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호 콘서트.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영국 활동 중에 돌아와 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해 한국인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투이(Thuy) 역을 맡은 그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월드닷컴 어워즈’에서 조연 남자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그야말로 성공적인 해외 데뷔를 이루었다. 그리고 자신을 그리워한 많은 한국팬을 위해 감동의 무대를 열었으니, 이름하여 ‘홍서트(Hongcert) 2’.

사실 배우 홍광호는 영화평론가였던 필자의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주인공역을 맡은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뮤지컬 평론을 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공연 장면은 지금도 생생한데, 특히 그가 지킬과 하이드를 번갈아가면서 표정과 음색을 달리하여 ‘컨프론테이션'(Confrontation)을 불렀을 때의 모습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이 쭈삣 설 정도였다. 그 후 그가 공연하는 뮤지컬 무대를 고대하게 되고, 그가 주인공으로 나선 ‘닥터 지바고’, ‘맨 오브 라만차’, ‘살짜기옵서예’를 관람했다.이 세 작품 중 ‘닥터 지바고’와 ‘맨 오브 라만차’는 뮤지컬배우로서의 홍광호 경력에 일종의 전환점을 이루었다고 본다. 즉 ‘닥터 지바고’에서 드러난 내면 연기의 아쉬움이 ‘맨 오브 라만차’에서 완전히 불식되어서다. 그야말로 그는 가창력에서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게 아닌, 심오한 연기력까지 갖춘 진정한 한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

이번 홍광호 콘서트를 관람하고 느낀 건 그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이다. 3,000석이 넘는 올림픽홀 객석을 꽉 채운 그의 인기에 새삼 놀랐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그만이 지닌 특유의 감성과 음색으로 완벽히 소화하는데 탄성이 나왔다. 상상해보라. ‘미스 사이공’의 ‘Kim’s Nightmare’를 비롯해 폭발적인 성량의 뮤직넘버들은 물론이고 발라드풍의 국내가요와 동요 메들리, 심지어 트로트까지 쉴 사이 없이 이어지는 그의 노래에 박수와 환호로 들썩이는 객석 분위기를.

게다가 무대 연출도 멋졌는데, 특히 그가 자전거를 타고 넓은 객석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구석자리, 뒷자리에 앉아 자신을 잘 볼 수 없는 관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서다.끝으로 홍광호는 자신이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데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겸손한 표현일 뿐, 그의 능력이 검증된 것이다. 한 가지 더. 뮤지컬배우로서의 그의 역량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돌아와 국내 무대에 복귀할 때의 모습만 상상해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 바로 홍광호의 광팬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사진제공. PL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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