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강홍석/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행복했다” 그리고 “감사했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갓 뮤지컬 ‘킹키부츠’의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 강홍석은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했으며, 워낙 화기애애했던 그 현장도 잊지 못했다. “100% 취해있다”는 그의 말과 눈빛에서 서운함이 여실히 묻어났다.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출중한 가창력을 지닌 덕분에 뮤지컬계의 신성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2011년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를 통해 데뷔했으며, 이후 ‘전국노래자랑’ ‘하이스쿨뮤지컬’ 을 거쳐 ‘드라큘라’ ‘데스노트’ ‘킹키부츠’에 이르기까지 데뷔 4년 만에 주연을 꿰차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더 뮤지컬 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대세’ 행보에 정점을 찍었다.무대 위, 관객들과 호흡하는 짜릿함을 피부로 느낀 강홍석은 자신을 찾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지만, 당분간은 뮤지컬에 매진할 생각이다. 조급해하지 않지만, 넘치는 열정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의 내일이 기대된다.

10. 최근 ‘킹키부츠’를 마쳤는데, 캐릭터에서는 조금 빠져나왔나.
강홍석 : 100% 취해있다.(웃음) 원체 에너지 넘치는 편이긴 한데, 더 그렇다. 섭섭함이 크고, 아쉽다.

10. 매공연마다 잔상이 오래가는 편인가보다. 아니면 유독 ‘킹키부츠’가 더 애착이 큰 건가.
강홍석 : 전작인 ‘드라큘라’도 끝나고 꽤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갓 무대 위에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기술이 부족한 건지, 공연이 끝났다고 금세 빠져나올 수는 없는 것 같다.10. ‘킹키부츠’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강홍석 : 이 작품의 첫 번째 매력은 나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구할 수 있었다는 거다. 10년간 ‘돈’처럼 살았다. 남성성이 짙고, 남자다움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킹키부츠’를 하면서 아름다움과 섹시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섹시함이 뭘까, 아름다움은 뭐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고, 그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2막의 첫 장면에서 ‘여자들이 원하는 건, 크고 단단한 믿음’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것 역시 배웠다. 여성들이 원하는 건 별게 아니구나, 믿음이구나.(웃음) 작품을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10. 선택하는데 쉽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강홍석 : 외형적인 부담감이 가장 컸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허벅지 둘레가 남달랐다. 운동선수 수준인데, 얼굴도 여성으로 살아가기 힘들지 않나.(웃음) 그런데 아름다움과 섹시함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를 깨는 순간이 있었다. 그 부분이 이 작품을 더 감사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더구나, ‘킹키부츠’의 넘버가 정말 마음에 든다. 또 좋은 선, 후배들을 만나서 좋았다. 기분 좋게 시작해서 기분 좋게 끝났다.

10. 그래도 긴 호흡을 갖고 가는 만큼, 중간에 흔들릴 때도 있지 않나.
강홍석 : 긴장을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작품이다. 힐을 신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했다. 처음에는 무릎도 펴기 힘들었고, 온몸이 아플 정도로 힘들었는데 차츰 적응이 됐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어째서 힐을 신는지도 알았다.(웃음) 자세도 좋아지고 각선미도 생긴다.10. 공연을 마친 뒤 관리도 중요했겠다.
강홍석 : 15cm의 힐이다. 그걸 신고하니까 아프고 힘들 수밖에 없다. 부들부들 떨기도 했고, 끝나고 나면 다리가 너무 아프고 부어서 마사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연습은 배신을 하지 않더라. 어느 순간 적응이 됐다.

10.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나.
강홍석 : 내가 느낀 아름다움의 표면적인 느낌은 ‘눈빛’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배우들의 영상을 계속 보면서 참고했다. 그리고 신사, 청담 등의 동네를 돌아다니며 카페에서 관찰했다.(웃음) 손짓과 표정, 이미지를 디테일하게 계속 주입시켰다.

