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호야의 꿈은 세계 최고다, 가수로서. 2010년 그룹 인피니트로 데뷔해 가요계에서 수 차례 정상에 서 봤고,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고 있어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다. 또 다른 꿈도 있다, 배우로서. 잘 만들어진 이미지의 스타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저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소름 끼치게 좋다”는 그는 “배우로서 여러 작품의 여러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tvN ‘응답하라 1997’의 여리고 섬세한 강준희를 시작으로, SBS ‘가면’의 좌충우돌 청춘 변지혁, 영화 ‘히야’의 아이돌 지망생 이진호를 연기하며 호야는 차근차근 성장해 가고 있다. 훗날 자신이 그리는 진짜 배우의 모습으로 남기 위해.
10. ‘히야’를 2014년에 찍은 거로 안다. 2년 만에 세상에 나온 영화를 보니, 어떤가.
호야 : 촬영은 2014년 가을쯤에 시작해 겨울에 끝났다. 완성된 영화는,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기술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당시에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다 하긴 했는데 영화는 처음이어서, 내가 잘했나 못했나, 이것만 보느라 내용이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 (웃음) 그래서 VIP 시사회 때 전체적으로 좀 살피고,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하려고 다시 봤다. 그때도 정신 없긴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몇 번 더 볼 생각이다. (웃음) 영화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는데, 시사회 뒤풀이에서 정경호 선배님이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내가 엄마한테 말하는 신이었다고 하셨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데 이번엔 혼자 못 일어나겠다”라고 말하던 때의 연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해주셨다. 사실, 내가 해놓고도 ‘아… 이상한가’ 계속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선배님 말씀 덕에 자신감을 가졌다.10. 방금 말한 장면이 연기하면서 가장 몰입한 신이었나.
호야 : 그 연기를 한 게, 다리를 다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다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던 시기였다. 넘어져서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못 일어날 것 같은 진호의 상황과 내가 비슷한 것 같았다. 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부모님한테 아프다거나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한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걸 엄마한테 말하는 신이니… 많이 복받쳐 올랐다. 진심으로.
10. 영화 크랭크업 이후, 인피니트H 유닛 활동, 드라마 ‘가면’ 촬영, 인피니트 완전체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시간을 보낸 2016년의 호야가 2014년에 연기한 호야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도 같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듯싶고.
호야 :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춤이나 노래 같은 경우, 3개월, 6개월 전에 한 것만 봐도 ‘진짜 못했었구나’라고 느끼거든. 연기도 마찬가지다. 좋게는 ‘그 시간 동안 발전했구나’, 나쁘게는 ‘저땐 좀 잘한다 생각했는데, 못했구나’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저 연기는 딱 스물네 살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하라고 하면 하긴 하겠지만, 다르게 할 거 같다. 연기에 정답은 없듯이, 잘한다/못한다 개념이 아니다. ‘히야’에서 내가 연기한 진호는, 그때의 내게 가장 잘 맞았다. 왠지 그런 기분이다.
10. 영화 속 캐릭터 얘기를 해보면, 진호는 대구 사투리가 심했다.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 심사위원이 “사투리 고쳐와라”는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데뷔 전에 사투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나. 부산 출신이다.
호야 : 요즘도 부산 친구들이랑 많이 어울려서, 사투리가 나올 때가 많다. (웃음) 열아홉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을 때, 연습생을 관리하시던 실장님이 내가 사투리 쓰는 것 때문에 나를 많이 혼내셨다. 지금은 회사에 안 계신데, 진짜 무서우신 분이셨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연습하는 건 하나도 안 힘들었고, 오히려 재미있었는데, 사투리 고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그때로 꼽을 정도다. 그분에게 고맙지는 않지만, (웃음) 힘들었던 시기가 도움은 되었다. 열아홉 살 남자아이가 3개월 만에 사투리를 고치기란, 정말 쉽지 않거든. 3개월 만에 웬만큼은 다 고쳤다.
