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없는 찐빵 아닐까.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가 3박자를 맞춰 펼치는 콘셉트 음악이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 한류 열풍의 핵심.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해외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퍼포먼스를 만드는 안무가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3분여의 무대를 위해서, 아이돌 그룹의 뒤에서, 땀을 흘리는 안무가들을 만난다.

박준희 안무가와 여자친구

칼군무돌의 새로운 계보를 쓰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가 탄생된 배경에는 박준희 안무가가 있었다. 박준희 안무가는 여자친구의 데뷔 전부터 춤을 트레이닝시키며 여자친구와 동고동락했던 안무가. 박준희 안무가는 현재도 여자친구의 안무 레슨을 담당하고 있으며, 홍진영 디아크가 소속된 뮤직K 엔터테인먼트의 신인개발팀장, 일본being group 신인여가수 레슨 등 춤을 가르치는 삶을 살고 있다.박준희 안무가는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도 잊지 않는다. 지난 22~23일 개최된 신화 콘서트를 비롯해 신화 콘서트 투어와 가수 인순이의 방송과 콘서트 무대에 오르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시작한 박준희 안무가의 댄서 생활은 어느덧 18년을 바라보고 있다. 박준의 안무가는 그동안 플라이투더스카이, 신화, 싸이, 조성모, 이승환, 이승철, 김범수, DJ DOC, 비, 이효리 등등 수많은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그들의 노래를 지켜봤다. 그리고 여자친구, 디아크 등 신인걸그룹을 만났다.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에서 만난 박준희 안무가는 벽에 붙여진 여자친구의 사진을 바라보며 애정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춤 선생님이자 누구보다 여자친구의 미래를 응원하는 든든한 기둥이었다. 박준희 안무가는 아이돌에게 성공 보다 사람이 되길 원했다. 호탕한 웃음 속에서 진득한 인간미를 느꼈다.

Q. 여자친구 ‘오늘부터 우리는’ 뜀틀안무가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고안했나?
박준희 안무가 : 여자친구는 건강하고 소녀 같은 이미지다. 여자 신화 같은 느낌이 있다. 회사에서도 콘셉트를 스포티하게 간다. 다른 걸그룹보다 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유리구슬’ 뮤직비디오에서 예린이가 뜀틀을 넘는 장면이 있고, 또 예린이가 ‘런닝맨’에서 이상한 춤을 잘 추는 것으로 보고 빡센 것을 춰야지 생각했다. 여자친구 멤버들은 ‘설마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해보자’고 했던 것이 잘됐다.Q. 단순히 뜀틀을 넘는 것이 아니라 유주가 밑에서 다리를 찢으며 뒤로 넘어가는 것도 추가됐다.
박준희 안무가 : 없으면 허전하다. 뜀틀은 누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나 뜀틀을 2월부터 시도했는데 그때 빅스도 뜀틀 안무를 선보였다. 차별화를 주기 위해 유주의 다리찢기를 넣었다.

Q. 최근 여자친구가 인터뷰에서 안무가님을 두고, “이동할 때 걷는 걸 싫어하세요”라고 말했다. 하하.
박준희 안무가 : 얘네들이..! 여자친구 애들이 아직 신인이라 프리댄스가 부족하다. 비욘세 같은 가수들은 서있기만 해도 멋있지 않았나. 여자친구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움직이게 했다. 내 안무 스타일은 곡에 따라 다르게 간다.

Q. 여자친구가 ‘오늘부터 우리는’ 안무가 ‘유리구슬’보다 더 힘들다고도 했다.
박준희 안무가 : 안무를 빡세게 짜려는 건 아닌데 내 스타일이 단순한 부분도 있다. 다 같이 춤을 추는 부분은 몸을 많이 쓰고 경쾌했으면 좋겠다. 나는 S.E.S. 세대라서 안무가 굉장히 조잡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비트 하나하나 살려주면 건강해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될 때까지 연습을 시킨다. 풍차돌리기나 뜀틀도 진짜 할 줄 몰랐다. 일단 노는 것처럼 하다보니까 진짜 하게 된다.Q. 여자친구를 처음 봤을 때 어땠나?
박준희 안무가 : 여자친구는 자기 나이 또래에 맞는 매력을 갖고 있다. 연예인 같지 않다. 칭찬이다. 아주 솔직히 ‘유리구슬’ 때 잘 될 줄 몰랐다. 말을 하도 안 들었다. 하하. 여자애들 관리가 훨씬 힘들다. 남자들은 단순해서 혼나면 돌아오는데 여자들은 감정적인 게 강하니까 많이 풀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 되고,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는다. 여자친구들 트레이닝 하면서 많이 늙었다. 하하.