강홍석/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아무래도 연극을 전공해서 캐릭터 분석이 남다른 것 같다. 관찰하고 연구하고.

강홍석 : 그런가.(웃음) 우선 관찰해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색깔별로 이미지메이킹을 하면서 출발한다.

10. 더블 캐스팅으로 정성화였다.
강홍석 : 부담감은 없었고, 내로라하는 대가이고, 존경의 아이콘이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감사했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형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10. 정성화의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나.
강홍석 : 형에게 배우로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배웠다. 형과 달리, 나는 열정만 갖고 했는데 형은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줬다. 참 좋았다.(웃음) 형은 진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 부분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평소 흑인 음악을 많이 듣는데, 그 부분은 형이 나에게 묻기도 했다.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묻는 것도 배울 점인 것 같다.10. 작품 이야기를 할 때 유독 눈이 반짝이는 걸 보니, 뮤지컬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것 같다.
강홍석 : 뮤지컬은 작품의 색깔, 연출가에 따라 확 달라진다. 연극을 할 땐 소리에 대해서 이렇게 많이 공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공부와 세상을 바라보는 공부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캐릭터 분석은 같지만 노래와 춤이 들어가니까 공부할 것들이 더 많다. 또 음악을 워낙 좋아한다. 그래서 뮤지컬을 쉬지 않고 하는 것 같다.

10. 차기작도 뮤지컬이 될까.
강홍석 : 아직 정해진 건 없고, 열심히 오디션을 볼 생각이다. 물론 연극 무대도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싶은데, 지금의 마음은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뮤지컬을 이제 막 시작했으니, 더 깊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10. ‘킹키부츠’는 여러 의미에서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결혼도 했고.(웃음)
강홍석 : 그렇지 않아도, 잠깐 휴식이 생긴 만큼 신혼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웃음)

강홍석/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결혼 전과 후, 작품을 대할 때도 달라진 점이 있나.

강홍석 : 많이 달라졌다.(웃음) 결혼 전에는 생각 없이 살았다. 뭐냐면, 그저 나만 생각하고 살았던 거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누군가의 편안함을 보장해야 하고, 과거 나의 행동들이 자제가 되더라. 나와 같이 사는 와이프가 불행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변해야 하고. 주위에서도 ‘달라졌다’고 한다.(웃음)

10. 결혼을 강력 추천한다고.(웃음)
강홍석 : 결혼이란 건 인생의 공부다. 책임감에 대한 것부터 모든 것의 수준이 달라진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10.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이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강홍석 :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고맙게도 와이프가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해준다. 다른 것 상관없이,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 된다고. 무척 고맙다. 여성분 앞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와이프는 처음 만나서 3시간을 혼자 떠들었다. 내가 하는 일을 존경해주고, 잘 이해해주더라. 고마웠고, 계속 만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성향, 가치관이 달라진 건 없지만 행동에 있어서는 분명 많이 달라졌다.

10. 스스로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강홍석 : 아직 신인이다.(웃음)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모른다. 그러다가 유명세를 치르게 되면, ‘중견신인’이란 말이 나온다. 21살부터 이 일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어느덧 11년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숱한 고충이 있었다. 고난과 역경 속에 살아왔는데, 이제야 비로소 작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더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0. 원 캐스트로 무대에 많이 올랐는데,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강홍석 : 다행히도 체력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정말 축복이다. 다리에 쥐가 좀 나는 것 빼고는 감기도 쉽게 걸리지 않는다. 물론 운동은 꾸준히 한다. 하루에 한 시간씩 줄넘기를 하고, 유산소 운동 위주로 말이다. ‘킹키부츠’ 할 때도 그랬고, 오늘도 마찬가지다.(웃음)

10. 체력은 타고났고, 멘탈은 어떤가.(웃음)
강홍석 : 아…멘탈은 좀 약하다.(웃음) 하지만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다행스럽게도 잘 온 것 같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도 있었을 때 좋은 친구, 선배들이 나를 잡아줬다.

