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배우 참 웃긴다. 실제 성격을 떠나 그동안 해왔던 작품과 캐릭터가 그를 반듯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외모는 반듯한 이미지에 꼭 어울린다. 배우 김상경이다. 하지만 실제 김상경은 만난다면, 그가 유머러스하고 수다쟁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단 10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유쾌한 사람이다.현재 방영 중인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와 20일 개봉한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속 김상경의 모습이 실제 그와 닮았다. 대중에겐 낯설지만, 김상경에겐 익숙한 모양이다. 그리고 김상경을 한 번이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면, 고개를 끄덕일 거다. 김상경은 “나의 유쾌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고 할 정도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개봉을 앞두고, 김상경을 만나 신 나게 수다를 떨었다.Q. 드라마와 영화, 동시에 두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다.
김상경 :
편수가 많지 않은 배우다. 그 이유가 참고 참다 보면, 나중에 했을 때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있다. 예를 들어, 고기가 정말 먹고 싶은데 바로 먹지 않고 참다 참다 먹으면 그 맛이 어떻겠나. 어떤 고기를 먹어도 입에서 녹는 거다. 그런 걸 기다리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옛날에는 역할에서 빠져나올 때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공포물을 그래서 안 한 것도 있고.Q. 그래도 스릴러는 꽤 하지 않았나.
김상경 :
스릴러는 약간 다른 것 같다. 단순히 귀신 나오고, 찝찝한 느낌이 싫은 것 같다. 일상을 그린 영화, 역할도 색깔 없는 게 어렵다. 그려진 게 많을수록 연기하기에는 힌트가 있어 풀기 좋다. 그런데 딱 봤을 때 아무 색깔도 없을 때가 있다. ‘살인의 추억’도 그런 느낌이었다. 강호 형은 현란한 욕도, 말투도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는 거다. 그런 게 좋다. 내가 하기 나름이니까.Q. 그동안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에 많이 나왔다. 그에 비해 이번 영화는 유쾌한 코믹 영화다. 유치한 요소도 꽤 많고.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
김상경 :
실화를 다루고, 진지한 작품이 많았다. 드라마 ‘대왕세종’이 진지함의 정점이 아닐까 싶다.(웃음) 그런데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는 내가 유쾌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삶의 목표일 수도 있는데, 만나는 사람들, 한번 지나치는 사람이라도 나 때문에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런 마인드로 살아왔다. 이 작품도 완성도 면에서 100점이라 볼 수 없는데, 시나리오를 볼 때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 나의 유쾌한 면을 보여 준다는 게 정말 좋았다. 지금 드라마도 ‘대왕세종’ 촬영했던 스태프가 그대로 와 있다. 그분들은 ‘원래 맞는 거’라고 농담하신다. 한편으론 도전일 수도 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거니까. 그런데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Q. 순서상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다음으로 ‘가족끼리 왜 이래’를 선택한 건데, 이 역시 반듯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 선택한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도 상당히 코믹한 인물이다.
김상경 :
맨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가는 캐릭터인 줄 몰랐다. 캐릭터보다 상황이 재밌는 게 많았다. 특이한 억양, 독특한 인물이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가 연기할 때 이야기했던 건 미성숙이었다. 큰 기업의 상무고, 멘사 회원이다. 수능, 토플 만점, 입사 시험 최우수인 사람인데 사회적인 사람들과 만나는 걸 못하는 사람이다. 감정에서는 6~7세의 어린아이다. 연애하는 방법도 모르고, 감정 기복이 아이처럼 심하다. 그래서 순수한 면도 있고.Q. 연이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도 있었겠다.
김상경 :
걱정 많았다. 지금까지 배우 생활하면서 댓글을 본 적 없다. 그런데 ‘가족끼리 왜 이래’ 하면서 아내나 다른 사람들이 댓글 이야기를 하는 거다. 요즘 태주(김상경), 강심(김현주)이 좋다고. ‘졸귀’ ‘귀요미’ 이런 표현이 나오는 거다. 그리고 댓글이 140개인데 나쁜 이야기가 한두 개 있을 정도다. 퍼센트로 하면 90%가 넘는 거고, 영화 별점으로 치면 9점이 넘는 거다. 좋게 받아들이는구나 싶다. 영화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연착륙되는 느낌이다. 아마 드라마를 안 보다가 영화를 보면 생경할 수 있다.Q. 코미디에 대한 욕심이 있나.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상경 :
이 정도의 선이 딱 내 선인 것 같다. 슬랩스틱 코미디 등 잘 못 한다.Q. 극 중 10년 차 부부다. 아직 결혼한 지 10년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10년 차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나.
