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혼숨’ 포스터 /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웃다가 놀란다. 또 다시 웃다가 손에 땀을 쥔다. 극이 후반부를 향할수록 심박수가 높아진다. 강력한 반전 앞에서는 놀란 토끼눈을 뜬다. 영화 ‘혼숨’(감독 이두환)을 볼 예비 관객들의 반응이다.

영화 제목 ‘혼숨’은 ‘혼자하는 숨바꼭질’의 줄임말로, 인형을 매개체로 귀신을 불러내 함께 숨바꼭질을 하는 일종의 강령술이다. 먼저 사람이 술래가 돼 인형을 잡고, 이후에는 술래가 된 인형이 사람을 잡는다. 게임 이후에는 인형을 불태워야 하나 인형이 사라지는 경우 게임은 멈추지 않는다.귀신을 불러내는 저주 ‘분신사바’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아프리카TV와 공포방송 BJ라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소재가 더해진 ‘혼숨’은 극한의 공포를 몰고 왔다.

영화 ‘혼숨’ 스틸컷 /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영화는 아프리카TV의 BJ야광(류덕환)과 박PD(조복래)의 방송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전국각지의 흉가를 찾아가는 등 공포방송을 만들며 별풍선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로, 의문의 살인사건을 따라 무인도에 방문하는가 하면 별풍선 목표치를 채워 기쁨의 야광 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던 이들은 의문의 ‘혼숨’ 동영상을 제보 받게 되고, 본능적으로 레전드 영상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푼다. “굿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이 없기 때문에 장난이 시작되면 위험하다”는 무당의 말에도 두 사람은 별풍선 욕심이 앞서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그 가운데, 겁 없는 BJ야광의 까불까불한 행동은 잠깐 공포영화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웃음을 자아낸다.

극은 실제 아프리카TV를 보는 듯한 연출이 극의 사실감과 동시에 몰입도를 높인다. 방송을 할 때뿐 아니라, 취재를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사용하는 인물 덕에 영화는 주인공을 따라가는 1인칭 시점의 카메라 워킹이 계속된다. 관객들이 실제 현장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 무엇보다 BJ야광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관객들과 눈을 맞춘다. 관객들은 곧 BJ야광의 공포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가 된다.

이와 함께 오른쪽 화면에는 계속해서 댓글들이 올라간다. 자칫 의미 없어 보일 수 있는 댓글창에는 의문의 아이디 ‘psy(싸이)’가 활동을 하고, 이는 BJ야광의 감정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가 된다.
영화 ‘혼숨’ 스틸컷 /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영화는 여느 공포영화와 달리 별 일도 아닌데 큰 소리로 억지 놀람을 조장하지 않는다. 저주와 혼령에 관한 이야기지만 기괴한 분장을 한 귀신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흔한 귀신들이 가지는 ‘한’이 없는 귀신의 존재는 오히려 극을 더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무엇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류덕환의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그는 실제 BJ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익명의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을 상대로 허세를 부리다가 현금 1500만 원의 별풍선을 받은 뒤 왠지 모를 섬뜩함에 다리가 풀려버리는가 하면 더 많은 별풍선에 눈이 멀어 조작 방송을 꾸미는 인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류덕환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극의 마지막 20분은 류덕환의 연기력 폭발과 동시에 공포영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시종일관 겁 없고 당당했던 BJ야광은 알 수 없는 소리에 점점 정신을 놓았고, 의문의 소녀를 만난 뒤 의도치 않게 ‘혼숨’ 게임에 합류하게 되며 극에 달한 공포감을 표출한다.

관객들은 그저 BJ야광의 무모한 공포방송을 보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그를 점차 잊으면 그만이다. 미세하게 변해가는 그의 표정을 따라가는 것만도 충분한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오는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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