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한혜리 기자]

“굿바이 신해철,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 ‘날아라 병아리’ 신해철.

벌써 신해철이 떠난지 1년이 지났다. 1주기가 가까워질수록 그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짙어졌다. 후배들도, 팬들도, 모든 이들이 신해철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방송계 역시 1주기에 맞춰 특별한 추모를 진행했다. 어떤 방송은 유쾌하게, 또 어떤 방송은 먹먹한 눈물로 신해철을 추억했다. 어떤 방식이든 모두가 그를 그리워했다는 건 같았다. 잠깐이었지만, 한 시간 가량의 방송들을 통해 우리는 그가 명곡들과 함께 우리 곁에 남아있음을 느꼈다. 동시에 그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 후배들이 되살린 멋진 추억들 ‘불후의 명곡’

지난 24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에서는 전설 신해철의 명곡을 재해석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후배들은 신해철에 대한 존경심과 그리움을 노래로 표했다. 시청자들과 관객들 역시, 후배들이 선사한 신해철 명곡들로 그를 기억했다. 전 출연진과 밴드 넥스트가 함께한 ‘그대에게’로 흥겹게 포문을 열었다. 하동균의 ‘날아라 병아리’, 정동하의 ‘그런 슬픈 표정 짓지 말아요’로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어 키스의 ‘재즈카페’,후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신해철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불후의 명곡’은 신해철의 명곡뿐만 아니라, 그가 얼마나 멋진 선배였는지 알려줬다. 후배들은 자연스레 신해철과 함께했던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았고, 유쾌하기도 하며 먹먹한 이야기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더 짙게 만들었다. 이는 그가 좋은 명곡과 더불어,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갔음을 의미했다.



# 우리들 가슴 속에, ‘히든싱어’ 신해철NBA 챔피언이자 유럽 농구의 1인자 토니파커는 어린 시절 마이클 조던이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 우상과 함께 한 코트에서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음악은 스포츠와 다르다. 음악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나의 우상과 한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가 고인이 됐더라도 말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히든싱어4’가 바로 그런 자리였다. ‘히든싱어’ 신해철 편은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마왕의 라이브를 들려줬다. 그것도 그를 사랑했던 팬들과 함께 부르는 기적 같은 라이브였다.

‘히든싱어4’ 신해철 편은 순간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신해철과 그의 음악 인생을 추억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는 자리였다. 만약 신해철이 무대에 함께 있었으면 어떤 농담을 했을지 추측하고,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하나둘씩 공개됐다. 즐겁게 그를 기억했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 않게 신해철을 추모하고자 한 것이다.

3라운드 ‘그대에게’는 가장 감동적인 무대였다. 무대 마지막에 비어있는 신해철 자리를 핀 조명으로 비추고,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 그의 음성에 모창능력자들이 화음을 쌓아올리는 연출은 ‘그대에게’가 이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지 부분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 누구나 신해철을 그리워할 수 있다 ‘복면가왕’

지난 25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서 ‘꼬마 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 은가은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2라운드 솔로곡 무대를 꾸몄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판정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록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에게 패해 가왕이 되지 못했지만 은가은의 ‘그대에게’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김성주는 가면을 벗은 은가은에게 ‘그대에게’를 반드시 부르고 싶어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신해철과의 관계를 물었다. 은가은은 신해철 때문에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며 “해철 오빠가 저한텐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추모 공연에서 제가 노래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직 제 능력으로는 그 무대에 설 수가 없었어요”라며 2라운드에 ‘그대에게’를 선곡한 이유를 설명했다.

신해철을 위한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은가은에게 ‘복면가왕’은 더없이 소중한 무대였다. 가면만 쓰고, 얼굴만 가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와 은가은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했다. ‘복면가왕’은 시청자들에게 신해철이 가요계에 뿌린 씨앗, ‘그대에게’와 은가은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능력이 없어서 추모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은가은의 말은 우리의 편견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다. 혹시 우리가 그동안 인기와 명성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추모할 기회에 자격이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KBS2 ‘불후의 명곡’, MBC ‘복면가왕’, JTBC ‘히든싱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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