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루비 스팍스(Ruby Sparks, 2012)’의 주인공, 소설가 캘빈은 자신이 꿈속에서 만난 가장 이상적인 여자 루비를 모델로 소설을 써내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 속 루비가 캘빈의 눈앞에 나타난다. ‘루비 스팍스’는 상상 속에 존재하던 완벽한 연인이 현실에 존재하게 됐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다.

소설 속의 루비가 캘빈의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여주인공 홍설(김고은)의 베스트프렌드 장보라가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보라는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그리고 ‘치인트’ 보라와 쏙 빼닮은, 친구였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배우 박민지가 텐아시아를 찾아왔다.10. ‘치인트’를 ‘로맨스릴러’라고 말하잖아요. 그전에 TV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캠퍼스 드라마에요. 캠퍼스 생활 어떠셨어요?
박민지: 끝났다는 느낌이 안나요. 며칠 뒤에 또 촬영하러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개인적으로 캠퍼스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요. ‘치인트’ 덕분에 촬영장 가서 팔자에 없었던 대학생활을 하고 왔네요. 대리만족을 제대로 했어요. (웃음) 9월 중순, 초가을에 첫 촬영을 시작해서 한파가 부는 겨울까지 계속 촬영이 이어지다 보니까 거의 한 학기를 다닌 느낌이에요.

10. 이제는 시청자의 마음으로 ‘치인트’를 보겠어요.
박민지: 그동안 내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니터링을 못했어요. 사전제작이라 촬영했던 내용들이 아직 방송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연기도 궁금했지만, 감독님께서 어떻게 우리 연기를 마무리 해주셨을 지도 궁금했고요. 지금은 한 명의 시청자로서 ‘치인트’를 보고 있어요.

10. 웹툰 원작이 워낙 인기가 있잖아요. 캐스팅이 발표될 때마다 싱크로율을 따지는 네티즌들도 많았고요. 이렇게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박민지: 원작 웹툰의 팬들이 많아서 시작하기 전부터 주목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까 모든 배우들이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걱정 반, 기대 반이긴 했어요. 방송을 보면 캐릭터들을 사랑해주실 거란 믿음은 있었지만, 진짜 반응이 궁금했거든요.10. 유정(박해진)을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하는데, 보라도 유정만큼이나 웹툰과 드라마의 싱크로율이 높아요.
박민지: 웹툰이 원작이라고 해서, 캐릭터의 외모나 하는 말, 행동들을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런데 제 원래 성격이 보라와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요. 연기를 할 때 보라가 마주한 상황에 저를 대입해서 연기하다보니 많이 비슷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10. 어떤 점이 보라와 많이 비슷한가요?
박민지: ‘치인트’의 보라처럼 실제로도 자기표현을 확실하게 하고, 감정표현도 분명하게 해요. 할 말은 다하는 스타일이죠. 보라처럼 친구들의 답답한 모습도 못 봐요. (웃음)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웃어주고, 같이 화내주는 그래요. 여자치고 의리도 있는 편이라서 그런 면들이 비슷했어요. 보라처럼 활달하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닮았어요.

10. 본인 의도와는 다르게 그렇게 친구들한테 신경을 쓰다보면 감정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극중에서 보라와 홍설도 한 번 말싸움을 하기도 했고요. 본인은 그런 경험 없었나요?
박민지: 설이가 좀 예민한 구석이 있어요. (웃음)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친구들의 답답한 모습을 못 본다는 뜻은 아니고, 친구들이 먼저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오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거기에 맞는 조언을 해준다는 뜻이었어요.

10. ‘연예인 친구’는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데 ‘친구 박민지’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닐 것 같아요. 털털한 매력이 느껴져요.
박민지: 저 친구들한테 조롱당하고, 놀림 받고, 망가지는 캐릭터에요. (웃음) 제가 홍대권에 사는데 이 동네 와서 사귀고, 이 동네서 생활하다 만난 친구들이 많아요. 다들 동네에서 편하게 지내는 그런 사이에요. 제가 연예인이라고 사람과 거리 두거나 의식하는 편도 아니고요.

10. 정말요? 낯을 안 가리나 봐요.
박민지: 네,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웃음) 서로 코드가 안 맞아서 나눌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제가 사람을 어려워하거나 그러지 않아요.10. 친구들이랑 주로 어떤 코드가 통하나요?
박민지: 같은 동네 사는 사이니까, 동네 소식 이야기하고, 같이 음악 얘기도 하고 그래요. 공연 같이 보러 가는 친구도 있어요. 평소에도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홍대 주변 공연장에도 자주 가거든요. 주변에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룸메이트도 공연 기획하는 친구에요.

10. 저에겐 없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 조금 부러운데요?
박민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저도 좁은 인간관계인 걸요. 제 주변은 대부분 방송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거나, 일을 하는 친구들이에요. 오히려 평범하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다니다가 지금은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번 ‘치인트’ 준비할 때 좀 어려웠어요. (웃음) 주변에 인문계 대학 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겨우겨우 찾아서 캠퍼스 생활 잘하는 팁 같은 걸 조사해봤어요.

10. 연이대 경영학과는 너무 이상한 친구들이 많은 것 아닌가요? 만약 제가 그 학교 신입생이라면 심각하게 반수를 고민했을 것 같아요. (웃음)
박민지: 한두 군데씩 결함이 있는 친구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웃음) 촬영현장은 즐거웠어요.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비슷한 또래였고, 몇 달 동안 같은 학교에 붙어있으니까 극중에서는 서로 사이가 나쁜 친구들도 카메라 밖에선 화기애애하게 지냈어요.

