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영화 ‘도둑들’에서 천만관객의 마음을 훔치더니, ‘암살’에선 제대로 저격했다. 가히 명사수답다. 최동훈 감독 이야기다. 한국형 범죄영화의 포문을 연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최동훈 감독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탐험하길 즐겼다. 덕분에 그의 영화들은 ‘한국에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기대와 우려에 자주 부딪혔다. ‘암살’ 역시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 중 성공한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공격을 받은 작품.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을 악착같이 관통해 나가는 최동훈의 승부사 기질은 결국 이 탐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의 다음 여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Q. ‘새벽의 7인’(루이스 길버트), ‘블랙 북’(폴 버호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쿠엔틴 타란티노) 등 외국에서는 레지스탕스를 다룬 영화들이 자주 만들어지고 흥행 성적도 좋다. 영화적으로 주목할 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 안 됐을까.
최동훈: 나도 그게 궁금하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 시대를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힘든 시대였고. 너무 힘들면 아예 떠올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Q. 그런데 또 드라마에서는 레지스탕스들이 여러 번 다뤄졌다. 멀리 ‘여명의 눈동자’부터.
최동훈: 그래서 오히려 레지스탕스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게 있다. 고민되는 지점도 많았지만, 꼭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
Q. ‘전우치’(2009) 인터뷰 때 이완용 암살사건을 준비하다고 중단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암살’은 그때 작품의 연장선인가.
최동훈: 그 고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이야기가 잘 안 써졌다.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더라. 가지는 굉장히 많은데 중심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때를 기다리다가 뭔가가 떠오르면 하자!’고 하고선 일단 놔 둔 거다. 글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써지는 부분이 있고, 의지적인 측면도 있거든.
Q. 자연스럽게 쓰는 편인가, 의지로 쓰는 편인가.
최동훈: 나는 의지적인 면이 크다.(웃음)Q. 의지를 발휘하는 이유는…
최동훈: 영화를 하기 위함이다.
Q. 작가로서의 기질과 감독으로서의 기질 중 감독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 건가.
최동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영화감독…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그 두개를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데뷔할 때부터 내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의 많은 감독님들이 또 본인이 직접 쓰지 않나.
Q. 본인이 쓰면서, 한국에 시나리오 작가가 없다고 아쉬워도 하더라.(웃음)
최동훈: 좋은 시나리오 작가들은 다 감독 데뷔를 해 버렸으니까.(웃음) 시나리오 작가가 부족하지 않으려면 돈을 더 많이 줘야겠지.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인식이고. 할리우드는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보다 더 권력이 세다. 감독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Q. 인기 있는 작가만 그런 게 아닐까.
최동훈: 아니다. 할리우드는 시나리오 작가가 더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감독은 고용돼서 연출만 하는 거고. 시나리오를 잘 쓰기가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시나리오가 좋다면 영화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안 좋으면 영화는 반드시 안 좋다.
Q. 말했듯 지금까지 직접 쓴 시나리오로 작품을 만들었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타인의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 의향도 있는 건가.
최동훈: 있지. 그런데 안 준다.(웃음) 나에게까지 기회가 안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쟤는 항상 자기가 써서 한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Q. ‘암살’이 첫 공개 됐을 때 많이 나온 이야기가 ‘최동훈이 달라졌다’였다. 그런데 그 말은 ‘전우치’ 때도 듣지 않았었나.
최동훈: 뭐, 매번 나오는 말이다.(웃음) ‘전우치’ 때와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 ‘전우치’에 비하면 폭죽을 터뜨려주는 느낌이랄까. 그땐 기자들이 핸드백에 칼을 숨기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달라졌다며 너무들 싫어했다.(웃음) 그에 비하면 ‘암살’이야.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중적인 심리다. 전작과 같으면 똑같다고 뭐라 할 테고, 달라지면 또 달라졌다 할 테고. 결국 ‘변했다’는 건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재미있느냐 아니냐가 아닐까 싶다.Q.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이 나올 당시 한국에 그런 류의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형 케이퍼 무비로 정의됐고. 이어 나온 ‘타짜’ 역시 그런 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없던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다.