10. 진호는 가수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실력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귀가 안 좋았고, 경찰에게 쫓기는 형이 있었다. 캐릭터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만큼, 이번에 언론시사회 때 기관지가 안 좋아서 가수를 못할 뻔 했다,란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이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해결해 나가는 방법은 뭔가.
호야 : 단점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그걸 오히려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 자체가 장점이 되든, 그 단점 때문에 다른 장점이 생겨나든 말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게, 어렸을 때 기관지가 안 좋아서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체력이 좋아졌고,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쪽 질환이긴 해도 기관지가 안 좋아지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땐 운동 빼면 정말 나한텐 아무것도 없었다. 친척들마저 내게 어렸을 때부터 응급실에 많이 실려 갔을 정도로 몸이 약한데 댄스 가수를 어떻게 하느냐고, 그건 하늘이 하지 말라고 하는 뜻이라고까지 얘기하셨다. 하고 싶은 거랑 할 수 있는 건 다르다면서. 그래도,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고, 운동이 춤추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런 걸 또 느꼈던 게, 우리 팀에서 나랑 동우 형 빼고 나머지 다섯이 춤을 췄던 친구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 같이 춤을 추면, 너무 못 추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부터 우리가 ‘칼군무’를 콘셉트로 했던 게 아니라,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일곱 명이 로봇처럼 동작을 똑같이 맞추자 했던 거다. 아무리 못 추는 사람이 있어도 동작을 맞추면 잘 추는 것처럼 보이거든. 춤을 안 춰봤다는 게 단점이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니깐 그걸로 주목받았고 그게 우리만의 장점이 됐다. 단점이 있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거 같다.
10. 그런데 진호는 랩을 왜 그렇게 못하는 거로 나왔나. (웃음) 잘하는데 못하는 척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
호야 : 감독님이 그 ‘못하는’ 랩을 나보고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부터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10. ‘내가 여 온 거는 심사위원들한테는 청신호, 저기 저 아들한테는 적신호’ 이걸 직접 쓴 건가?
호야 : 맞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 분들이 콩트를 짜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순간순간 애드립으로 웃겨야 하는 게 아니라 하나를 다 완성해서 진짜 코미디를 보여줘야 했다. 너무 부담됐다. 대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랩을 만들어 주변의 친한 친구들에게 다 보여줬다. 웃기냐고 물어보면서. 피드백도 많이 받아서 수정을 많이 했다. Mnet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나 개그프로그램을 찾아보며 연습도 많이 했고 촬영 당일까지도 긴장하면서 갔는데, 촬영 날 딱 보여드리니 카메라 감독님들부터 스태프 분들까지 너무 좋아하셨다. (웃음) 그래서 한시름 놨었다.
10. 안 그래도 보면서 엄청 웃었다.
호야 : 아, 진짜? (웃음)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VIP 시사회 때 진짜 긴장했다. 그때 사람들이 웃나, 안 웃나 살폈다. (옆에 있던 관계자: 그때 다들 크게 ‘빵’ 터졌다.) 다행이다.
10. (웃음) 대체 어떻게 해야 못해 보이는 것처럼 할 수 있나.
호야 : 일단 박자를 못 맞춰야 하고, 발음도 안 좋게 해야 한다. 억양도 부자연스러우면 된다. (웃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제스처를 어설프게 하는 거였다. 랩을 잘하는 분들은 제스처도 다 잘하신다. 연기하면서 제스처랑 랩이랑 딱 맞아 떨어져 보이게, 어설퍼 보이게 하려 했다.
10. 그래도, 춤은 잘 추는 역할이었다. 속 시원했겠다, 그나마 춤이라도 맘껏 출 수 있어서.
호야 : 그렇지. 그건 좋았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춤까지 못 춰 버리면 진짜 형이 꽂아줘서 데뷔한 게 되어 버리잖아. (웃음) 춤은 잘 추는 설정이었는데, 가수로서의 역량을 영화 안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10.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로드킹 팀에 합류했을 때 멤버들이 춤 추는 모습에 답이 없어 보여서, (웃음) 여러 가지 동작들을 가르쳐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인피니트로 활동할 때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편인가.