Q. 하하.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박준희 안무가 : 매력이 분명히 있는 친구들이다. 지금은 스스로 매력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평소 여자친구에게 근본적인 걸 많이 물어본다.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 A4용지에 써오라고 하기도 한다. 노래든 연기든 연예인이 아니고, 아티스트로 자랐으면 좋겠다. 자신이 생각하는 걸 자기가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너무 연예인으로만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여자친구라는 그룹명도 처음 들었을 때 특이하지 않았나.
박준희 안무가 : 나도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친구들이 스태프들에게 “여자친구입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마다 스태프들이 되받아쳐주더라. “누구 여자친구야?”라든가 옆 사람에게 “너 여자친구 있어?”라며 말장난을 하며 아이들을 한 번 더 봐준다. 그냥 걸그룹 이름이었으면, 듣고만 말았을 수도 있는데 너무 단순해서 기억하게 된다.Q. 그 덕분인지 여자친구는 올해 데뷔한 걸그룹 중 가장 큰 성과를 얻고 있다.
박준희 안무가 : 내가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이 있다. 학생들은 내가 여자친구 안무를 담당하는지 모르고, 먼저 여자친구 안무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한다. 그때 실감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20대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게 느껴지면, 뿌듯하다.

Q. 안무가님의 시선으로 여자친구 멤버들의 매력을 이야기해준다면.
박준희 안무가 : 유주는 목소리의 원석은 좋은데 춤의 원석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습득력과 이해력이 빠르다. 자기에 맞게 해석을 한다. 머리가 좋다. 캐치도 잘한다. 노력도 한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 때 제일 똘망똘망한 표정이다.

신비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아이다. 정말 막내딸 같아서 토닥거려야할 때도 있다. 욕심도 있어서 완벽주의 성향도 있다. 발전가능성이 있다.엄지는 본인의 매력이 있지만 자신감이 없다. 자신감을 찾으면 분명히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이다.

은하는 꾸준히 오르는 스타일이다. 성품 자체가 온순한 스타일인데 이번 앨범에서 부각이 돼 개인적으로 좋다. 아, 백치미도 있다. 뭘 해도 초등학생이 하는 것 같은 귀여움이 있다.

예린이도 가능성이 많은 친구인데 본인의 대해서 아직 모른다. 내면의 싸움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깨나가면 성장한다. 예린이가 생각보다 마음이 여려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예전에는 나만 보면 울더라. 하하.

소원이는 연습생 생활을 오래해서 분위기 파악을 잘 하는 편이다. 연습을 하다보니까 자기 스스로 재미있어 한다. 아이들도 잘 챙긴다. 리더감이다. 1년에 한 번씩 학예회를 했는데… 기밀영상이다. 애들이 무엇이든지 창작해서 선보이는 것인데 소원이가 참 잘했다. 자기가 돋보이는 것이 뭔지 잘 아는 아이다.

Q. 여자친구를 트레이닝할 때 어떻게 가르치나?
박준희 안무가 : 우리가 몸으로 노래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아이돌은 통로다. 노래를 표현할 때 최대한 자기가 없어지고, 의도를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트레이닝을 할 때 원작자들이 만든 것들에 집중을 많이 한다. 가사로 대사를 치는 것을 연습하거나 별의별것을 다한다. 춤만 연습하면 안 된다. ‘오늘부터 우리는’은 콘셉트를 정해서 서로 다른 소녀가 된다. 어떻게 전달을 할지 서로 모니터도 한다. 애들한테 숙제를 내주면서 나도 배우고 서로 배운다.

Q. 신화의 콘서트 무대에도 선다. 신화는 어떤가?
박준희 안무가 : 신화는 자기네들끼리 앨범을 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을 항상 한다. 신화 활동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고 같이 가는 게 17년이 됐으니까 정말 대단하다.

박준희 안무가와 신화, 전진 왼쪽에 있는 사람이 박준희 안무가

Q. 댄서에 대한 시선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박준희 안무가 : 상대적인 것이다. 케이팝이 붐을 일으키는 것에 안무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것에 비해서 아직 부족하다. 물론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나라별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Q.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댄서에 대한 대우가 어떤가.
박준희 안무가 : 일본이나 선진국에서는 예전도 좋고, 지금도 좋고, 또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외국 안무가와 한국 안무가에 대한 대우만 봐도 완전히 다르다. 국내 안무가들도 한국 정서와 가사에 맞게 외국 안무가 못지않게 잘한다. 홍보할 때만 봐도 외국 안무가로 작업했을 때만 안무가를 홍보한다.

