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하정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안목이 참 탁월한 것 같다. 당신에게는 시나리오 속 어떤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나.
하정우: 나는 시나리오를 볼 때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연출이 수려하든 화려하든 그것은 내가 고려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힘’은 재미다.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공감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거지. 이야기가 재밌으면 감독님이랑 만나보고 싶어진다.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느 정도 힌트가 얻어진다. 캐릭터는 그 다음에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캐릭터가 조금 빈약해도 이야기에 힘이 있으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가 허술하면 캐릭터가 아무리 매력적이고 새롭다고 느껴져도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터널’은 분명 스토리에 힘이 있었고,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수’를 포함한 스토리 속 플레이어들이 그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결말까지 도달하기 까지의 작업이 굉장히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야기도 재밌을 뿐 아니라 배우의 몫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10. ‘터널’ 속 정수가 갈수록 수척해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하면서 체중 관리도 했다고 했는데 쉽지 않았겠다. 어떻게 했는지.
하정우: 티가 많이 안 나서 안타까웠다. 현장에 러닝 머신도 구비되어 있어서 꾸준히 운동했다. 영화 속의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촬영이 이루어져서 수염 길이, 머리카락 길이, 체중이 변화하는 것까지 다 맞춘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스크린에서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더라. 다른 영화처럼 촬영에 여유가 더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10. 1인 조난극이라는 점에서 유수의 해외 영화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하정우: ‘캐스트어웨이'(2001), ‘127시간'(2011), ‘베리드'(2010), ‘나는 전설이다'(2007) 등 주인공이 혼자 이끌어가는 영화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살펴봤다. 얼마 전에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올 이즈 로스트'(2013)도 봤다. 그 영화에는 대사가 한 마디도 안 나온다. 여러 영화 중에서도 ‘캐스트어웨이’를 많이 생각했다. 구조되기 전까지의 시간에 적응해가는 부분, 코미디적 요소 등.

10. 편집된 신 중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하정우: 원래 첫 장면은 빵집에서 촬영됐다. 아쉬움은 아니고, 그냥 그 장면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 장면이 ‘정수’ 캐릭터의 직업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신이기는 했으니.

10. 영화가 사회 고발적인 측면도 있다.
하정우: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관객의 몫이다. 나는 영화 속 달수 형의 대사가 참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달수 형이 “도롱뇽이 아니다 사람이다.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지금 저기 사람이 갇혀있다”라고 말한다. 사람의 생명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의미가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단지 한국 사회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10. 당신이 한 대사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대사는.
하정우: 터널 속에서 했던 “집에 왔다.”(웃음) 터널 안인데 집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배우 하정우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차기작은 하와이에서 촬영한다고. 최근에 하와이는 갔다왔나.
하정우: 지난 3월에 휴식차 갔었다. ‘신과 함께’ 촬영 전에 마음을 차분히 다잡고 싶었다. ‘아가씨’ 촬영이 끝나고서도 갔네. 촬영이 끝나면 무조건 하와이에 가는 것 같다.10. 다른 곳은 생각이 없나.
하정우: 북유럽도 가보고 싶다. 간다면 핀란드같은 곳. 평창도 시원하다든데 가보고 싶다.

10. 작품은 100개 찍는 것이 목표라고.
하정우: 진짜 쉴틈없이 찍었다. 앞으로 30년 더 찍으면 100편 찍을 것 같다.

10. 지치지 않나.
하정우: 나한테는 이게 생활이지.10. 언제 보람을 느끼나.
하정우: 공개되는 영화가 만족스럽다, 괜찮다고 느끼는 그런 순간. 또 예전에 내가 나왔던 영화들을 오랜만에 보면 ‘아 내가 저런 연기를 했었구나’라는 감회도 들고, 기록에 남는다는 것이 좋다.

10. 당신이 출연한 작품 중, 최근에 본 것은.
하정우: ‘프라하의 연인.’ 유튜브에서 봤는데 11년 전의 내가 너무 귀여웠다. 나에게도 20대가 있었구나 싶고. 마음은 20대에서 멈췄지만.(웃음) 그때 참 귀엽더라.

10. 마지막으로, ‘터널’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남겨졌으면 좋겠는가.
하정우: 무더운 이 한여름에 재밌고 공감가는 영화.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터널’이 두 시간이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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