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끝자락까지 뜨거웠다. 지난 7월 시즌3로 돌아온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3(Show Me The Money3)’는 그야말로 ‘훨훨’ 날아올랐다. 방송 도중 터져 나온 갖가지 논란은 되레 상승세를 더하는 추진제가 됐다. 화제성에 힘입은 ‘쇼미더머니3’는 전체 평균 시청률 1.3%(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음악을, 그것도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쇼미더머니3’의 인기와 함께 참가자들도 스타덤에 올랐다. 그 중 래퍼 올티는 중반부터 프로그램의 핵으로 떠오르며 래퍼들 간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단순히 논란만 불러온 것도 아니었다. 초장부터 프로다운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인 그는 ‘올 레디(O’LL ready)’, ‘그 XX’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선연히 드러내 보였다.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올티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경연 무대에서 ‘패배’가 아닌 ‘탈락’만 있을 뿐”이라며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줬기에 후회는 없다”는 묵직한 소감을 전했다. 무대를 내려 온 그는 무대 밖에서도 영락없는 프로였다.
Q. 뜨거웠던 ‘쇼미더머니3’가 막을 내렸다. 그 중심에 섰던 당신의 소감이 궁금하다.
올티: 정말 재밌었다. ‘힙합’ 안에서 서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랩’으로 한바탕 게임을 즐긴 느낌이다.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음악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의 느낌만은 최고였다. 마치 랩 배틀을 즐기는 기분이었달까. 경쟁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
Q. ‘쇼미더머니3’는 각종 논란에 시달렸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참가자로서 아쉬움도 느꼈을 듯한데.
올티: 원래 그런 걸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물론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억울하지는 않다. 다 방송에 출연 전에 동의한 부분이 아닌가. 방송에서 보이는 ‘참가자’로서는 충분히 역할을 한 것 같다. 판단은 시청자가 할 몫이고.Q.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힙합신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출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올티: 간단히 말해서, 내가 돋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크게 조명되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힙합신에 첫발을 내딛고 랩을 해온 사람으로서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생각했던 것만큼 성과가 있었나. 아무래도 방송은 변수가 많지 않나.
올티: 일단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왔다. 표면적인 부분이기는 한데 언사가 얄밉게 보이더라, 하하하.
Q. 어떤 방송 프로그램이든 조명받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필요한 법이다.
올티: 랩으로 할 말 다하는 게 래퍼라고 생각한다, 그게 래퍼의 의무이기도 하고.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펀치라인으로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래퍼를 볼 수가 없더라. 획일화되고 있다는 거다. 나는 육지담과 붙을 때쯤부터 감을 잡았다.
Q. 그 교통카드는 당신이 준비한 건가. 방송을 보다가 정말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하하하.
올티: 내가 한 거다. 일부러 약간 과장되게 한 것도 있다. 방송에서는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지담이와 친하다. 그래서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고.
Q. 당신이 중반부에 바비와 비아이를 저격하며 경쟁에 불을 지핀 것도 화제가 됐다.
올티: 물론 나도 랩하는 사람으로서 비아이와 바비가 잘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근데 그 친구들이 부진할 때는 충분히 ‘가사도 절고, 다 소속사의 힘 아니냐’고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할 때는 공감하는 것 같더니, 막상 경연에서 해보자니까 다 내빼더라. 그때 원래 준비했던 곡의 벌스(Verse)에 그 내용을 넣었다.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런 디스를 기피하는 사람들을 꼬집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Q. 사실 디스라는 게 힙합에서는 빈번히 사용되는 관용구 같은 게 아닌가. 프리스타일로 유명세를 탄 당신에게는 더 익숙한 것이었을 것이고.
올티: ‘쇼미더머니3’ 무대는 내가 마치 엔터테이너로서 권투를 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길거리 싸움과는 다르다. 엄연히 공연이고 경쟁하는 것이기에 룰이 있는 거다. 서로가 다른 음악적 성향을 바탕으로 부딪치지만,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악수를 하게 된다. 스포츠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무대 위에서 펼친 경쟁을 도의적 잣대로 판단할 필요가 있나 싶다.
Q. 디스와 마찬가지로 스웨그(Swag, 자아도취)와 같은 힙합의 ‘어떤 특성들’도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는데, 참가자이자 현역 래퍼로서의 생각은 어떠한가.
올티: 방송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다. 출연자도 그걸 전제로 하고 출연한 것이지 않나. ‘쇼미더머니3’에 출연한 우리도 방송을 통해 얻어가려는 게 있으니까 출연한 게 아닐까. 제작진이 힙합을 잘 모르고, 힙합을 왜곡되게 그리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출연자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출연자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힙합의 대중화’는 ‘쇼미더머니3’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포인트다. 방송이 그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나.
올티: 글쎄. 정말 힙합이 대중화됐다면 내가 디스한 곡이 화제가 돼서 1위를 해야지, 하하. 어떤 곡이 1위를 하든 간에 일정 부분 방송의 홍보 효과 덕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힙합을 엔터테인먼트로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니까. 이 부분은 힙합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Q. 상당히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 같다. 방송에서는 쉬이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올티: 그런 부분 때문에 나의 개인사가 조명됐으면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기 힘든 사회 속에서 나는 항상 내가 흥미 있는 일에 몰두해 왔다.
Q. 신상이 털리는 게 무섭지도 않나, 하하하.
올티: 털어도 된다, 정말. 나는 한결같았다. 지금 모습 그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왔을 뿐이다.
Q. 꽤 어린 나이부터 길거리 공연을 시작해 실력을 쌓아온 것으로 안다. 힙합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올티: 정확히 말하자면 힙합이 아니라 랩을 했던 거지. 힙합의 감성을 이해하고 이 문화의 바운더리(경계) 안에 나를 포함시킨 건 얼마 안 된다. 어릴 적에 래퍼 허클베리피 등의 영상을 봤던 게 시작이랄까. 내가 그들의 힙합을 보며 자란 힙합 키드 세대다. 누군가 무언가를 좋아하면 막연히 동경하듯이, 그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스타일도 그래서 연습했던 거고. 2010년부터 싸이퍼(Cyhper, 여러 래퍼가 모여 프리스타일 랩핑을 즐기는 것)를 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JJK를 만나 ADV 크루에 들어가게 됐다.
Q. 아, ‘그 XX’ 무대에서 피처링을 했던 지코도 그때 만난 건가.
올티: 그즈음인 것 같다. 겨울이었던 것 같은 데 홍대에서 여느 때처럼 싸이퍼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지코가 치고 들어왔다. ‘너 진짜 못 한다’며 디스를 한 셈이지, 그게 첫 만남이다. 그때는 지코가 ‘내가 최고야, 내 힙합이 죽여’ 하는 식으로 힙부심(힙합+자부심)이 대단했거든, 하하하. 이후 지방공연을 가서 다시 재회했다. 당시 스윙스 형이 “래퍼들끼리 모였는데 프리스타일이나 할까”해서 또다시 맞붙었다. 그리고 친해졌지.
Q. 앞선 무대도 그렇지만, ‘그 XX’ 무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짧은 시간임에도 당신의 성장 폭이 눈에 훤히 보이더라.
올티: 경쟁은 가장 극적인 기회다. 그런 환경에서는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게 된다.
Q. ‘쇼미더머니3’ 속 경쟁은 끝났다. 앞으로 당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생각인가.
올티: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다양한 곳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 음악적으로는 나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 음악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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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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