김상경 :
주위에서 듣는 게 많다. 솔직히 내 결혼생활로는 맞지 않는다. 지금 7~8년 됐는데 지겨운 걸 못 느껴봤다. 직업 때문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적절히 안배되는 것 같다. 한두 달 지방에 내려가 있고, 다시 보면 반갑고. 배우라는 특성 때문에 일상적인 틀 거리에서 조금 다른 느낌이다. 갑자기 ‘필’ 받으면 정오에도 같이 술을 마시곤 한다. 이 때문에 10년 차 태만을 표현할 때 도움이 됐던 것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지루해지기도 하고, 눈치도 보게 되고. 아내님이라 부르기도 하고.Q. 문정희 씨와 처음 부부 호흡을 맞췄다. 그것도 10년 차 부부를. 어떤 배우라고 생각했고, 어떤 배우이던가.
김상경 :
처음 ‘저 배우 누구지’ 했던 게 영화 ‘바람의 전설’이다. 어느 날 영화채널을 돌리는데 문정희 씨가 나왔다. 심각하게 대사를 한 뒤 춤을 추는 거였다. 잠깐 보는데 얼굴에서 풍기는 에너지가 좋았다. 그리고 춤을 정말 잘 추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동호회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더라. 그리고 최근에 ‘숨바꼭질’을 봤는데, 다시 한 번 속에 뭔가 많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늘 궁금한 배우였는데 이번에 아내 역할로 됐다고 해서 좋았다. 촬영할 때는 10년 차 부부를 표현하려면 당연히 친해 보여야 한다. 걱정했는데 너무 잘 맞았다. 처음 만난 건데 오래전부터 계속 해왔던 느낌이었다. 관심 있게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작품 하고 나서는 아직도 무섭다.(웃음) 요즘은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편인데, 정희는 좀 무섭다.Q. ‘가족끼리 왜 이래’ 김현주 씨와 비교한다면. 김현주 씨는 1999년 ‘마지막 전쟁’이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더라.
김상경 :
예전에 했는데 너무 오래됐다. 그래서 그때 ‘어떻게 했었지’ 했는데 막상 보니까 익숙하더라. 현주도, 정희도 공통적인 건 무르익은 것 같다. 나이가 어려서 예쁠 때도 있었겠지만, 연기로 봤을 때 정점에 있는 것 같다. 숙성된 느낌이랄까. 말을 많이 안 해도 주고받는 게 너무 풍성하다. 내가 생각했던 것 플러스알파로 연기하니까 편하다.
Q. 지금이 정점이면, 앞으로는.(웃음)
김상경 :
에이. 유도 질문하지 말고.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그게 정말 좋을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운동선수는 분명 전성기가 있다. 그렇다면 배우는? 중훈 형은 “너는 각광연도가 언제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말 그대로 각광을 받았던 연도가 있는데, 그게 그 사람의 연기가 최고는 아닐 수도 있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어 가면 좋은 게 내가 생각지 못했던 감성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살인의 추억’ 할 때가 29살인가 30살이었는데 그때부터 들어 보이는, 내 나이보다 위인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때는 막연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그 나이가 되니까 다른 감정인 거다. 아빠 역할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없을 때 아빠 역할 했을 때와 지금은 너무 다르다. 그래서 전성기라는 것도 어찌 보면 옹졸한 생각 같기도 하다.Q. 극 중 백수다. 배우라는 직업도 작품이 없을 땐 ‘백수’ 아닌가. (웃음). 그런 동질감도 있을 것 같다.