10. 11년을 걸어오면서, 분명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거다.
강홍석 : 어렸을 때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기획사 오디션도 보고, 정말 많이 도전했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때는 하는 것마다 잘 안됐다. 가수 준비를 하다가, 흐지부지된 적도 있고. 스물넷까지 실패를 맛봤다. 그러다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 합격하면서 촬영을 하게 됐다. 몇 백 개 중에 유일하게 된 건데, 그걸 기반으로 삼았다. ‘이제 군대에 다녀와도 되겠다’고 말이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애구나’란 생각을 했다.

강홍석/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영화는 영화다’가 지금의 강홍석을 있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되겠다.

강홍석 : 맞다. 장훈 감독님께 지금도 많이 감사드린다.

10. 제대를 한 뒤부터는 어떻게 달라졌나.
강홍석 : 대학교를 복학했고, 그때 엄청난 오태석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에 정말 많이 혼났다. ‘왜 저한테만 그러시냐’고 할 정도로(웃음) 많이 혼났다. 눈물겹게 많은 가르침을 주셔서 지금도 정말 감사드리고, 존경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할 때, 머큐시오 역을 맡았는데 ‘찔렸다’란 대사를 10시간을 연습했다. 속옷까지 땀으로 젖을 정도로 연습을 했다. 쉽지 않았는데, 공연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10. 무대 연기가 주는 전율과 짜릿함이 있다고 하더라. 느낀 뒤 푹 빠진 게 아닐까.
강홍석 : 연극도, 뮤지컬도 라이브니까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그것 때문에 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이기도 하고. 2시간 40분을 이끌어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5, 60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고, 100명이 만드는 작업이다. 사실 무대에 오르는 매 순간이 아찔하다. ‘킹키부츠’를 할 때는 더 그랬다. 격렬한 안무를 추면서 혹 넘어지지는 않을까, 매번 심호흡을 하고 올라간다.

10. 관객들이 잘 이끌어지지 않을 때 만큼 아찔한 순간은 없을 것 같은데.
강홍석 : 공연이라는 게 라이브이니까 그날의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긴다. 관객들이 다른 웃음 포인트를 갖고 있거나, 또 묵묵하거나. ‘왜 그러지?’라고 느낀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래도 잊고,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자고 마음먹고 오른다. 커튼콜 때 보니까 넥타이 부대가 단체로 앉아 있더라.(웃음) 다행이다 싶었다. 마지막 공연 즈음이었나, 공연이 30분 정도 지나서 넥타이 부대들이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봤다. ‘와, 내가 저 사람들의 흥을 돋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남성, 특히 직장에서 단체로 온 분들을 웃게 만드는 건 힘든 일이다. 당시 커튼콜을 할 때는 ‘땡큐!’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10. 연극 무대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강홍석 : 며칠 전, 극단 차이무의 연극 한 편을 보러 갔다. 뮤지컬과는 또 정반대의, 쇼적인 면은 없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매력을 느꼈다.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

10. 앞으로의 계획은?
강홍석 : 뭐든지 열심히 도전할 생각이다.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이제 뮤지컬을 막 시작한 만큼 내년까지는 뮤지컬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은 집중해야 할 시기인 것 같고, 또 다른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웃음)

10.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강홍석 : 이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인데, 어떤 배우로 보이는가와 또 작품을 통해 삶을 배우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다. 아마, 하고 싶은걸 하면서 꾸준히 도전할 것 같다. 뮤지컬을 통해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졌고, 자신감도 얻었다. 이걸 통해서 다른 문화도 접하면서 조금씩 채워나가지 않을까. 그리고 늘 한결같고 변함없는 고창석 선배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변함없는 선배의 모습을 존경한다.

아, 그리고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킹키부츠’를 정말 많은 관객들이 보러 오셨다. 박수도 치면서 즐겨주셨는데, 오히려 내가 힐링을 받았다. 관객들의 즐거움과 행복에 내가 더 행복했다. 꼭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 감사했고, 고마웠다고. 진심으로 덕분에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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