호야 : 연습생 때 생각이 나서 내가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었다. 나랑 동우 형이 회사에 늦게 들어온 편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이 먼저 연습하고 있었는데, 아까 말했듯이, 아예 춤을 다 처음 춰 보는 친구들이었다. 영화 속에서 나온 것처럼 웃기게 추는 건 아니었지만 너무 못했다. (웃음) 연습하는 걸 보곤 큰일 났다 싶어서, 우리가 연습을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해서 연습을 끝내고 나면 따로 남아서 몇몇 애들한테 바운스라든지 힙합 기본기를 가르쳐줬다.10.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낸 장면들이 또 있나.
호야 : 수업 시간에 문제를 막 멋있게 푸는데 틀리지 않나. 그것도 내가 제안했다. 내 캐릭터가 좀 허세가 있긴 한데 모자란 부분이 많잖아. (웃음) 그런 성격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뭐, 자퇴한다고?” 하는 말부터 시작한다. 그런 사소한 장면들도 그렇고, 애드립도 많았다. 웃긴 장면은 거의 다 현장에서 했다. 반응이 좋으면 다른 앵글로 똑같이 한 번 더 찍고 그랬다.
10. 어린 시절에 가진 꿈 중, 영화감독도 있다. 배우로서 영화에 참여하며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나.
호야 : 영화는 정말 여럿이서 다 함께 집중해 하나를 만들어낸다는, 그런 감동이 있더라. 현장도 드라마 촬영 때보단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다들 표정부터 여유롭고, 일할 때도 그렇다. 이번에 지방으로 무대 인사를 가면서 느낀 게, 같이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데도 일하는 기분이 들지 않고 같이 어울려 놀며 뭔가를 하니 더 재미있고 보람찼다.
10. ‘히야’의 이진호를 비롯해, 그간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강준희, ‘가면’의 변지혁을 연기했다. 각각은 호야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호야 : ‘응칠’의 준희는 연기를 처음 하는 내게 딱 좋았던 캐릭터다. 한 번도 연기를 안 배워봤기에 자신감이 많이 없는 상태였다. 감독님과 리딩을 많이 하며 개인 레슨 받듯이 배웠는데,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촬영할 때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임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런 부분이 캐릭터랑 잘 맞았다. 준희가 확 남자다운 캐릭터는 아니잖아. 여리고 소심한 부분도 많았고. 그때 당시에 내가 조심스러워하던 부분이랑 잘 맞아 떨어져서 좋았다. 게다가 그때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 사이나, 촬영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10년 가까이 연기를 해 온 배우 분들도 이런 현장 분위기는 자신도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였다. 첫 시작을 ‘응칠’에서 해서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인상이 좋게 남아있다.
10. 시작이 좋았네.
호야 : 그랬다. ‘가면’의 지혁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흔한 성격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상에서 20대 초반 남자 캐릭터는 거의 다 그렇다. 좌충우돌에 철없고 약간은 막 나가는. (웃음) 왜, 실제로도, 20대 초반 남자들에겐 그런 마음들이 있잖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쉽게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극중 친누나였던 수애 누나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누나가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감독님도 나를 많이 예뻐해 주시며 칭찬을 해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었다.
10. ‘가면’에서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건달에게 맞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때, 잘했다.
호야 : 사실, ‘가면’은 촬영 전에 내가 제대로 연기를 배우고 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연기 레슨을 받았다. 원래는 ‘응칠’ 끝나고 연기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연기 선생님 두 분 정도를 만났다. 레슨을 조금 받아 봤는데, 근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한 글자 한 글자 억양을 다 잡아 주시더라. 내가 연기를 비록 잘 모르지만, 대사나 억양은 나타나는 결과물인 거고, 그 근본에는 감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않나. 내 안에서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들로부터 연기가 나오는 건데 결과만 코칭해주셨다. 그러다가 ‘가면’을 하기 전에 만난 선생님은 생각하시는 게 나와 똑같으셨다. 감정을 가르친다기 보다 함께 교류하는 거고, 그렇게 해서 같이 연습하는 거라고.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10. 그럼, ‘히야’는?