10. 유일하게 이상하지 않은 캐릭터 은택(남주혁)이가 보라 곁에 항상 있죠. (웃음)
박민지: 이상적인 남자죠. 착하고, 후배여도 친구처럼 편하고, 나만 엄청 좋아해주는 그런 남자니까요.

10.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남자를 보라는 사귀지 않는 걸까요?
박민지: 보라도 겉으로는 강한 것 같고, 씩씩하지만 마음은 여리고 정도 많은 친구에요.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러워하고 겁먹는 거죠. 저는 보라가 용기를 내서 은택이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0. 만약 본인이 보라였으면 은택이와 사귀었다는 건가요?
박민지: 저 같은 경우에는 앞뒤 재지 않고 그냥 사귀었어요. 저는 주변의 상황이나 그 이후의 것들에 신경 쓰지 않아요.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타입이거든요. 좋은 남자라고 생각되고, 내가 좋아하면 그 이외의 것들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죠. 찬구였던 사이가 연인이 되면서 생기는 인간관계의 변화에 두려움이 없어요. 물론 저도 사람이니까 좋았던 관계가 깨지면 상처는 받죠. (웃음)

10. ‘치인트’ 관련 댓글을 보면, “보라가 10년 전 ‘제니주노’의 제니, 박민지인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박민지가 전혀 활동을 안 했던 배우가 아니잖아요. 10년 만에 대중들이 다시 주목을 해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내심 속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민지: 속상하지는 않아요. 제가 그렇게 살아왔는걸요. (웃음) 워낙 데뷔작의 인상이 강해서 그걸 기억하는 분들도 많고, 제가 그런 반응에 속상해하면 제 스스로 20대 초중반을 부정하는 셈이니까요.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잘하면 되죠.

10.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박민지: 좀 단순한 편이에요. (웃음)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누구나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고, 과거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는데, 과거와 미래 중에서 어떤 걸 더 많이 생각하는지 그 차이인 것 같아요. 전 지나간 건 생각 안 하는 편이에요. 지난 일에 후회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아쉬웠던 일을 양분 삼아 앞으로 좀 더 잘하는 게 낫죠.



10. 왠지 노는 것도 좋아할 것 같아요.
박민지: 짱 좋아하죠. ‘놀기왕’이에요. (웃음) 친구들 많이 만나고, 만나면 차 마시면서 애기도 하고, 동네에 맛있는 집이 많아서 이 집은 어떤 게 맛있는지 품평도 하러 다녀요. 술도 좋아해서 친구들이랑 자주 마시고, 공연 같은 것도 많이 보러 다니고요. 또 혼자 놀 때는 좋은 영화 찾아서 보고, 이런 저런 생각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그리기도 많이 그리고, 자료 같은 것도 찾아봐요. 요리도 좋아해서 한 번 날 잡아서 근사하게 해먹고 누구 대접하기도 하고. 띵가띵가 혼자 기타도 쳐요. 저 진짜 잘 놀죠. (웃음)

10. 진짜 여러 취미를 가지고 있네요. 저도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혹시 제 고민도 해결해줄 수 있나요? (웃음)
박민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제 연기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도 내가 관심이 있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공부하는 것처럼 ‘일주일에 한 점 이상 그려봐야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나가다 보면 진득한 취미가 되고, 좋은 친구가 되더라고요. 만약에 요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일주일에 하나씩 꾸준히 쉬운 요리부터 도전해보세요.

10.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죠. 본인의 인생 영화를 꼽아보자면?
박민지: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처럼 어마어마한 내공을 쏟아 붓는 여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 중에 하나에요. 또, ‘하나와 앨리스’ 좋아해요. 데뷔 초에 그 영화가 개봉했는데 제 감성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영화에요.

10. 최근에 봤던 영화중에 좋은 영화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웃음)
박민지: 제가 얼마 전에 ‘루비 스팍스’란 영화를 봤어요. ‘500일의 썸머’ 같이 밝은 로맨스 영화인데 마냥 꺄르르 재미있는 것은 아니고요, 영화 말미에 깊은 멜로 감성이 있어요. 그게 정말 인상 깊었거든요. 남녀주인공에 굉장히 몰입해서 봤었어요. 소재도 굉장히 독특하니까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10. 2016년에 어떤 목표가 있나요?
박민지: 올해부턴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다보니까 올해는 20대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1년 꽉꽉 채워서 열심히 일하고 싶고요. 연초에 ‘치인트’로 얻은 좋은 기운이 계속 쭉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직 차기작이 정해진 게 아니라 목표라고 하기보단 바람이라고 해야 좋을 것 같아요. (웃음)

10.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은지 궁금해요.
박민지: 좀 더 성숙하고 원숙해지기 전에 엉뚱하고 매력적인 로맨스물 여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어요. 로맨스물로 데뷔를 했지만 그 이후에 파트너가 있는 멜로 연기를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굳이 주인공이 아니어도 되니까 앞으로 팍팍하고 싶어요. (웃음) 예를 들면 영화‘500일의 썸머’의 주인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적인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10. 어떤 이미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나요?
박민지: 제가 KBS ‘너는 내 운명’에서 김정난 선배님 큰 딸로 나온 적이 있어요. 잘해주시기도 했고, 배우로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많지만, 잘하는 사람들도 다 각자 느낌이 다르잖아요. 묵직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는가하면, 노련하게 하는 분들도 있고. 김정난 선배는 모든 연기를 정말 다 잘하시는 거예요. 그런 모습들이 프로처럼 느껴졌어요. 존경스러웠어요. 저도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야무지게 ‘연기 참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 혜정 기자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