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 페이지를 보자.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는 온통 아이돌뿐이다.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대형 기획사 위주의 음악 소개가 주를 이룬다. 주류가 아닌 뮤지션들의 이야기는 어디서 보고 들을 수 있을까. 이에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가 매주 수요일 텐아시아에서 ‘골든 인디 컬렉션’을 연재하며 주류 음악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을 다뤄 왔다.

단순히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골든 인디 컬렉션’은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총 41팀의 뮤지션을 조명하는 방대한 작업물로 탄생됐다. 최규성 평론가는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으로 뮤지션 발굴에 나섰으며, 그 아티스트의 음악과 어울리는 피처사진을 직접 촬영하는 예술혼까지 담았다.최규성 평론가와 만난 아티스트들은 최규성 평론가의 정성과 애정에 모두 마음을 열었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인디 뮤지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됐다. ‘골든 인디 컬렉션’은 지난 2013년 첫 연재 이후 홍대 인디씬에서 입소문을 타며 나비효과를 만들었다. ‘골든 인디 컬렉션’에 소개된 아티스트는 최규성 평론가가 출연하는 CBS ‘라디오 3.0 남궁연입니다’, KBS 한민족방송 ‘가요코리아’에서도 함께 소개되면서 끈끈한 인연을 이어나갔다. 인디 뮤지션을 조명하는 다른 기사들도 점차 늘었다. ‘골든 인디 컬렉션’에서 소개됐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아티스트도 생겨났다.

3년여의 ‘골든 인디 컬렉션’ 대장정을 마친 최규성 평론가는 이를 책으로 엮으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 연재 동안 원고지 3,000매, 사진컷 4만 장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물이 쌓였다. 최규성 평론가는 이를 적절히 편집해 진정한 ‘골든 인디 컬렉션- 더 뮤지션(The Musician)’을 완성했다. 올해는 인디음악 2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골든 인디 컬렉션 – 더 뮤지션’ 발간이 더욱 뜻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됐다.

‘골든 인디 컬렉션’ 발간을 기념해 사진전과 공연도 함께 열린다. 9월 1일부터 25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사진전이 펼쳐진다. 9월 5일과 6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단행본 구입자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도 개최된다. ‘골든 인디 컬렉션’에서 소개된 아티스트들이 밴드(5일)와 어쿠스틱(6일)으로 나뉘어 공연을 펼친다. 하나의 콘텐츠가 책, 사진전, 공연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규성 평론가의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Q. ‘골든 인디 컬렉션’이란 코너를 어떤 계기로 구상하고, 시작하게 됐나?
최규성 : 텐아시아에서 연재 제의가 왔다. 처음 제의가 왔을 때 주류 쪽만 하니까 형평성을 생각해 인디도 심도 있게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때 마침 정차식이 한국대중음악상 록부문 2관왕을 받았는데 워낙 정차식을 좋아했고, 주류에서 빗겨있는 소외된 음악들이어서 다루고자 생각했다. 주류 미디이어에서 쉽게 접할 순 없지만, 내 심장을 저격해주는 탁월한 창작력을 가진 뮤지션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것을 해볼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Q.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지만, 점점 스케일이 커졌다. 글과 사진 모두 정성이 들어 있다.
최규성 : 홍대 인디신에서 반응이 점점 왔다. 그만큼 그쪽을 심도 있게 다룬 칼럼이 없었다. 어디서도 이야기 안했던 자기들 이야기, 성장기가 음악과 연결이 되면 음악여정이 됐다. 그것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일종의 음악이력서를 써준다는 개념이 되서 음으로 양으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골든 인디 컬렉션’이란 제목을 제안해 준 권석정 후배도 고맙다.