호야 : ‘히야’는 내 옛날 모습을 기록해 놓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가 절대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호라는 캐릭터만 놓고 보면 내(실제 호야) 이야기가 70~80% 정도 들어갔으니깐. 감독님이 이 캐릭터를 만드실 때 예전에 내가 한 인터뷰들을 다 찾아보셨고, 나와 만나서 한 이야기와 내가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캐릭터가 완성됐다. 연기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10. ‘히야’가 대구 사투리로 형이란 단어다. 실제 친형은 제외하고, 호야가 ‘히야’라고 부를만한 소중한 형(사람)은 누가 있을까.
호야 : 내가 이상하게 어린 시절부터 동갑이랑 안 친하다. 친형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같이 많이 놀았거든.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예전에 그랬던 게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동갑이면 완전 동등한 입장이니 서열 정리도 확실하지 않은데, 형은 형이니깐 그냥 형으로 모시면 되지 않나. 그래서인가, 형들이랑 잘 지낸다. 형들도 날 좋아하고. (웃음) 투 어 클락(2 o’clock)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같이 춤추던 형 두 명이랑 의형제처럼 지낸다. 요즘엔 작곡가팀 알파벳(Rphabet)의 (임)유섭이 형이랑 친하게 지낸다. 정말 너~무 친하다. 멤버들은 가족이지! 난 일하면서 만난 사람과는 내가 먼저 벽을 쌓는 편이라, 스태프들, 매니저들, 관계자들 통틀어서 다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친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형은 너무 착하고, 나랑 너무 잘 맞는다. 안 지 3년 정도 됐는데 조만간 여행도 같이 가기로 했다.
10. 인피니트로 2010년에 데뷔해서 가수로서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배우로서는 사실, 세 작품을 한 신인이다. 가수로서의 위치와 배우로서의 위치,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가면서 나아갈 생각인가.
호야 : 어렸을 때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인데, 가수로서는 진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음악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쟁쟁한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 없다. 그러기 위해서 아직도 매일 연습생들만큼, 어쩌면 연습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연기는, 좀 다르다. 최고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덤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그냥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소름 끼치게 좋다. 정말로, 진심으로. 연기를 안하고 있더라도 촬영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연기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그래서 연기에 있어서는 최고가 되겠다, 이런 욕심은 좀 버리고, 사실 그런 욕심도 많이 들지도 않고,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여러 작품의 여러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10. 배우로서 길게 보고 있구나.
호야 : 그렇다. 여러 가지를 차근차근 다 해보고 싶다.
10. ‘인피니트 호야’하면 대중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강한 이미지가 있다. 그렇다면 배우 호야, 배우 이호원이라고 했을 땐 어떤 그림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면 좋겠나.
호야 : 음… (한참 생각하다가) 나는 멋있는 역할을 해서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우 보다, 하정우 선배님이나 조진웅 선배님이 슬리퍼 신고 츄리닝 입고 소주 마시는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멋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얘기를 듣고 싶다. 결과적으로는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 사람들이 친숙하게 생각하되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배우로 성장해 가는 길목에서 다음 번엔 어떤 역할을 만나고 싶나.
