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이 쾌남이라는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나이로만 치면 아직 이십대이지만, 김재중의 표정은 데뷔 이후 훌쩍 흘러버린 10년이라는 긴 세월 같은 길을 걸어온 자의 여유가 넘쳐흐른다. 어떤 짓궂은 질문에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대꾸한다. 인터뷰 도중 자신의 유머가 먹히자 버라이어티도 자신 있고 로맨틱 코미디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막 26부작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을 마친 터였다. 극 중 삼류 양아치에서 가족사의 비극을 딛고 일어나 카지노 대표로 성장하게 된 허영달을 연기한 김재중에게서 부정할 수 없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전에 없던 연기력 칭찬을 들었으며, 현장에서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을 다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고단했으나 과정은 행복했고 결과물도 좋았기에 더 없이 좋아 보이는 ‘쾌남’ 김재중과의 즐거웠던 대화를 공개한다.
김재중은 ‘트라이앵글’의 허양달이 자신과 꽤 많이 닮아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Q. 바로 어제(29일)까지 촬영을 진행했는데, 제일 마지막 신은 무엇이었나요.
김재중 : 카지노 신요.

Q. 그럼 마지막 장면은 언제 찍은 건가요? 내레이션이 깔린 대망의 엔딩 신이었잖아요.
김재중 : 지난 토요일(26일)에 찍었어요. 생방송 스케줄 와중에도 강원도에 가서 찍고 왔죠. 엔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상황이 될지는 모르고 찍었어요. 대본이 안 나온 상태에서 일단 가서 찍었죠. 내레이션은 29일 오후 5시에 나왔어요. ‘사랑을 해보세요’라는 내용인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영상을 찍을 때 미소라도 더 머금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었죠. 또 어쩌면 모르고 하는 것이 다 나았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요.Q. 극중 정희(백진희)에게 마지막으로 한 대사, 조금 오글거리지 않았나요, 하하.
김재중 : 멜로가 중간 중간 잘 살았다면 대사도 잘 살았을 텐데 멜로가 워낙 부족해서. 하지만 드라마 상에서 안 나왔을 뿐이지, 늘 그 생각(멜로)을 갖고 연기했기 때문에 스스로는 납득할 수 있었어요.

Q. 드라마 첫 주연작인데, 꽤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얻고 있어요.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나요.
김재중 : 숙제를 많이 남겨둔 작품인 것 같아요. 주연배우로 연기할 때 시야가 달라진 것 같아요. 더 넓어진 만큼, 좋은 것도 있지만 압박과 책임감도 많아졌어요. 한 번 촬영에 들어가면 100시간 중 3시간 자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당연히 몸은 힘들었죠. 하지만 주연배우로서 촬영장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할 때 울상 지으면서 하면 남는 것이 없잖아요. 고생하더라도 다 끝날 때 웃으며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되니까요.

Q. 연기적인 면에서는 본인도 성장을 느꼈나요? 캐릭터 표현에서 더 여유가 생겼다거나.
김재중 : 이번 작품이 가장 분석하지 않고 연기한 것이에요. 현장에서는 유철용 PD님이라는 선장님이 계셨고, 감독님이 이끌어내려는 것에 많이 맡긴 편이었죠. 하지만 나중에는 워낙 생방 스케줄로 가다보니 분석할 시간 자체가 없기도 했어요. 초반에 감독님이 잡아주신 것에 의지하다 나중에는 감독님도 디렉션을 안주셨어요. ‘네가 생각하는 것이 맞아’ 그러셨죠. 그때부터는 또 자연스럽게 현장에 몸을 맡기며 연기했죠.Q. 혹시 사이사이 시청자 반응이나 기사들도 모니터 했나요?
김재중 : 그럼요. 기억에 남는 반응 중 하나가 첫 회에서 노출신에 대한 것이었어요. 사실 전 이 드라마에는 임시완이 연기하는 양하라는 비주얼로 멋진 캐릭터가 있고, 영달이라는 인물은 덜 꾸미고 옷도 대충 입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싸움을 못하는 건달이니까 당연히 복근이나 근육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주 뚱뚱하거나 아니면 아주 마르거나, 보통 건달은 둘 중 하나라고 봤어요. 그런데 마침 ‘닥터이방인’의 이종석 씨가 탄탄한 복근을 공개했고, 댓글에는 ‘이종석처럼 왕자 복근 안 만들 거면 벗지마라’는 게 있더군요. ‘우이씨, 나도 만들 수 있어,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매치한 거라고!’(일동 웃음) 하지만 다음에 벗을 때는 몸을 만들어서 벗겠습니다.(다시 일동 웃음)