Q. 하긴 음악방송만 봐도 댄서들의 처우는 아직 열악하다.
박준희 안무가 : KBS나 SBS를 보면 댄서 인원수를 파악하고 대기실을 줘야 하는데 연차별로 정리하니 말도 안 되게 좁은 대기실을 줄 때가 있다. 돗자리 깔고 잔다. 일본이나 해외에 투어를 다니면서 놀랐던 게 케이터링도 너무 잘 돼있고, 우리를 존중해준다. 페이부터 다르다. 우리나라는 경제가 너무 급진적인 발전한 것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서 발전하지 못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싸워야 한다. 싸울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박준희 안무가

Q. 18년 경력 동안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한 안무가 있다면 무엇인가.
박준희 안무가 : 음.. 없는 것 같다. 그때 트렌드에 맞게 한 것이지 ‘이건 될 거야’라고 확신을 갖고 하는 건 없다. 항상 부족한데 다 채워져 나가는 것이다. 완벽하고 잘했다는 안무는 표현하는 애들이 잘해줘야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극본을 아무리 잘 써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연기들이 잘 못 하면 소용없지 않나. 아티스트가 혼신의 힘을 실어서 연기를 잘해줘야 한다. 내가 혼자 잘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Q. 그럼 연기를 잘했던 배우들, 안무를 잘 표현한 가수는 누구인가?
박준희 안무가 : 그런 사람들을 보면 1초만이라도 아우라가 딱 보이는 순간이 있다. 여자친구도 디아크도 있고, 딱 1초 멋있을 때가 있다. 3분 동안 노래를 했는데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아이돌도 분명히 있다. 내가 안무팀으로 같이 무대에 섰던 가수들 비, 이효리, 다이나믹듀오 모두 그 아우라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이비도 있다. 예전에 정말 잘했는데 지금은 약간 아쉬움이 있다.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수다. 잘됐으면 좋겠다.

Q. 18년이라는 기간 동안 힘들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 어떻게 버티나?
박준희 안무가 : 중간 중간 그만도 둬봤다. 그만둬봐야 소중한 것을 안다. 이 일이 정말 매력이 있고, 힘들어도 감사한 마음이 있다. 예전에는 그냥 투덜투덜댔다. 잠수도 많이 탔다. 사고도 많이 쳤다. 하하.

Q.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댄서의 매력이란 게 뭘까.
박준희 안무가 : 집에서 놀고 있는데 댄서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 친구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발전을 하고 있는데 나는 정체하고 있는 상황이 싫었다.

Q. 춤은 왜 좋은가?
박준희 안무가 : 가장 어렸을 때는 ‘몰라요’라며 그냥 췄다. 지금 생각하니 춤은 가장 솔직하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이랑도 마음이 있어야 손을 잡고 뽀뽀를 하지 마음도 없는데 어떻게 하나. 마음이 열려야 몸을 움직일 수가 있다. 대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낯빛이 어두웠다가 춤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아이들이 인상이 바뀌고, 자기계발을 하고, 성격이 좋아지는 것을 본다. 그럴 때 춤의 매력을 더 알게 된다.

박준희 안무가와 여자친구

Q. 여자친구를 비롯해 가르치는 아이돌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준희 안무가 : 나는 이 바닥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여행객이다. 업다운이 심했는데 서른 살부터 신앙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내가 ‘유리구슬’을 꼭 1등 시켜야 하고 거기에만 집착을 했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목적은 잘되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좋은 인성을 가지는 것이다. 나중에 내 자식이 TV를 보고, 그 아티스트가 좋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영향을 받는다. 연예인 자체가 인성이 좋아야 내 자식도 잘 배울 수 있다. 애들이 온전한 인성이 돼야 한다. 내가 혼내고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부분이다. 아이들의 인생이 잘 갔으면 좋겠다. 연예인을 하든 안하든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연예인은 직업일 뿐이다. 성과에 연연하다 보면 본질을 잃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통해 선한 것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여자친구가 정말 좋은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 연기자든 가수든 지금 하는 일에 감사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Q. 연예인의 인성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듯하다.
박준희 안무가 : 아이돌은 청소년기에 집을 떠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때 교육을 잘 못해서 그 어린 애들이 술을 먹고, 사고를 친다. 그런 데에 빠지는 것을 보면 속상하다. 매니저들도 인성 교육을 받고, 아이들도 교육을 받아서 양육을 잘해줘야 한다.

Q.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더 집중을 하는 느낌이다.
박준희 안무가 : 차두리가 뛰고, 차범근이 해설을 할 때가 있듯이 지금 나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단계인 것 같다. 무대에 대한 욕심도 있는데 뒤에서 만들고 기획하는 것이 재미있다. 신화나 인순이 선생님 무대에 서면서 무대에 대한 현장감을 잊지 않으려 한다.

Q. 꿈이 있다면.
박준희 안무가 : 지금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 내가 무슨 직책이거나 무슨 그림일지는 모르겠는데 ‘태양의 서커스’처럼 총체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사람이 모였으면 좋겠다. 또 어린 나이의 아이돌이 많은데 저 아이들의 양육에 힘을 실어서 아이돌의 인성적인 것을 케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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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박준희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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