최동훈: 지금도 기억난다. 다들 “무조건 망할 거다”라고 했다.(웃음) ‘전우치’ 때도 마찬가지였고. 어우~ 쉽지 않아.(웃음)
Q. ‘일제 시대를 다룬 작품은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 하고 또 ‘암살’을 만들었다. 뭔가…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최동훈: 승부사 기질까지는 아니고. 어쨌든 험난한 파도를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고 편한 것보다는 남들이 안 하고 어려운 걸 하는 게 더 재미있기도 하고. 대중들이 원하는 것도 오히려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있다. ‘암살’의 경우 예산이며 사회적 통념이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서 더 악착같이 관통해 나가려 했다. 그래야 다음 작품을 또 할 힘이 생길 것 같았거든.
Q. 남들이 아니라는 말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데, 동시에 느는 건 스트레스겠다.
최동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려면 영화를 안 하면 되려나. 그런데 안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Q.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 같은 건가.
최동훈: 그럼. 받아들이고 살아야지.
Q. 스트레스가 오히려 당신의 힘 같다는 생각도 든다.
최동훈: 옛날에는 안 이랬는데.(웃음) 나름 낭만주의자였다. 긍정주의자였고. 지금도 긍정주의자라 생각한다. 음… 그런 것 같다. 영화감독 뿐 아니라 모든 직업이 ‘잘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받아들이고 사는 수밖에.
Q. 어떤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가 영화를 만들게 하기도 한다. ‘암살’에 그런 게 있었나.
최동훈: 있었다. ‘총 든 여자!’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한다.
Q. 그러고 보니 “여성 캐릭터 대사를 쓰는 게 재밌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최동훈: 그게 어디 영화뿐이겠나~(일동웃음) 평소에도, 뭐. 하하하하. 여성액션은 보는 재미가 있다. 의외성이랄까. 남자가 하는 건 굉장히 익숙하지 않나. 여자가 하면 조마조마한 스릴이 있다. 아무리 잘 훈련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여성 액션의 악전고투엔 서스펜스가 있다.
Q. 빌리 와일더 감독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표현해 왔다. 빌리 와일더는 “잘할 수 있는 걸 해라. 그래야 말이 되는 걸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최동훈: 그 양반 말은 이제 못 믿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빌리 와일더는 코미디도 잘 하고, 스릴러도 잘 했더라고(웃음). 그래서 이젠 그 말을 달리 해석한다. ‘코미디를 잘 하니까 코미디만 해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에 목표를 잡아서 딱 그 만큼 집중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Q. 시나리오를 쓸 때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를 정해 놓고 쓴다고 들었다.
최동훈: 혼자 조용히 정해놓고 쓴다. (캐스팅에서) 까이면 창피하니까. 하하. 엄청 까여도 봤다.
Q.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에 대한 판타지를 키우며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쓸 텐데, 캐스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새로 캐스팅 된 배우에 맞게 시나리오를 바꾸나?
최동훈: 배우에 맞게 바꾼다. 가령 대사의 조사나 단어 같은 것들. “~습니까”라고 묻는 것과 “~했나요”라고 묻는 것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촬영 직전까지 대사 한 줄 때문에 고민할 때도 있다. 그 한 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사람들은 ‘일단 넣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빼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는 언어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Q. 덕분에 당신 작품 속 인물들은 특유의 찰진 말맛을 뽐내는 게 아닌가 싶다. 언어에 민감한 건, 보습학원 국어강사 이력이 영향을 미친 건가. 아니면 타고난 건가.
최동훈: 보습학원 강사시절은 내 인생의 암흑기였고.(웃음) 정확히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바뀌었다. 배우가 대사를 한다는 것. 정확하게 써서 배우에게 주고 싶은데,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물론 내 현장에도 애드리브는 허용된다. 다만 반드시 해야 할 대사는 예외다. 소중하게 만지는 대사들이 많다.
