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피고인’ / 사진제공=SBS

‘피고인’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은 첫 방송 때부터 1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압도적인 시청률로 출발했다. 이후 가장 최근 방영한 6회까지 18.6%를 기록하며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피고인’이 초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힘은 무엇일까.

‘피고인’은 가족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지성)가 잃어버린 4개월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투쟁과 차민호(엄기준)을 상대로 벌이는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현직 검사 최초로 살인죄에 들어가는 설정에 교도소 안에서의 브로맨스·서바이벌은 흡사 영화 ‘검사외전’이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떠올리게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그런 클리셰들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피고인’은 1회부터 휘몰아치는 전개를 보여줬다. 2회부터는 감옥에 갇힌 박정우에게 ‘박봉구’, ‘벨소리’, ‘16K’ 등의 단서를 하나씩 부여하며 궁금증을 높여갔다. 여기서 관건은 ‘피고인’의 주인공이 단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단서를 풀어나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시청자와 주인공은 같은 위치에서 수수께끼를 헤쳐나간다. 이로써 시청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가능해지며 극의 몰입도 또한 자연스레 높아진 것.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콘텐츠 성공의 핵심은 ‘맞추기’”라고 짚었다. 그는 “사람들은 콘텐츠에서 단서가 주어졌을 때 능동적으로 추리를 해 가면서 퍼즐을 맞춰갈 때 엄청난 심리학적 쾌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SBS ‘피고인’ 지성, 김민석 / 사진제공=SBS

단서와 단서 사이에 반전을 끼워 넣은 연출 또한 재미를 더했다. 시청자들이 박정우 검사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그가 범행 시각에 집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힌 CCTV가 보여졌고, 아무도 강준혁 검사(오창석)를 의심하지 않았던 때 그의 미심쩍은 정황이 공개됐다. 5회에서는 다시 윤태수(강성민)가 박정우라는 이름표가 든 트렁크를 산에서 발견함으로써 스토리는 미궁에 빠졌다. 6회에서는 자신이 딸 하연(신린아)을 죽인 거라고 확신한 박정우가 자살을 시도하려고 하는 순간, 같은 감방에 있던 성규(김민석)가 돌연 자신이 하연을 죽였다고 고백하며 ‘최고의 1분’을 기록했다. 이 엔딩 장면은 최고 시청률 23.28%를 기록했다.이처럼 유연하고 오픈된 구조를 가동시키는 엔진은 두말할 것 없이 주조연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MBC 드라마 ‘킬미힐미’(2015)에서 7개의 인격을 깔끔하게 연기해냈던 지성은 ‘피고인’에서도 ‘믿고 보는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박정우는 ‘에이스 검사’와 ‘시한부 사형수’를 널뛰기해야하는 캐릭터지만 지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김민석과 강성민 또한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지성의 캐릭터를 뒷받침했다.

엄기준은 첫 회부터 촉망받는 재벌 2세 형 차선호와 그 형에 대한 열패감이 가득한 동생 차민호의 1인 2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회에서는 차선호의 아내 나연희(엄현경)를 사랑했던 차민호의 과거가 처음 밝혀졌고, 엄기준은 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시사했다.

‘피고인’은 이처럼 매회 새로운 단서로, 배우들의 진화하는 연기로,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피고인’만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고구마 전개’라는 비판에도 ‘피고인’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은 여기에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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