호야 : 세 캐릭터 모두 어두운 역할이어서 진짜 밝은 캐릭터로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를 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멜로 연기를 제대로 못해봤거든. ‘응칠’때도 짝사랑했고, ‘가면’이나 ‘히야’에서도 아주 조금 그런 감정이 있긴 했지만 멜로 연기는 할 수 없었다. ‘응칠’때나 ‘히야’때 웃긴 애드립도 정말 많이 쳤는데 애드립도 맘껏 하면서도 멜로 연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호야의 인터뷰와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4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호야의 꿈은 세계 최고다, 가수로서. 2010년 그룹 인피니트로 데뷔해 가요계에서 수 차례 정상에 서 봤고,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을 하고 있어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다. 또 다른 꿈도 있다, 배우로서. 잘 만들어진 이미지의 스타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저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소름 끼치게 좋다”는 그는 “배우로서 여러 작품의 여러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tvN ‘응답하라 1997’의 여리고 섬세한 강준희를 시작으로, SBS ‘가면’의 좌충우돌 청춘 변지혁, 영화 ‘히야’의 아이돌 지망생 이진호를 연기하며 호야는 차근차근 성장해 가고 있다. 훗날 자신이 그리는 진짜 배우의 모습으로 남기 위해.
10. ‘히야’를 2014년에 찍은 거로 안다. 2년 만에 세상에 나온 영화를 보니, 어떤가.
호야 : 촬영은 2014년 가을쯤에 시작해 겨울에 끝났다. 완성된 영화는,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기술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당시에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다 하긴 했는데 영화는 처음이어서, 내가 잘했나 못했나, 이것만 보느라 내용이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 (웃음) 그래서 VIP 시사회 때 전체적으로 좀 살피고,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하려고 다시 봤다. 그때도 정신 없긴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몇 번 더 볼 생각이다. (웃음) 영화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는데, 시사회 뒤풀이에서 정경호 선배님이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내가 엄마한테 말하는 신이었다고 하셨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데 이번엔 혼자 못 일어나겠다”라고 말하던 때의 연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해주셨다. 사실, 내가 해놓고도 ‘아… 이상한가’ 계속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선배님 말씀 덕에 자신감을 가졌다.10. 방금 말한 장면이 연기하면서 가장 몰입한 신이었나.
호야 : 그 연기를 한 게, 다리를 다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다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던 시기였다. 넘어져서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못 일어날 것 같은 진호의 상황과 내가 비슷한 것 같았다. 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부모님한테 아프다거나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한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걸 엄마한테 말하는 신이니… 많이 복받쳐 올랐다. 진심으로.
10. 영화 크랭크업 이후, 인피니트H 유닛 활동, 드라마 ‘가면’ 촬영, 인피니트 완전체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시간을 보낸 2016년의 호야가 2014년에 연기한 호야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을 것도 같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듯싶고.
호야 :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춤이나 노래 같은 경우, 3개월, 6개월 전에 한 것만 봐도 ‘진짜 못했었구나’라고 느끼거든. 연기도 마찬가지다. 좋게는 ‘그 시간 동안 발전했구나’, 나쁘게는 ‘저땐 좀 잘한다 생각했는데, 못했구나’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저 연기는 딱 스물네 살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하라고 하면 하긴 하겠지만, 다르게 할 거 같다. 연기에 정답은 없듯이, 잘한다/못한다 개념이 아니다. ‘히야’에서 내가 연기한 진호는, 그때의 내게 가장 잘 맞았다. 왠지 그런 기분이다.
10. 영화 속 캐릭터 얘기를 해보면, 진호는 대구 사투리가 심했다.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 심사위원이 “사투리 고쳐와라”는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데뷔 전에 사투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나. 부산 출신이다.
호야 : 요즘도 부산 친구들이랑 많이 어울려서, 사투리가 나올 때가 많다. (웃음) 열아홉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을 때, 연습생을 관리하시던 실장님이 내가 사투리 쓰는 것 때문에 나를 많이 혼내셨다. 지금은 회사에 안 계신데, 진짜 무서우신 분이셨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연습하는 건 하나도 안 힘들었고, 오히려 재미있었는데, 사투리 고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그때로 꼽을 정도다. 그분에게 고맙지는 않지만, (웃음) 힘들었던 시기가 도움은 되었다. 열아홉 살 남자아이가 3개월 만에 사투리를 고치기란, 정말 쉽지 않거든. 3개월 만에 웬만큼은 다 고쳤다.