Q. 신념을 지키려는 안옥윤(전지현), 살기 위해 밀정이 된 염석진(이정재), 자유를 꿈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누구와 가장 가까웠을 것 같나. 예술가이니 역시 하와이 피스톨에 가장 가까웠을까.
최동훈: 글쎄. 하와이 피스톨은 처음 시대를 외면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가 그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느냐에 따라 안옥윤이 되느냐, 염석진이 되느냐로 나뉘었겠지. 낭만주의자, 혹은 자유주의자 같은 인물이 탁 돌아섰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이지 않았나 싶다.
Q. ‘암살’은 액자식 구성이다.
최동훈: 시간 순이다.
Q. 반민특위 재판이 이뤄지는 1949년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서 30년대로 가니, 시간 순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뭔가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나온 결과물인 건가.
최동훈: 그 장면이 딱 하나 들어간 거다. 일부터 ‘툭’ 한 씬을 넣은 거지.
Q. 이렇게 구성을 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최동훈: 어깃장을 하나 넣는 거다. 너무 순탄하게 흘러가면 재미없으니까. 나는 밸런스가 정확하게 맞는 것 보다, 약간 틀어진 게 좋다.
Q. 아마 플래시백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이지 않나 싶다. ‘범죄의 재구성’은 특히나 구조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최동훈: 특이한 구성을 좋아하는데 ‘범죄의 재구성’ 땐 더 과격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 볼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그럼 또 이런 말을 듣겠지. “최동훈이 자기 걸 베꼈다!”고.(일동웃음) 시간과 공간을 헝클이는 것에 호기심이 많다.
Q. 시나리오를 쓸 때 형식과 구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최동훈: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표현하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 씬 다음에 어떤 씬이 붙는가! 그 자체도 구조니까. 구조가 스토리도 변형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하는 거다. 한국은 구조를 비틀면 장난쳤다고 하는 경향도 있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천재적인 두뇌로 모두 본다.
Q. 편집은 어떤가.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 게 편집인데.
최동훈: 구성은 개론이고. 편집으로 들어가면 더 다양한 걸 만질 수 있다. 편집은 촬영만큼이나 중요하다. 시나리오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고. 편집에서 영화의 톤이 뒤집힐 수 있으니까.
Q. 후반 작업 때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겠다.
최동훈: 하루 종일 매달린다. 그런데 방법은 간단하다. 훌륭한 편집기사와 하면 된다.
Q. 신민경 편집기사?
최동훈: 맞다. 다섯 작품 모두 신민경 편집기사와 했다. 둘이 툭탁툭탁 싸우긴 해도, 잘 맞는다.(웃음) 에너지도, 기질이 너무 좋은 사람이다.
Q. 반면 ‘암살’에서 촬영감독은 바뀌었다. 쭉 최영환 촬영감독과 호흡을 맞춰오다가, 이번엔 김우형 촬영감독과 작업을 했다. 흥미롭게도 최영환 촬영감독은 ‘베테랑’을 찍었고.
최동훈: 최영환-김우형 두 분의 성향이 다르다. 굉장히 재미있다. 그런데 사실 최영환 촬영감독은 나보다 류승완 감독과 먼저 작업을 했었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피도 눈물도 없이’를 모두 했었으니까. ‘범죄의 재구성’의 경우 ‘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고 “저 촬영감독 누구야?” 놀라워하면서 섭외하게 된 케이스다.(웃음) 그때부터 쭉 함께 했던 거지. 김우형 촬영감독과의 이번 작업은 굉장히 즐거웠다. 너무 잘 찍지 않나. ‘만추’(김태용 감독) 때 촬영도 너무 좋았고. 아…나도 ‘만추’ 같은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웃음)
Q. (웃음) ‘암살’ 초반, 멀티 캐스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동훈: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왜 비난 받아야 하는 건가?
