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그녀는 예뻤다’ 16회 2015년 11월 11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혜진(황정음)과 성준(박서준)은 각자 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 동화작가로 새 출발한 혜진은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성준과는 영상통화 등으로 원거리 연애를 이어간다. 성준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해 김라라(황석정) 후임으로 모스트 편집장이 된다. 혜진은 동화작가로 데뷔하고, 성준과 결혼한다. 하리(고준희)는 자신의 힘으로 호텔리어로 복귀했고, 신혁(최시원)는 새 책을 출간한다.리뷰
모든 동화는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끝나왔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읽었던 동화들은 그랬다. 결혼 이후는 모른다. ‘오래오래’라는 게 얼마만큼의 시간인지도 알 수 없다. ‘그녀는 예뻤다’는 어쨌든 어느 순간부터, 동화의 길을 택했고 가장 동화스러운 결말로 끝났다. 물론, 해피엔딩이긴 하다.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웃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동화에는 당대의 사회상과 시대정신의 반영이 스며 있다. 원래는 ‘동화’가 아니었던, 말하자면 어른들의 한과 염원이 서린 민담이나 전설이 훗날 뼈대만 동화처럼 남은 것들도 있다. 우리가 아는 세계명작동화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알고 보면 ‘잔혹동화’ 인 경우도 많다. 비유와 은유로 현실과 인간의 심연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화라는 장르나 세계가 애초에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막힌 부분에 대한 도피처는 더더욱 될 수 없는 이유다.

혜진이 남긴 ‘동화’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첫사랑과의 사랑을 ‘역변’과 ‘정변’에도 아랑곳없이 이루고 결혼했다는 해피엔딩은, 이제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 속에나 있는 ‘동화’가 아닐까. 동화 같은 결말은 정해져 있었고, 뜬금없이 시작한 동화작가 일로도 승승장구하며 ‘꿈’을 이룬 그녀는 정말 예뻤다. 그녀는 애초부터 성준의 동화 속 공주님이었으니까.혜진이 ‘동화작가’가 된다는 설정이야말로 동화 같을 뿐이다. 동화작가 되는 게 그리 쉬운가. 이력서 100번 쓰고 겨우겨우 들어간 회사를 당장 때려치울 만큼 ‘전망’ 있는 일인가. 혜진은 초반에 아무 재주도 스펙도 없는 ‘평균치’ 현실을 보여주더니,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초능력자가 된 듯 모든 일을 척척 잘해냈고 별안간 어려서부터의 꿈이 동화작가였다며 그쪽으로 건너간다. 사랑을 이룬 것보다, 데뷔작으로 성공해 널따란 서재를 갖게 된 게 사실 더 기적 같기도 하다. 세계적 작가 ‘텐’이 옆에서 늘 장난을 걸던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것은 정말 예쁜 순정만화였다.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이루는 진짜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혜진의 마지막 말은, 좋다. 마음까지 흐뭇해지는 마지막회의 따뜻한 분위기도 좋다. 기적이 아니고도 꿈 혹은 사랑을 이루는 평범한 일상을 우리가 꿈꾸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고, 그게 우리들의 ‘잔혹동화’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수다 포인트
- 폭탄머리와 생머리, 누가 진짜 예쁜 그녀였을까?
– 김라라 편집장님, 열애 축하해요!
– 김풍호 부사장 명패를 망치로 쓰는 대반전, 제일 모스트스러웠어요.

김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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