김상경 :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총각 때는 (작품 없을 때) 한 달 반을 집에서 안 나온 적도 있다. 지금은 다행인 게 아내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아이랑 같이 나간다. 10번 가자고 하면 1번 갈까 말까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서운해하지 않는다. 내가 돌아다니는 직업인지 아니까. 그리고 쉴 때는 모든 일정을 내가 짜는 거다. 밥 먹고, 운동하고, 낮잠 자다 책 읽고. 또 자고, 누구 불러내서 술 마시고. 딱 백수다. 또 옛날에는 작품 끝나고 빠져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했고. 요즘엔 2주에서 한 달 지나면 일이 하고 싶다.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렇게 10년 넘게 백수생활을 주기적으로 하는 셈이다. 남들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항상 불안하고,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 수련할 수밖에 없다. 그걸 잘 조절해야 오래갈 수 있다.Q. 실제 김상경은 어떤 아빠인가.
김상경 :
최근 아이가 수두를 앓았다. 몸에 뭐가 많이 나서인지 바지를 불편해하더라. 근데 아내의 말이 ‘낮부터 아빠 들어오면 멋있게 보이겠다고 입고 있었다’는 거다. 또 평소엔 주로 레슬링 하면서 잘 놀아준다. 근데 솔직히 없는 시간이 많으니까 어느 정도가 많이 놀아주는 건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걔도 날 좋아하고, 나도 좋아한다는 거다. (당연한 거 아닌가?) 아이들과 놀면 힘들다. 30분~1시간 놀고, 다시 내 할 일 하고. (누가 물어보면 많이는 아니고, 보통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Q. 극 중 아이들과 장난치면서 즐겁게 지내는 태만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인가.
김상경 :
장난꾸러기 아빠가 되는 게 목표다. 아이가 지금 내 나이가 됐을 때도, 60살이 넘었을 때도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그만 장난치세요’라고 할 때까지 그럴 거다. 아들(김상경은 친근한 말투로 ‘그놈’이라고 표현했다.)이 결혼할 때는 뭔가 이벤트를 할 거다.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꼭 하고야 말겠다.Q. 반대로 김상경은 어떤 아들이었나. 또는 김상경의 아빠는 어떤 분인가.
김상경 :
부모가 자식 욕하면 안 된다.(웃음) 아버지가 농담을 잘했다. 또 아버지가 목욕탕 가면 그렇게 소리를 낸다. 탕에 들어가서 ‘아~, 으아~, 좋다~, 시원하다~’ 등을 큰소리로 하신다. 그렇게 창피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더라. 우리 아이도 똑같은 성향이 있고.(웃음) 우리 아버지는 어딜 가나 농담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나보다 손자에 관심이 많은데, 수두 걸렸다고 하니까 전화를 많이 하신다. 그래서 며칠 전에 통화하는데 ‘지금 어디 시냐’고 하니까 ‘김상영 호텔이다. 네가 보태준 거 있어’ 그러신다. 아버지 존함이 상자, 영자신데 그렇게 농담을 하신다. 그럼 콘디션이 좋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이런 스타일이다.Q. 지난 언론시사회 때 아빠가 필요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좀 더 해 달라.
김상경 :
평소 유쾌 지수가 100이라면, 코미디를 하면 한없이 게이지가 올라간다. 그 보육원 신도 재밌는 장면이고, 농담도 많아서 얼마나 웃길까 하고 갔다. 화장실 가려고 아무 생각 없이 건물 안에 들어갔다. 거기에서 중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 몇 명과 마주쳤는데, 당황했던 게 모든 아이가 나를 피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거다. 촬영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유리창에 붙어 관심 있게 보면서도 나서지 못하는 거다. 그게 너무 속상하더라. 우리는 웃으면서 찍었지만, 그 보육원 친구들이 영화를 보면 얼마나 애달프겠나.Q. 결혼과 아이가 준 변화는 무엇인가.
김상경 :
너무 많다. 아주 단순하게는 내가 아버지 역할을 할 때 전혀 다른 감성이 느껴진다는 거다. 내 삶을 바꾼 거는 아이 때문에, 아내 때문에 좀 더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령 샤워할 때 물을 틀어놓은 채로 비누칠을 했다면,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비누칠 할 때 물을 틀지 않게 된다. 우리 다음 세대도 써야 하니까. 그런 삶의 패턴이 달라진 거다. 아이를 위해서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 좋은 아빠였으면 좋겠다. 안 그럼 좋은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 못 할 것 같다. 내가 바른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알 수 없는 정의감이 생긴다.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언니네 홍보사[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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