Q. 비난의 요지는, 멀티캐스팅이 흥행을 위한 안전한 선택이라는 거였다.
최동훈: 나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떠한 캐스팅이 안전을 도모해 주는 시장이 이젠 아니지 않나. ‘암살’의 경우 그 배우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함께 한 거다. 감독에겐 어떤 촉이라는 게 있다. ‘저 배우와 하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게. 원하는 배우가 해 주면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Q.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구로동 샤론스톤 염정아, ‘타짜’(2006)에서의 정마담 김혜수, ‘도둑들’(2012)에서의 애니콜 전지현. 모두 당신이 재발견한 배우들의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도둑들’에 이어 아내인 안수현 프로듀서와 함께했다. 프로듀서가 아내인 것은 어떤 느낌인가. 집에서도 보고 밖에서도 보는 건 장단점이 있을 텐데.
최동훈: 단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단점은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안다는 것? 숨을 곳이 없다는 거? 글쎄, 좋은 게 더 많아서.(웃음)
Q. ‘타짜’에서 평경장(백윤식)이 고니(조승우)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니?”라고. 이 질문을 하고 싶다.
최동훈: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도 온다. 그러니까 세상과 나 사이의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알게 되는 거다. 그 벽을 깨야 하는데, 어려운 건 늘 어렵기만 하고… 결론은 ‘세상은 녹록치 않더라!’
Q. 마지막 질문이다. 훗날, 최동훈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나온다면 꼭 등장해야 하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 세 명을 뽑는다면.
최동훈: 나를 모델로 한 영화는 절대 나오면 안 된다. 재미없다.(웃음) 글쎄. 일단 내가 나와야 할 테고. 그리고 안수현. 나머지 한명이 누구냐인데…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이야기가 확 달라지겠군.(웃음) 어려운 질문이다. 음… 내가 생각을 너무 많아 하나? 요즘 내 심리상태가 이렇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영화 ‘도둑들’에서 천만관객의 마음을 훔치더니, ‘암살’에선 제대로 저격했다. 가히 명사수답다. 최동훈 감독 이야기다. 한국형 범죄영화의 포문을 연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최동훈 감독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탐험하길 즐겼다. 덕분에 그의 영화들은 ‘한국에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기대와 우려에 자주 부딪혔다. ‘암살’ 역시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 중 성공한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공격을 받은 작품.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을 악착같이 관통해 나가는 최동훈의 승부사 기질은 결국 이 탐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의 다음 여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Q. ‘새벽의 7인’(루이스 길버트), ‘블랙 북’(폴 버호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쿠엔틴 타란티노) 등 외국에서는 레지스탕스를 다룬 영화들이 자주 만들어지고 흥행 성적도 좋다. 영화적으로 주목할 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 안 됐을까.
최동훈: 나도 그게 궁금하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 시대를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힘든 시대였고. 너무 힘들면 아예 떠올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Q. 그런데 또 드라마에서는 레지스탕스들이 여러 번 다뤄졌다. 멀리 ‘여명의 눈동자’부터.
최동훈: 그래서 오히려 레지스탕스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게 있다. 고민되는 지점도 많았지만, 꼭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
Q. ‘전우치’(2009) 인터뷰 때 이완용 암살사건을 준비하다고 중단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암살’은 그때 작품의 연장선인가.
최동훈: 그 고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이야기가 잘 안 써졌다.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더라. 가지는 굉장히 많은데 중심이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때를 기다리다가 뭔가가 떠오르면 하자!’고 하고선 일단 놔 둔 거다. 글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써지는 부분이 있고, 의지적인 측면도 있거든.
Q. 자연스럽게 쓰는 편인가, 의지로 쓰는 편인가.
최동훈: 나는 의지적인 면이 크다.(웃음)Q. 의지를 발휘하는 이유는…
최동훈: 영화를 하기 위함이다.