Q. 음으로 양으로 많은 요청이 있었다고. 어떤 가수를 취재할지 고르기 어려웠겠다.
최규성 : 내 앞으로 인디 음반들이 엄청나게 왔다.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지금 여기서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든가 이미 유명한 팀보다는 이걸로 인해서 동력을 받아서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는 친구들을 우선했다. 유명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도 하긴 했다. 하하.Q.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아티스트를 선정했는가?
최규성 : 나는 마음이 반응하지 않으면 못 쓴다. 음반 하나를 발표하는 것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쁘다고는 못하고, 욕하는 글을 잘 쓰지 않는다. 나는 그 사람들만의 오리지날리티가 있는지를 제일 중요시했다. 발전가능성도 봤다. 또 정규앨범을 발표해야 한다. 김사월X김해원 음악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인터뷰하지 않은 이유는 정규 앨범이 안 나와서다. 뮤지션은 최소한 정규 앨범을 내야 그 사람의 작품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 앨범을 내지 않아서 못한 팀도 많다. 음반을 듣고, 공연을 직접 보고 결정한다. 라이브에서 매력이 더 뛰어난 친구들을 주로 본다. 공연은 일종의 나에겐 오디션이다. 페스티벌도 찾아가고, 공연도 찾아간다. 한 팀에 대한 취재가 시작해 끝나는 기간이 3~6개월 걸린다.

Q. 6개월까지 걸린다니 그 정성 덕분에 아티스트의 깊은 이야기와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규성 : 같이 피처 사진도 찍어보고, 공연으로 친숙해진 다음에 편하게 인터뷰를 했다. 처음부터 바로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지 않나. 그 덕분에 크랜필드 인터뷰도 그렇고 인터뷰를 하면서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친구들도 있었다. 뮤지션들 마다 누구에게도 말하기도 힘들었던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걸 계기로 되돌아보고 싶다. 이런 게 보람인 것 같다. 단순히 그 음악을 들었을 때 예측을 하는 것과 그 안의 엄청난 사연을 알고 알리는 것이 다르다.

Q. 아티스트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
최규성 : 시도 때도 없이 만났다. 거의 끝날 때면 다른 팀이 질투심을 느낄 정도다. 서로 굉장히 밀접하게 만났다. 그 뮤지션들의 노래와 인생에 빠져 살았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일이 커졌지.
권나무(위쪽)와 크랜필드

Q. 기사에 쓰인 사진도 멋있다. 아티스트의 분위기를 정말 잘 살린 사진들이다.
최규성 : 올해 또 인디 20주년이니까 그것을 기념해서 사진전을 한다고 생각하니 뮤지션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전국을 다녔다. 만쥬한봉지와는 1박 2일로 대관령을 다녀오면서 100만원이 들었다. 칙칙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인디도 멋있는 음악을 하니까 근사한 사진으로, 사진만 봐도 음악을 들어보고 싶게 만드려고 한다. 초창기에는 공연 사진만 했는데 뒤에서는 이미지에 맞는 사진을 찾았다.

Q. 아티스트와 어울리는 배경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최규성 : 쉽지 않았다. 폰부스는 동막 해수욕장에 갔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시간이 늦었다. 바다에 물이 들어와서 갯벌이 없어졌다. 권나무도 숲을 배경으로 찍고 싶었는데 계절이 맞지 않아 인터뷰 시기를 미루기도 했다.Q. 사진 촬영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최규성 : 정밀아의 경우, 상고대를 배경을 찍고 싶었다. 상고대가 만들어지려면 그날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이 10도 이상 차이나면서 영하여야 한다. 촬영하기로 한 날 예보를 보니 최저 기온이 영하13도이고, 낮기온이 0도였다. 최적의 날씨였다. 정밀아와 새벽 6시에 만나서 함께 비무장지대에 갔다. 새벽 첫 기차를 타고 갔다.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정밀아가 잘해줘서 고마웠다. 파블로프를 촬영할 때는 기타를 들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독특한 행동을 하니까 사람들이 점점 모이고, 해경까지 떠서 기사 사진을 촬영 중이라고 해명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편인 만쥬한봉지는 초여름에 나갈 것을 생각해 초봄에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 투혼이다. 덕분에 타조 표정을 따라하는 사진을 찍을 때 타조가 카메라를 함께 바라보는 찰나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만쥬한봉지

Q. 마지막편인 만쥬한봉지까지 2년 6개월 동안 연재했다. 아직도 인디씬에 좋은 가수들이 많은데 여기서 끝나서 아쉽다.
최규성 : 안 그래도 텐아시아 대표님이 계속 연재하는 것이 어떠냐 그랬는데 체력이 부족하다. 이번에 다 정리해보니 내가 3,000매를 넘게 썼더라. 책에서는 1,800매 이내로 대폭 줄였다. 앞에는 사진집처럼 하고 뒤에는 인터뷰를 실었다.

