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권석정 기자] 매주 수, 목요일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MBC ‘킬미, 힐미’가 지성과 황정음의 행복한 미소를 끝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연출 김진만, 김대진/제작 팬엔터테인먼트) 20회에서는 ‘7중 인격’ 차도현(지성)이 마침내 인격 융합에 성공, 6개의 다른 자아들과 이별하며 ‘해리성 인격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이 담겼다.‘킬미, 힐미’ 마지막 방송은 도현과 리진(황정음)이 잔혹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범한 연인으로 돌아가 행복을 찾은 모습으로 결말을 맺었다. 도현의 인격들은 어린 시절 학대당하던 리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탄생됐던 상태. 이에 두 사람이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완성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나가자 인격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그로부터 1년 후 정신과 레지던트로 돌아간 리진과 쌍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도현은 커플링으로 굳건한 사랑을 확인했다. 두 사람의 환한 웃음 뒤로 도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그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 내어 내려가 불을 켜야 한다. 혼자가 무섭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는 마지막 내레이션을 남겨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리진에 대한 외사랑을 아프게 접었던 리온(박서준) 또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으며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도현과 리진의 이야기를 각색한 자신의 소설 ‘킬미, 힐미’의 생생한 반응을 알기 위해 나갔던 서점 암행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리온은 소설책 ‘킬미, 힐미’을 사가려는 아리따운 아가씨(권유리)에게 자신을 오메가 작가의 먼 친척으로 소개하며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아가씨는 “저는 요나예요. 안요나”라며 익숙한 이름을 꺼냈고, 리온은 질긴 운명의 고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킬미, 힐미’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무려 ‘7중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힐링 로맨스’라는 생소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던 상황. 시작 전부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았던 색다른 소재는 뚜껑이 열린 후에는 차별성을 갖춘 회심의 카드로 작용,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차도현이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 지성의 힘,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당찬 ‘힐링 여주’ 황정음의 활약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던 것. 더욱이 진수완 작가와 김진만 감독은 학대당한 아이들의 아픔을 빈틈없는 스토리와 탄탄한 개연성을 갖춘 입체감 있는 캐릭터들로 깊이 있게 그려내면서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요물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지성과 황정음은 ‘킬미, 힐미’를 통해 단순한 ‘주연 배우’가 아닌 믿고 보는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드라마 ‘비밀’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또 한 번 절대 커플 케미를 과시하며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 먼저 지성은 젠틀한 본 인격 차도현, 통제불능 옴므파탈 신세기, 구수한 전라도 아저씨 페리 박, 염세주의 소년 안요섭, 천방지축 엽기 소녀 안요나, 7세 여아 나나, 미스터리를 품은 미스터 X 캐릭터까지 7개 인격의 개성을 하나, 하나 살려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농익은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어 황정음은 보는 이들마저 함께 울게 하는 농도 짙은 눈물 연기부터 포복절도를 자아내는 코믹 연기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며 명실상부한 ‘로코 퀸’의 귀환을 알렸다. 누구보다 털털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봉인하고 있던 오리진 캐릭터를 통해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셈이다.‘킬미, 힐미’는 2012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해를 품은 달’ 진수완 작가의 컴백작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아일랜드’ 등으로 밀도 있는 연출을 보여준 김진만 PD와 ‘호텔킹’ 김대진 PD가 힘을 보태면서 기대감을 상승시켰던 터.
결국 ‘명불허전’ 세 사람은 ‘킬미, 힐미’를 통해 환상의 조합을 이뤄내며 중독성 강한 ‘명품 드라마’를 일궈냈다. 진수완 작가가 특유의 내공 있는 필력으로 써내려간 짜임새 있는 반전 스토리와 달달한 로맨스를 김진만, 김대진 PD가 감각적인 손길로 완성시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휘어잡았던 것.
드라마 ‘킬미, 힐미’는 방영 내내 다채로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성의 ‘7중 인격’ 캐릭터가 주목받으면서 인격별 팬덤이 생성되는가 하면, ‘도찐세찐’, ‘너.반.시’, ‘차세븐’ 등 드라마와 관련된 새로운 신조어들이 온라인을 점령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브라운관에 이르기까지 이를 응용한 각종 패러디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주인공인 지성과 황정음의 전작들까지 재조명 받으며 ‘이색 역주행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던 것.더불어 지성, 박서준 등이 참여한 드라마 OST는 음원 사이트 인기 앨범에 등극했고, 가장 먼저 발표됐던 장재인의 ‘환청(Feat 나쑈)’은 1월 초부터 현재까지 차트 상위 순위권에 자리하며 높은 체감온도를 실감케 했다. 게다가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던 드라마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서 아동학대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팬 엔터테인먼트 측은 “2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며, 전폭적인 사랑을 보내주셨던 시청자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작가님, 감독님, 연기자 및 모든 스태프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쪼록 ‘킬미, 힐미’가 긴 여운이 남는 ‘힐링 드라마’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텐아시아=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킬미, 힐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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