤(Dumb Dumb)’ 등의 히트곡을 보유한 작곡가로 성장했다. 또 아이돌 그룹 VAV가 소속된 에이팀(A Team) 엔터테인먼트의 총괄이사가 됐다.

스타 작곡가로 일찍이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라이언 전은 단독 작업보다는 여러 작곡가들과 협업해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같이 곡을 만드는 작곡가들을 자신의 ‘음악 멘토’라고 부른다. 혼자선 금방 지치지만 함께 간다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같이’의 가치를 알고 더 많은 작곡가들과 상생을 꿈꾸는 라이언 전을 만났다.10. Mnet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 시즌2 주제곡 ‘나야 나’를 통해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리라고 예상했나?
라이언 전: 나 역시 연습생 101명이 경쟁했던 것처럼 다른 작곡가들과 경쟁했고 그 결과 ‘나야 나’가 주제곡으로 뽑혔다. Mnet 관계자들이 시즌1부터 꾸준히 찾아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나야 나’는 ‘프듀’만 바라보고 만든 곡이 아니다. 단지 ‘프듀’를 위해 만든 일회성 음악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 받는 곡을 만들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10. 101명의 연습생들이 ‘나야 나’를 불렀고 그 중 11명이 워너원으로 데뷔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도 남다를 것 같은데?
라이언 전: ‘프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경쟁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했다. 11인 안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탈락했다. 그래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사회생활에서는 더 열심히 싸우고 경쟁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해주고 싶다. 워너원 멤버들도 앞으로 1년 넘게 활동할 텐데 가수로서 자존감을 꼭 지키라고 말해주고 싶다.

10. 자신도 ‘프듀’ 연습생 같은 시절이 있지 않았나?
라이언 전: 부모님이 보수적이었다. 가수를 꿈꿨지만 반대가 심했다. 트럼펫, 드럼, 밴드 등 다양한 악기를 잡을 때마다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작곡가가 될 생각으로 2009년 한국에 처음 왔다. 여러 곳에 곡을 많이 제출했는데 정말 많이 거절 당했다. 포기하기 직전에 이효리 4집으로 데뷔하고 SM과 인연이 닿으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음악감독 라이언 전이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이팀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공동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라이언 전: 누군가는 라이언전이 히트곡을 쓰고 인지도를 쌓고 톱이 됐다고 하지만 난 내 수명과 주제를 안다. 나보다 곡을 잘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들은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할 줄 안다. 꾸준히 내 음악 멘토를 찾는 이유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아 같이 상생하자고 제안하고 이를 통해 작곡가로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10. 그래서 라이언 전은 남들이 만든 곡에 숟가락만 얹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라이언 전: 혼자 노래를 못 써서 안 쓰는 것이 아니다.(웃음) 작곡은 팀 스포츠다. 난 현재 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다. 뼈대가 되는 멜로디가 있으면 여기에 어떻게 살을 붙일 것인지 곡의 방향을 설정하고 팀원들에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난 팀워크로 지금까지 왔다. 언제든 내가 감각이 무뎌질 수 있고 팀이 망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지금 만드는 곡이 나의 마지막 곡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10. 작곡 팀을 이끌 때 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가?
라이언 전: 우리만의 색을 찾으려고 한다. 팀원들을 서로를 존중하면서 시선은 대중들을 향해 있다. 내가 퀸시 존스도 아니고 지코·크러쉬·딘·혁오처럼 자기만의 정체성이 확실한 싱어송라이터도 아니다. 난 아이돌 위주의 음악, 이른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내 음악, 완전 예술인데 너희가 이해 못하면 어쩔 수 없어’가 아니라 대중들 입맛에 딱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10. 혼자 해야 경제적으로 이득 아닌가?
라이언 전: 돈 때문에 나 혼자하겠다는 건 욕심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명이 작업했는데 내가 제일 유명하다고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도 욕심이다. 사이좋게 나눠가지면 같이 살 수 있다.

라이언 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이팀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텐아시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자신이 K팝의 트렌드를 선도한다고 생각하나?
라이언 전: 트렌드를 만들거나 제시하고 싶다. ‘선병맛 후중독’이란 말이 있다. 내 노래는 처음 들을 때는 ‘망곡(망한 노래)’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무척 좋아한다. 나중에야 라이언 전이 조금 일찍 앞서 가 있었구나, 깨닫는다. 사실 리듬이나 음악 색, 가수의 성향 등 다양한 걸 신경 쓰고 노래를 만드는 편이다.

10. 팀 체제로 작업도 트렌드를 앞서 가는 제작 방식인가?
라이언 전: 대중의 듣는 귀가 이전과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 2010년대 초반이다. 당시 SM이 선봉 역할을 했고 그들이 들고 간 음악에 내 음악들이 있었다. 나름 자부심을 느낀다. K팝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그 수준에 맞춰 곡을 만들어야 한다. 가능성 있는 새로운 작곡가를 계속 찾는 이유다. 그게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0. K팝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가?
라이언 전: 맞다.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대중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의미한다. K팝 관계자들이 세계의 입맛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SM·YG·JYP가 선두에서 K팝의 항로를 개척했고 이후 몇몇 기획사들이 길을 잘 닦았다. 앞으로 K팝의 파이가 더 커질 수 있을지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다. 나 역시 철저하게 준비해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10. K팝 시장은 더 커질 수 있을까?
라이언 전: K팝은 몇십 년 안에 미국 팝 시장도 잠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K팝을 즐기는 사람들은 굉장한 ‘덕후’들이다. 국내에 록이 들어오기 전 록 음악을 찾아 듣고 록 스피릿에 푹 빠져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K팝 덕후들이 지금 미국에서 K팝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오픈 마인드이면서도 엄격하다. 마치 오디션 심사위원들처럼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다.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K팝은 성장할 수 없다. 지금 K팝의 한류에 만족해선 안 된다.

라이언 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에이팀 엔터테인먼트 총괄이사로서 소속가수 VAV에 엄청난 애정을 쏟고 있을 텐데.
라이언 전: 내가 직접 제작을 하다보니 더욱 각별하다. 우선 VAV를 대중이 아는 가수로 만드는 게 목표다. 어느 정도 틀이 있는 상태여서 VAV만의 색을 찾아주는 것이 1차 목표다. VAV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한다. 가수의 자존심은 음악에서 나온다. 지금 VAV의 신곡 ‘ABC’를 다른 팀에 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새끼들에게 좋은 것 먹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아닐까.

10.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라이언 전: 사람이 꿈을 꿀 때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꿈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의 능력만으로 작곡가가 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고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어줬다. 대중의 사랑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래서 받은 사랑을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100곡을 만들었는데 번 돈을 모아서 올 겨울에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려고 한다. 그 수익금을 전쟁으로 고통 받는 나라의 어린이들을 후원할 생각이다. 한 푼도 안 남기고 다 쓸 생각이다. 현재 가창자를 섭외하고 있다. 나중에는 학교를 세우고 싶다. 환경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싶다.

10. 자신을 롤모델 삼아 작곡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라이언 전: 작곡가는 보이지 않는 걸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 방법을 모르겠다면 노래방 기계처럼 음도 찍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편곡 스타일도 꾸준히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기본이다. 작곡가가 건반도 치지 못한다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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