Q. 작가로서의 기질과 감독으로서의 기질 중 감독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 건가.
최동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영화감독…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는데…그 두개를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데뷔할 때부터 내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의 많은 감독님들이 또 본인이 직접 쓰지 않나.
Q. 본인이 쓰면서, 한국에 시나리오 작가가 없다고 아쉬워도 하더라.(웃음)
최동훈: 좋은 시나리오 작가들은 다 감독 데뷔를 해 버렸으니까.(웃음) 시나리오 작가가 부족하지 않으려면 돈을 더 많이 줘야겠지.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인식이고. 할리우드는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보다 더 권력이 세다. 감독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Q. 인기 있는 작가만 그런 게 아닐까.
최동훈: 아니다. 할리우드는 시나리오 작가가 더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감독은 고용돼서 연출만 하는 거고. 시나리오를 잘 쓰기가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시나리오가 좋다면 영화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안 좋으면 영화는 반드시 안 좋다.
Q. 말했듯 지금까지 직접 쓴 시나리오로 작품을 만들었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타인의 작품으로 영화를 만들 의향도 있는 건가.
최동훈: 있지. 그런데 안 준다.(웃음) 나에게까지 기회가 안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쟤는 항상 자기가 써서 한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Q. ‘암살’이 첫 공개 됐을 때 많이 나온 이야기가 ‘최동훈이 달라졌다’였다. 그런데 그 말은 ‘전우치’ 때도 듣지 않았었나.
최동훈: 뭐, 매번 나오는 말이다.(웃음) ‘전우치’ 때와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 ‘전우치’에 비하면 폭죽을 터뜨려주는 느낌이랄까. 그땐 기자들이 핸드백에 칼을 숨기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달라졌다며 너무들 싫어했다.(웃음) 그에 비하면 ‘암살’이야.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중적인 심리다. 전작과 같으면 똑같다고 뭐라 할 테고, 달라지면 또 달라졌다 할 테고. 결국 ‘변했다’는 건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재미있느냐 아니냐가 아닐까 싶다.Q.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이 나올 당시 한국에 그런 류의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형 케이퍼 무비로 정의됐고. 이어 나온 ‘타짜’ 역시 그런 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없던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다.
최동훈: 지금도 기억난다. 다들 “무조건 망할 거다”라고 했다.(웃음) ‘전우치’ 때도 마찬가지였고. 어우~ 쉽지 않아.(웃음)
Q. ‘일제 시대를 다룬 작품은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 하고 또 ‘암살’을 만들었다. 뭔가…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최동훈: 승부사 기질까지는 아니고. 어쨌든 험난한 파도를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고 편한 것보다는 남들이 안 하고 어려운 걸 하는 게 더 재미있기도 하고. 대중들이 원하는 것도 오히려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있다. ‘암살’의 경우 예산이며 사회적 통념이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서 더 악착같이 관통해 나가려 했다. 그래야 다음 작품을 또 할 힘이 생길 것 같았거든.
Q. 남들이 아니라는 말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데, 동시에 느는 건 스트레스겠다.
최동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려면 영화를 안 하면 되려나. 그런데 안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Q.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 같은 건가.
최동훈: 그럼. 받아들이고 살아야지.
Q. 스트레스가 오히려 당신의 힘 같다는 생각도 든다.
최동훈: 옛날에는 안 이랬는데.(웃음) 나름 낭만주의자였다. 긍정주의자였고. 지금도 긍정주의자라 생각한다. 음… 그런 것 같다. 영화감독 뿐 아니라 모든 직업이 ‘잘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받아들이고 사는 수밖에.
Q. 어떤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가 영화를 만들게 하기도 한다. ‘암살’에 그런 게 있었나.
최동훈: 있었다. ‘총 든 여자!’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한다.
Q. 그러고 보니 “여성 캐릭터 대사를 쓰는 게 재밌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최동훈: 그게 어디 영화뿐이겠나~(일동웃음) 평소에도, 뭐. 하하하하. 여성액션은 보는 재미가 있다. 의외성이랄까. 남자가 하는 건 굉장히 익숙하지 않나. 여자가 하면 조마조마한 스릴이 있다. 아무리 잘 훈련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여성 액션의 악전고투엔 서스펜스가 있다.