Q. 이런 열정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최규성 : 좋아하니까. 언제 또 이렇게 할까. 그 친구들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줬다.

Q. 9월 5~6일 ‘골든 인디 컬렉션’에 소개된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열린다.
최규성 : 나중에는 골든인디클럽식으로 정기적인 공연이 어떠냐는 제안도 있었다. 골든 인디 컬렉션에 소개된 아티스트들이 서로 친하고 골든 인디 컬렉션 출신이라는 동질감도 있더라. 지난해에는 소개된 아티스트들이 모두 모여 망년회도 했다. 또, 로큰롤라디오, 아시안체어샷, 파블로프, 크랜필드 등 골든 인디 컬렉션에 소개된 친구들이 다 헬로루키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Q. 장미여관도 ‘골든 인디 컬렉션’에서 소개된 이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규성 : 이 칼럼의 매력은 인간성이다. 음악 이야기라기보다 음악을 통한 사람이야기다. 그것을 쓰고 싶었다. 음악을 통한 휴머니즘 말이다. 장미여관도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나. 요즘은 잘난 놈보다 찌질한데 뭉클한 것이 더 잘 된다. 대중이 그런 것에 애정을 갖는다.

정밀아(위쪽)와 폰부스

Q. 연재를 통해 인디씬의 아티스트들이 많이 발굴됐다. 지금의 인디씬에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규성 : 음악을 하기 위해서 직업을 가져야 하는 현실이 아쉽다. 인디 뮤지션들의 꿈은 전업 뮤지션이다. 사실 다들 학력도 다 높다. 모두 음악만 하고 싶은데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뛰어난 친구들이 생계 문제 때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고갈하는 게 안타깝다. 그건 해결되기가 쉽지 않다.

Q.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규성 : 앞으로도 소개하고 싶은 가수들이 많은데 내 역량이 부족하다. 체력도 부족하고, 내 취향도 있고. 사실 힙합을 내 역량이 부족해 못 다뤘다. 한국 K-POP에는 이렇게 다양한 색감의 장르 뮤지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있다. 힙합 부문은 미안하기도 하다. 더 계속하고 싶지만, 이쯤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에는 인디뮤지션을 시리즈로 보는 것을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시리즈로 다루는 곳들도 많아져서 좋다.

Q. 책은 인터넷 글과는 다른 선물도 있다고.
최규성 : 부록 CD가 있다. 글과 사진만 보면 일반 대중은 잘 모르니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원본 파일을 받아서 16팀의 음악을 실었다. 그야말로 골든 인디 컬렉션이 됐다. 공연이나 부록CD는 책 사는 분들에게 선물이다. 첫 곡이 정차식의 ‘마중’이다. 이후 강허달림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 CD를 하나의 러브스토리로 트랙리스트를 만들어 놨다. 너무 좋다.

Q. 하나의 콘텐츠로 사진전, 공연, 책 출간까지 모두 이루게 됐다.
최규성 : 어찌 됐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나에게도 선물이 되고, 텐아시아 독자들에게도 선물이 될 것 같다.

Q. 골든 인디 컬렉션이 끝나고 다음 프로젝트가 있다면.
최규성 : 걸그룹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걸그룹을 2000년 이후까지 하려니까 너무 커졌다. 핑클, S.E.S 이후는 젊은 기자들이 하면 될 것 같다. 최근에 KBS1 ‘가요무대’에서 씨스터즈 특집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그 작업을 계속할 것 같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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