10. 진호는 가수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실력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귀가 안 좋았고, 경찰에게 쫓기는 형이 있었다. 캐릭터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만큼, 이번에 언론시사회 때 기관지가 안 좋아서 가수를 못할 뻔 했다,란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이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해결해 나가는 방법은 뭔가.
호야 : 단점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그걸 오히려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 자체가 장점이 되든, 그 단점 때문에 다른 장점이 생겨나든 말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게, 어렸을 때 기관지가 안 좋아서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체력이 좋아졌고,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쪽 질환이긴 해도 기관지가 안 좋아지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땐 운동 빼면 정말 나한텐 아무것도 없었다. 친척들마저 내게 어렸을 때부터 응급실에 많이 실려 갔을 정도로 몸이 약한데 댄스 가수를 어떻게 하느냐고, 그건 하늘이 하지 말라고 하는 뜻이라고까지 얘기하셨다. 하고 싶은 거랑 할 수 있는 건 다르다면서. 그래도,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고, 운동이 춤추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런 걸 또 느꼈던 게, 우리 팀에서 나랑 동우 형 빼고 나머지 다섯이 춤을 췄던 친구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 같이 춤을 추면, 너무 못 추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부터 우리가 ‘칼군무’를 콘셉트로 했던 게 아니라,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일곱 명이 로봇처럼 동작을 똑같이 맞추자 했던 거다. 아무리 못 추는 사람이 있어도 동작을 맞추면 잘 추는 것처럼 보이거든. 춤을 안 춰봤다는 게 단점이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니깐 그걸로 주목받았고 그게 우리만의 장점이 됐다. 단점이 있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거 같다.
10. 그런데 진호는 랩을 왜 그렇게 못하는 거로 나왔나. (웃음) 잘하는데 못하는 척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
호야 : 감독님이 그 ‘못하는’ 랩을 나보고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부터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10. ‘내가 여 온 거는 심사위원들한테는 청신호, 저기 저 아들한테는 적신호’ 이걸 직접 쓴 건가?
호야 : 맞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 분들이 콩트를 짜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순간순간 애드립으로 웃겨야 하는 게 아니라 하나를 다 완성해서 진짜 코미디를 보여줘야 했다. 너무 부담됐다. 대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랩을 만들어 주변의 친한 친구들에게 다 보여줬다. 웃기냐고 물어보면서. 피드백도 많이 받아서 수정을 많이 했다. Mnet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나 개그프로그램을 찾아보며 연습도 많이 했고 촬영 당일까지도 긴장하면서 갔는데, 촬영 날 딱 보여드리니 카메라 감독님들부터 스태프 분들까지 너무 좋아하셨다. (웃음) 그래서 한시름 놨었다.
10. 안 그래도 보면서 엄청 웃었다.
호야 : 아, 진짜? (웃음)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VIP 시사회 때 진짜 긴장했다. 그때 사람들이 웃나, 안 웃나 살폈다. (옆에 있던 관계자: 그때 다들 크게 ‘빵’ 터졌다.) 다행이다.
10. (웃음) 대체 어떻게 해야 못해 보이는 것처럼 할 수 있나.
호야 : 일단 박자를 못 맞춰야 하고, 발음도 안 좋게 해야 한다. 억양도 부자연스러우면 된다. (웃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제스처를 어설프게 하는 거였다. 랩을 잘하는 분들은 제스처도 다 잘하신다. 연기하면서 제스처랑 랩이랑 딱 맞아 떨어져 보이게, 어설퍼 보이게 하려 했다.
10. 그래도, 춤은 잘 추는 역할이었다. 속 시원했겠다, 그나마 춤이라도 맘껏 출 수 있어서.
호야 : 그렇지. 그건 좋았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춤까지 못 춰 버리면 진짜 형이 꽂아줘서 데뷔한 게 되어 버리잖아. (웃음) 춤은 잘 추는 설정이었는데, 가수로서의 역량을 영화 안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10.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로드킹 팀에 합류했을 때 멤버들이 춤 추는 모습에 답이 없어 보여서, (웃음) 여러 가지 동작들을 가르쳐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인피니트로 활동할 때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편인가.