Q. 빌리 와일더 감독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표현해 왔다. 빌리 와일더는 “잘할 수 있는 걸 해라. 그래야 말이 되는 걸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최동훈: 그 양반 말은 이제 못 믿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빌리 와일더는 코미디도 잘 하고, 스릴러도 잘 했더라고(웃음). 그래서 이젠 그 말을 달리 해석한다. ‘코미디를 잘 하니까 코미디만 해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에 목표를 잡아서 딱 그 만큼 집중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Q. 시나리오를 쓸 때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를 정해 놓고 쓴다고 들었다.
최동훈: 혼자 조용히 정해놓고 쓴다. (캐스팅에서) 까이면 창피하니까. 하하. 엄청 까여도 봤다.
Q. 캐스팅 하고 싶은 배우에 대한 판타지를 키우며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쓸 텐데, 캐스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새로 캐스팅 된 배우에 맞게 시나리오를 바꾸나?
최동훈: 배우에 맞게 바꾼다. 가령 대사의 조사나 단어 같은 것들. “~습니까”라고 묻는 것과 “~했나요”라고 묻는 것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촬영 직전까지 대사 한 줄 때문에 고민할 때도 있다. 그 한 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사람들은 ‘일단 넣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빼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는 언어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Q. 덕분에 당신 작품 속 인물들은 특유의 찰진 말맛을 뽐내는 게 아닌가 싶다. 언어에 민감한 건, 보습학원 국어강사 이력이 영향을 미친 건가. 아니면 타고난 건가.
최동훈: 보습학원 강사시절은 내 인생의 암흑기였고.(웃음) 정확히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바뀌었다. 배우가 대사를 한다는 것. 정확하게 써서 배우에게 주고 싶은데,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물론 내 현장에도 애드리브는 허용된다. 다만 반드시 해야 할 대사는 예외다. 소중하게 만지는 대사들이 많다.
Q. 신념을 지키려는 안옥윤(전지현), 살기 위해 밀정이 된 염석진(이정재), 자유를 꿈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누구와 가장 가까웠을 것 같나. 예술가이니 역시 하와이 피스톨에 가장 가까웠을까.
최동훈: 글쎄. 하와이 피스톨은 처음 시대를 외면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가 그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느냐에 따라 안옥윤이 되느냐, 염석진이 되느냐로 나뉘었겠지. 낭만주의자, 혹은 자유주의자 같은 인물이 탁 돌아섰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이지 않았나 싶다.
Q. ‘암살’은 액자식 구성이다.
최동훈: 시간 순이다.
Q. 반민특위 재판이 이뤄지는 1949년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서 30년대로 가니, 시간 순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뭔가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나온 결과물인 건가.
최동훈: 그 장면이 딱 하나 들어간 거다. 일부터 ‘툭’ 한 씬을 넣은 거지.
Q. 이렇게 구성을 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최동훈: 어깃장을 하나 넣는 거다. 너무 순탄하게 흘러가면 재미없으니까. 나는 밸런스가 정확하게 맞는 것 보다, 약간 틀어진 게 좋다.
Q. 아마 플래시백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이지 않나 싶다. ‘범죄의 재구성’은 특히나 구조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최동훈: 특이한 구성을 좋아하는데 ‘범죄의 재구성’ 땐 더 과격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 볼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그럼 또 이런 말을 듣겠지. “최동훈이 자기 걸 베꼈다!”고.(일동웃음) 시간과 공간을 헝클이는 것에 호기심이 많다.
Q. 시나리오를 쓸 때 형식과 구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최동훈: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표현하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 씬 다음에 어떤 씬이 붙는가! 그 자체도 구조니까. 구조가 스토리도 변형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하는 거다. 한국은 구조를 비틀면 장난쳤다고 하는 경향도 있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천재적인 두뇌로 모두 본다.
