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SBS 새 드라마들이 심상치 않다. ‘미세스 캅’, ‘용팔이’가 겨우 1, 2회 만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용팔이’는 첫 회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두 작품 모두 전작 ‘상류사회’, ‘가면’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증되지 않은 드라마가 시청률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매우 기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두 작품은 각각 김희애, 김태희, 주원이라는 톱스타를 내세워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두 작품은 방송 후 우려를 순식간에 잠식했다. 이틀 차이로 방송된 ‘미세스 캅’과 ‘용팔이’는 편성시기, 액션 연기, 톱스타의 귀환 등 여러 공통점을 갖는다. 다른 듯 닮은 두 작품은 비록 시간대는 달라도 경쟁 구도에 올랐다. 이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두 작품을 비교해보려 한다.
# 워킹맘 여형사 VS 용한 돌팔이 의사
‘미세스 캅’은 ‘미세스’와 ‘캅(경찰)’을 합친 말로, 주인공 최영진(김희애)을 통해 대한민국 형사와 엄마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최영진은 귀신같은 직감과 몸을 사리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열혈 형사. 반면 딸의 학예회도 못 챙길 만큼 가정엔 소홀한 엄마다. ‘미세스 캅’은 경찰로 백 점, 엄마로선 빵 점인 촉 좋은 형사 아줌마 최영진의 동분서주 활약상과 가족의 애환을 동시에 그린다. 1, 2회 방송 후 ‘미세스 캅’은 형사물에선 빠질 수 없는 추격신을 통한 긴박함과 가족 간의 감동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 쏟아졌다. 지난 1, 2회는 2년 전 이야기로, 최영진과 염창동 강간사건 진범의 대립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선사했다. 엄마 영진과 딸 하은의 애틋한 고백으로 감동까지 선사했다. ‘미세스 캅’은 긴장과 감동이라는 두 코드를 적절히 융합한 스토리로 성공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용팔이’는 용한 돌팔이 의사의 줄인 말로, 낮에는 3년차 레지던트 의사, 밤에는 조폭들 진료하는 의사로 이중생활하는 김태현(주원)과 의식불명 재벌 상속녀 한여진(김태희)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태현은 출혈점을 기가막히게 잡아내는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겐 아픈 여동생이 있다. 태현은 치료비로 인한 사채비를 갚기 위해 밤마다 조직폭력배의 비밀 불법 왕진을 멈출 수 없다. ‘용팔이’의 첫 회는 김태현의 다사다난한 사연을 그려냈다. 김태현이라는 인물을 조명하면서 앞으로 써 내려갈 긴박한 스토리를 예고했다. 첫 발을 내딛은 드라마로서 아직 주목할 만한 스토리라인은 없다. 발돋움으로서 부족한 스토리라인을 자극적인 유혈장면으로 채워내며 눈길을 끌었다.
# 내공 깊은 김희애 VS 몸을 아끼지 않는 젊은 피 주원
‘미세스 캅’은 김희애의 출연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평소 대한민국 대표 우아한 여배우인 김희애. 그는 ‘미세스 캅’을 통해 색다른 변신에 도전했다. 김희애는 고상함과 우아함을 버리고 억척스럽고 능글맞은 여형사로 분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희애는 “화장을 할 수 없었다. 매번 땀범벅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방송에서 김희애는 수수한 민낯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욕을 내뱉었다. 방송에선 거의 처음 봤을 법한 김희애의 뜀박질과 욕설은 생소하면서도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김희애는 ‘미세스 캅’의 최영진 역할에 대해 “40대에는 남편 뺏기는 역할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최영진은 귀한 기회”라고 말할 만큼 역할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미세스 캅’ 1, 2회에서 김희애는 역할에 대한 애정을 열연으로 증명했다. 과감한 변신에도 이질감없는 연기를 통해 김희애는 자신의 깊은 내공을 드러냈다.
‘용팔이’는 주원과 김태희라는 두 톱스타를 기용했다. 지난 1회에서 김태희는 첫 회부터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버려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김태희가 등장한 시간은 겨우 5분 남짓, 잠든 김태희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은 그의 역할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김태희가 잠자고 있는 5분 동안 남은 긴 시간을 주원이 꽉 채워냈다. 주원은 용한 돌팔이 의사 ‘용팔이’ 레지던트 3년차 김태현으로 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주원은 낮에는 수술실로 달려가 출혈점을 찾았고, 밤에는 폐공장으로 달려가 조직폭력배의 숨은 상처를 찾았다. 마치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태현은 수술실이 아닌 한강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힘이 넘치는 젊은 배우이기에 가능했던 액션. 20대의 남자 배우 주원은 위험천만한 장면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KBS2 ‘각시탈’, ‘굿 닥터’ 등을 통해 검증된 연기력을 보인 그는, 액션을 통해 연기폭을 더욱 확장시켰다.
# ‘미세스 캅’ 동시간대 시청률 2위 VS ‘용팔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미세스 캅’은 지난 3일 첫 방송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8.4%를 기록하며 전작 ‘상류사회’의 아성을 이어갔다. 이어 4일 방송된 2회는 지난 방송분보다 1%P가량 상승한 수치의 9.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인 MBC ‘화정’을 위협했다. ‘화정’의 1위라는 벽을 허물기 시작한 것. ‘화정’의 무게 중심이었던 차승원이란 배우가 하차함으로서 견고하던 철옹성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미세스 캅’은 적절한 타이밍으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미세스 캅’의 편성 타이밍이 먹힌 것인지, 연일 상승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앞으로 2년 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미세스 캅’이 시청률 1위의 ‘화정’의 벽을 뛰어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용팔이’ 역시 첫 방송이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지난 5일 방송된 ‘용팔이’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11.6%를 기록하며 단숨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등극했다. 앞서 말했듯 이는 매우 기이한 현상이었다. ‘용팔이’는 성공적인 데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단 1회의 기록으로 성공의 판가름을 하긴 어렵다. 전작 ‘가면’의 두터운 시청층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좋은 기록을 유지하는냐에는 오로지 ‘용팔이’에게 달려있다. 자극적인 스토리와 장면으로 끈 시선은 오래가지 못할 터. 잠깐의 관심을 넘어서 ‘용팔이’가 얼마나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고정 시청자들을 얻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SBS ‘미세스 캅’, ‘용팔이’ 방송캡처,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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