호야 : 연습생 때 생각이 나서 내가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었다. 나랑 동우 형이 회사에 늦게 들어온 편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이 먼저 연습하고 있었는데, 아까 말했듯이, 아예 춤을 다 처음 춰 보는 친구들이었다. 영화 속에서 나온 것처럼 웃기게 추는 건 아니었지만 너무 못했다. (웃음) 연습하는 걸 보곤 큰일 났다 싶어서, 우리가 연습을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해서 연습을 끝내고 나면 따로 남아서 몇몇 애들한테 바운스라든지 힙합 기본기를 가르쳐줬다.10.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낸 장면들이 또 있나.
호야 : 수업 시간에 문제를 막 멋있게 푸는데 틀리지 않나. 그것도 내가 제안했다. 내 캐릭터가 좀 허세가 있긴 한데 모자란 부분이 많잖아. (웃음) 그런 성격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뭐, 자퇴한다고?” 하는 말부터 시작한다. 그런 사소한 장면들도 그렇고, 애드립도 많았다. 웃긴 장면은 거의 다 현장에서 했다. 반응이 좋으면 다른 앵글로 똑같이 한 번 더 찍고 그랬다.
10. 어린 시절에 가진 꿈 중, 영화감독도 있다. 배우로서 영화에 참여하며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나.
호야 : 영화는 정말 여럿이서 다 함께 집중해 하나를 만들어낸다는, 그런 감동이 있더라. 현장도 드라마 촬영 때보단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다들 표정부터 여유롭고, 일할 때도 그렇다. 이번에 지방으로 무대 인사를 가면서 느낀 게, 같이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데도 일하는 기분이 들지 않고 같이 어울려 놀며 뭔가를 하니 더 재미있고 보람찼다.
10. ‘히야’의 이진호를 비롯해, 그간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강준희, ‘가면’의 변지혁을 연기했다. 각각은 호야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호야 : ‘응칠’의 준희는 연기를 처음 하는 내게 딱 좋았던 캐릭터다. 한 번도 연기를 안 배워봤기에 자신감이 많이 없는 상태였다. 감독님과 리딩을 많이 하며 개인 레슨 받듯이 배웠는데,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촬영할 때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임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런 부분이 캐릭터랑 잘 맞았다. 준희가 확 남자다운 캐릭터는 아니잖아. 여리고 소심한 부분도 많았고. 그때 당시에 내가 조심스러워하던 부분이랑 잘 맞아 떨어져서 좋았다. 게다가 그때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 사이나, 촬영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10년 가까이 연기를 해 온 배우 분들도 이런 현장 분위기는 자신도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였다. 첫 시작을 ‘응칠’에서 해서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인상이 좋게 남아있다.
10. 시작이 좋았네.
호야 : 그랬다. ‘가면’의 지혁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흔한 성격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상에서 20대 초반 남자 캐릭터는 거의 다 그렇다. 좌충우돌에 철없고 약간은 막 나가는. (웃음) 왜, 실제로도, 20대 초반 남자들에겐 그런 마음들이 있잖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쉽게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극중 친누나였던 수애 누나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누나가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감독님도 나를 많이 예뻐해 주시며 칭찬을 해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었다.
10. ‘가면’에서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건달에게 맞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때, 잘했다.
호야 : 사실, ‘가면’은 촬영 전에 내가 제대로 연기를 배우고 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연기 레슨을 받았다. 원래는 ‘응칠’ 끝나고 연기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연기 선생님 두 분 정도를 만났다. 레슨을 조금 받아 봤는데, 근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한 글자 한 글자 억양을 다 잡아 주시더라. 내가 연기를 비록 잘 모르지만, 대사나 억양은 나타나는 결과물인 거고, 그 근본에는 감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않나. 내 안에서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들로부터 연기가 나오는 건데 결과만 코칭해주셨다. 그러다가 ‘가면’을 하기 전에 만난 선생님은 생각하시는 게 나와 똑같으셨다. 감정을 가르친다기 보다 함께 교류하는 거고, 그렇게 해서 같이 연습하는 거라고.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10. 그럼, ‘히야’는?
