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페스티벌들 사이로 이색 기획공연들이 열리며 관객들을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방 소도시를 찾는 인디뮤지션들이 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이색 콜라보레이션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장의 어려움을 아이디어로 돌파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강아솔, 제주도 카페 하도

인디레이블 일렉트릭뮤즈의 뮤지션들은 최근 한 달 간 서울을 벗어나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김목인, 이아립, 강아솔, 빅베이버드라이버, 홍갑, 빅포니, 투스토리 등의 포크 뮤지션들은 6월 13일 전주를 시작으로 7월 4일 대전, 19일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지방의 여러 공간을 찾았다.이 공연은 여느 지방투어와는 달랐다. 각 지역의 소규모 카페를 비롯해 제주도 세화해변, 사려니숲, 군산 철길마을, 구 충남도청 등에서 연주를 하고 영상도 찍었다. 영상을 보면 아늑한 배경이 뮤지션들의 담백한 어쿠스틱음악과 잘 어울린다. 훌륭한 뮤직비디오가 생긴 셈이다.

공연을 기획한 김민규 일렉트릭뮤즈 대표는 “우리 뮤지션들의 음악 스타일 때문인지 일반 공연장이 아닌 여러 문화공간에서 자주 공연을 하게 됐다. 지방 여러 문화공간을 다니다보니 그곳들에서 공통된 분위기가 느껴졌고, 그것을 인디 신의 공연들과 붙이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음악은 다양한 표정을 지닌 동네들과 잘 어울렸다. 김 대표는 “인디 신의 뮤지션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지역의 커뮤니티들과 더욱 밀접하게 교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옥상달빛
인디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요조, 옥상달빛은 최근 지방의 카페 투어를 돌았다. 옥상달빛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10만 명 돌파를 기념해 7월에 약 3주간 진주 창원 전주 경주 목포 강릉 천안 수원 등 10개 지방 카페투어를 돌았다. 공연을 도는 사이 페이스북 ‘좋아요’ 수는 15만을 넘겼다.

작은 카페에 60~100여 명의 관객이 몰려 좁은 공간에서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해 뮤지션과 관객 모두 만족도가 컸다. 김형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대표는 “기존에 단순히 행사 성격으로 지방에 간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처음 보는 관객들과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고, 신곡도 함께 합창했다. 가슴 속에 찡한 것이 느껴져서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옥상달빛은 3주간 10개 지역 공연으로 약 8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와 같은 공연의 경우 행사에 비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의 팬들과 밀접하게 만나고, 그로 인해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형수 대표는 “옥상달빛은 매년 여름에 지방투어를 돈다”며 “대형 페스티벌에 나가는 것보다 오히려 소도시의 팬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인디뮤지션들 사이에서 이러한 지방 소도시 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색 아이디어 공연들도 눈에 띈다. 소울 싱어송라이터 자이언티와 DJ 소울스케이프,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 세컨 세션(김문희, 민상용, 이태훈)은 지난 7월 31일 부산에서 이색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열었다. 서울에서 먼저 열린 이 공연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재즈의 만남으로 호평을 받았다.

자이언티 소속사 아메바컬쳐의 노영열 부장은 “수익보다는 아티스트들이 주도적으로 모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자는 취지로 뭉친 공연”이라며 “힙합이라고 하면 ‘푸쳐핸섭(Put your Hands up)’ 하면서 들어야 할 것 같지만, 그 외에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부산 팬들의 반응도 서울 팬들 못지않게 뜨거웠다”고 말했다.최근 인디 신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슈가볼(고창인, 소이빈 페이스트, 이혜진)은 지난 5월 31일~6월 1일 이틀간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무용과 마임이 함께 하는 콘서트 ‘무용으로 경험하는 슈가볼 콘서트 뉘앙스 & 디테일’을 열었다. 무대에는 마임, 현대무용, 발레 세 분야의 무용수들이 함께 올랐다. 슈가볼은 총 3부로 이루어진 공연에서 각 부 첫 곡의 이야기를 무용으로 풀었다.

이런 기획공연은 슈가볼이라는 브랜드를 팬들에게 각인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슈가볼의 리더 고창인 씨는 “슈가볼은 노래에 담긴 이야기, 즉 설레고 아련한 사랑의 디테일한 순간들을 밀접하게 들려주고 싶은 팀”이라며 “가사를 목소리가 아닌 다른 형태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공연에는 이틀간 약 1,300명의 관객이 왔다. 인디뮤지션의 공연으로는 대단한 숫자다.

음악평론가 김학선 씨는 “지역을 도는 공연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 달라진 점이라면 각 지역에 나름의 음악 신이 생기면서 그로 하여금 서울 지역 뮤지션들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소도시 투어 및 브랜드 공연들이 1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텐아시아 포토DB, 일렉트릭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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