Q. 편집은 어떤가.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된 게 편집인데.
최동훈: 구성은 개론이고. 편집으로 들어가면 더 다양한 걸 만질 수 있다. 편집은 촬영만큼이나 중요하다. 시나리오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고. 편집에서 영화의 톤이 뒤집힐 수 있으니까.
Q. 후반 작업 때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겠다.
최동훈: 하루 종일 매달린다. 그런데 방법은 간단하다. 훌륭한 편집기사와 하면 된다.
Q. 신민경 편집기사?
최동훈: 맞다. 다섯 작품 모두 신민경 편집기사와 했다. 둘이 툭탁툭탁 싸우긴 해도, 잘 맞는다.(웃음) 에너지도, 기질이 너무 좋은 사람이다.
Q. 반면 ‘암살’에서 촬영감독은 바뀌었다. 쭉 최영환 촬영감독과 호흡을 맞춰오다가, 이번엔 김우형 촬영감독과 작업을 했다. 흥미롭게도 최영환 촬영감독은 ‘베테랑’을 찍었고.
최동훈: 최영환-김우형 두 분의 성향이 다르다. 굉장히 재미있다. 그런데 사실 최영환 촬영감독은 나보다 류승완 감독과 먼저 작업을 했었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피도 눈물도 없이’를 모두 했었으니까. ‘범죄의 재구성’의 경우 ‘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고 “저 촬영감독 누구야?” 놀라워하면서 섭외하게 된 케이스다.(웃음) 그때부터 쭉 함께 했던 거지. 김우형 촬영감독과의 이번 작업은 굉장히 즐거웠다. 너무 잘 찍지 않나. ‘만추’(김태용 감독) 때 촬영도 너무 좋았고. 아…나도 ‘만추’ 같은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웃음)
Q. (웃음) ‘암살’ 초반, 멀티 캐스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동훈: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왜 비난 받아야 하는 건가?
Q. 비난의 요지는, 멀티캐스팅이 흥행을 위한 안전한 선택이라는 거였다.
최동훈: 나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떠한 캐스팅이 안전을 도모해 주는 시장이 이젠 아니지 않나. ‘암살’의 경우 그 배우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함께 한 거다. 감독에겐 어떤 촉이라는 게 있다. ‘저 배우와 하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게. 원하는 배우가 해 주면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Q.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구로동 샤론스톤 염정아, ‘타짜’(2006)에서의 정마담 김혜수, ‘도둑들’(2012)에서의 애니콜 전지현. 모두 당신이 재발견한 배우들의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도둑들’에 이어 아내인 안수현 프로듀서와 함께했다. 프로듀서가 아내인 것은 어떤 느낌인가. 집에서도 보고 밖에서도 보는 건 장단점이 있을 텐데.
최동훈: 단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단점은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안다는 것? 숨을 곳이 없다는 거? 글쎄, 좋은 게 더 많아서.(웃음)
Q. ‘타짜’에서 평경장(백윤식)이 고니(조승우)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니?”라고. 이 질문을 하고 싶다.
최동훈: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도 온다. 그러니까 세상과 나 사이의 벽이 너무 높다는 걸 알게 되는 거다. 그 벽을 깨야 하는데, 어려운 건 늘 어렵기만 하고… 결론은 ‘세상은 녹록치 않더라!’
Q. 마지막 질문이다. 훗날, 최동훈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나온다면 꼭 등장해야 하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 세 명을 뽑는다면.
최동훈: 나를 모델로 한 영화는 절대 나오면 안 된다. 재미없다.(웃음) 글쎄. 일단 내가 나와야 할 테고. 그리고 안수현. 나머지 한명이 누구냐인데…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이야기가 확 달라지겠군.(웃음) 어려운 질문이다. 음… 내가 생각을 너무 많아 하나? 요즘 내 심리상태가 이렇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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