호야 : ‘히야’는 내 옛날 모습을 기록해 놓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가 절대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진호라는 캐릭터만 놓고 보면 내(실제 호야) 이야기가 70~80% 정도 들어갔으니깐. 감독님이 이 캐릭터를 만드실 때 예전에 내가 한 인터뷰들을 다 찾아보셨고, 나와 만나서 한 이야기와 내가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캐릭터가 완성됐다. 연기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10. ‘히야’가 대구 사투리로 형이란 단어다. 실제 친형은 제외하고, 호야가 ‘히야’라고 부를만한 소중한 형(사람)은 누가 있을까.
호야 : 내가 이상하게 어린 시절부터 동갑이랑 안 친하다. 친형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같이 많이 놀았거든.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예전에 그랬던 게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동갑이면 완전 동등한 입장이니 서열 정리도 확실하지 않은데, 형은 형이니깐 그냥 형으로 모시면 되지 않나. 그래서인가, 형들이랑 잘 지낸다. 형들도 날 좋아하고. (웃음) 투 어 클락(2 o’clock)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같이 춤추던 형 두 명이랑 의형제처럼 지낸다. 요즘엔 작곡가팀 알파벳(Rphabet)의 (임)유섭이 형이랑 친하게 지낸다. 정말 너~무 친하다. 멤버들은 가족이지! 난 일하면서 만난 사람과는 내가 먼저 벽을 쌓는 편이라, 스태프들, 매니저들, 관계자들 통틀어서 다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친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형은 너무 착하고, 나랑 너무 잘 맞는다. 안 지 3년 정도 됐는데 조만간 여행도 같이 가기로 했다.
10. 인피니트로 2010년에 데뷔해서 가수로서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배우로서는 사실, 세 작품을 한 신인이다. 가수로서의 위치와 배우로서의 위치, 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가면서 나아갈 생각인가.
호야 : 어렸을 때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인데, 가수로서는 진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음악 시장이 가장 큰 미국에서 쟁쟁한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 없다. 그러기 위해서 아직도 매일 연습생들만큼, 어쩌면 연습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연기는, 좀 다르다. 최고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덤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그냥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소름 끼치게 좋다. 정말로, 진심으로. 연기를 안하고 있더라도 촬영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연기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그래서 연기에 있어서는 최고가 되겠다, 이런 욕심은 좀 버리고, 사실 그런 욕심도 많이 들지도 않고,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여러 작품의 여러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10. 배우로서 길게 보고 있구나.
호야 : 그렇다. 여러 가지를 차근차근 다 해보고 싶다.
10. ‘인피니트 호야’하면 대중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강한 이미지가 있다. 그렇다면 배우 호야, 배우 이호원이라고 했을 땐 어떤 그림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면 좋겠나.
호야 : 음… (한참 생각하다가) 나는 멋있는 역할을 해서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우 보다, 하정우 선배님이나 조진웅 선배님이 슬리퍼 신고 츄리닝 입고 소주 마시는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멋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얘기를 듣고 싶다. 결과적으로는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 사람들이 친숙하게 생각하되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배우로 성장해 가는 길목에서 다음 번엔 어떤 역할을 만나고 싶나.
호야 : 세 캐릭터 모두 어두운 역할이어서 진짜 밝은 캐릭터로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를 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멜로 연기를 제대로 못해봤거든. ‘응칠’때도 짝사랑했고, ‘가면’이나 ‘히야’에서도 아주 조금 그런 감정이 있긴 했지만 멜로 연기는 할 수 없었다. ‘응칠’때나 ‘히야’때 웃긴 애드립도 정말 많이 쳤는데 애드립도 맘껏 하면서도 멜로 연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호야의 인터뷰와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4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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