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프라임-100년전의 진실’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아리랑TV(사장 방석호)가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수작 다큐멘터리 ‘아리랑 프라임(Arirang Prime)으로 불교정신에 입각해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한국 불교계를 조망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다큐멘터리는 ‘100년 전의 진실, 백초월스님’ 편으로, 제작진은 “당시 초월이라는 대선사가 항일이념으로 삼았던 일심(一心)사상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으로 남아 있는지 되새겨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2009년 5월 서울 은평구 북한산에 안긴 천년사찰 진관사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칠성각의 복원 수리 도중, 불단과 기둥 사이 벽에서 발견된 의문의 보따리. 보따리 속에서 나온 것은 일제 식민지 시절 출간된 독립신문과 자유신종보, 신대한신문, 조선독립신문으로 사료적 가치를 파악하기 힘든 귀중한 것들이었다.

그 중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태극기. 독립운동 당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을 덧칠한 것이었다. 동국대 한철호 교수는 “3.1운동 현장에서 직접 사용된 태극기가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거나 많지 않은데, 그런 부분에서 진관사에서 발견된 태극기는 3.1 운동의 현장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과연 누가 진관사에 태극기를 숨겨놨던 것일까. 1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태극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가.
잔혹한 고문과 핍박 속에서도 서릿발같은 독립의 기개와 의지를 꺾지 않았던 시대의 큰스님, 진관사의 태극기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백초월 스님이다. 백초월 스님은 17세의 어린나이에 지리산 영원사로 출가했다. 그는 이십대 후반에 사찰을 총괄하는 큰 스님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 전국적으로 만세운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불교계 독립운동이 뜸한 것에 분개하여 서울로 온 스님은 진관사를 거점으로 독립운동에 온 몸을 내던진다.

그는 각 사찰의 군자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에 전달하고 젊은 불교 청년들을 해외에 독립투사로 지원했고 그로 인해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겪는가 하면 늘 감시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그의 서릿발 같은 독립의 기개와 의지는 일본 경찰들조차 간담을 싸늘하게 했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잡혔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그는 독립의 끈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일심회라는 비밀결사조직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불교계 독립운동을 진두지휘했다.

동국대 김광식 연구교수는 “한마음으로 독립운동을 하면 독립이 가능하다는 일심회를 조직해서 제자 스님, 불교계 청년을 결속시켰다. 결정적인 순간에 독립운동을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배후 세력을 조직한 것이죠”라며 백초월스님의 활약을 전했다. 백초월스님을 통해 호국불교, 대승불교의 역할도 알 수 있다. 한국의 불교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앞장섰다. 이를 호국불교라 하는데 난리와 외세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불교 사상으로 다른 불교 국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한국 특유의 불교 사상이다. 특히 고려시대 승려들의 역할로 몽골군을 퇴각시키면서 한국 호국불교의 정신이
확립됐고, 그 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승려들은 승병이라는 이름으로 백성을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이러한 호국불교 사상에 입각하여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스님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백성들과 함께 그 뜻을 모았고, 백초월스님 역시 고통 속에 살아가는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것이었다. 한국불교 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스님은 “불교 경전에는 나라를 잘 다스리면 그 백성이 편안하고 그래서 국토도 청정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것이 호국불교의 가치를 차지하는 인왕경 속에 쓰여 있어요”라고 호국불교의 정신을 전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가르침 백초월스님은 화엄경의 ‘통만법명일심 [通萬法明一心] 밖으로 천만 사물의 모든 이치를 꿰뚫어 안으로 나의 본래마음을 밝힌다
는 구절에서 일심(一心)이라는 항일이념을 확립했다.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면 독립은 물론 세계평화까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쳐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위대한 승려, 행동하는 종교인의 참모습을 보여준 대선사, 백초월스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되짚어본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아리랑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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