Q. 참, 김재중 씨는 허영달과 닮은 점이 많다고 말씀하셨죠. 어디가 그렇게 닮았나요.
김재중 : 후반에 장동철로 변하고 나서는 비슷한 구석이 없었지만, 영달의 자연스러움이 닮아있다 여겼어요.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이 비슷해 친근했죠. 그런데 보통 양아치라면 욕도 쓰면서 이야기하는데, 드라마다보니까 그런 것을 못해서 아쉬웠어요.

Q. 그렇다면 다음엔 영화 속에서 진한 양아치 연기 한 번?
김재중 : 오오! 정말요! 하고 싶어요. 이번에 영달 역을 맡고 영화 ‘사생결단’을 참고로 봤는데, 와 정말 말끝마다 욕이 등장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선 절대 할 수 없는 건데, 영화에서 꼭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Q. 이범수와 임시완과 형제로 나왔는데요, 전혀 다르게 생긴 세 사람이 후반부에 가서는 묘하게 닮아있어 놀랐어요.
김재중 : 정말요? 그런 이야기 처음 들어요. 아, 범수 형과는 눈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한 번 들었어요. 시완이는 너무 잘 생겼고요. 이번에 시완이와는 정말 친해져서 형 동생처럼 지냈어요. 그래서 감정 신에서 더욱 슬펐어요. 실제 친 동생같은 아이와 대립하는 구도로 가다보니 너무 슬펐어요. (김재중은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아, 시완이 정말 좋아’라고 말했다)

Q. 아니, 무슨 연인사이 같아요!
김재중 : 그러니까! 왜 나는 항상 남자배우들과 케미스트리가 생기는 걸까요? 작품을 통해 만나 연인이 된다는 것, 정말 부러워요! 으아~!

Q. 백진희 씨가 있었잖아요.
김재중 : 사랑이 아닌 사람을 얻었죠, 하하.Q. 실제 사랑을 할 땐 어떤 사람이 되나요.
김재중 : 영달과 비슷해요. 밖에서 누구와 싸우기도 하고 갈등을 빚다가도 정희를 보면 수줍어했던 영달처럼 전 통 제 마음을 숨기질 못해요. 포커페이스가 아니죠.

김재중은 신이 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JYJ멤버들과 환상적인 호흡을 이야기했다

Q. 참, 드라마 엔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재중 : 그런데 말이죠. 실은 엔딩이 바뀐 거예요. 원래는 영달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공항에서 죽는 결말을 염두에 두고 작가님이 쓰고 계셨는데, 드라마가 연장이 되면서 배우들 스케줄 문제로 엔딩이 바뀌었죠. 시완이의 경우, 원래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연장 때문에 하루 더 촬영을 해야 했어요. 오연수 누나는 실제로 식구들과 미국을 갔고요. 저나 범수 형은 시간이 있어서 끝까지 찍게 되면서 제가 살아남게 된 거죠.

Q. 으아, 영달이 죽었다면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김재중 :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시완이가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작가님께 말씀드리고 절제를 했어요. 마지막 순간 삼형제가 진실을 알게 될 텐데 미리부터 표현할 것을 다 해버리고 말할 것도 다 말해버리면 안될 것 같아 저와 시완이 작가님과 의논을 했죠. 그렇게 절제된 연기로 이어가다가 갑자기 죽게 됐는데, 그때의 감정 표현을 보고 저도 굉장히 슬프더라고요. 시완이는 정말 잘 해요.

Q. 혹시 임시완 씨와는 전부터 알던 사이인가요.
김재중 : 아뇨. 이번에 드라마하면서 친해졌어요. 그 전에는 몰랐죠. 시완이는 제가 가수 선배라며 신기해했고, 저도 시완이가 신기했어요. (Q. 네? 아니, 왜요?) 제가 방송에 잘 안나가다보니,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신기해요. 그런데 시완이 참 훌륭한 친구예요. 또 바로 작품 들어가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Q. 작품을 통해 배운 것이 많은 만큼, 당장 또 다른 작품에 돌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 같은데요.
김재중 : 그럼요, 또 해보고 싶어요. 신이 워낙 많았고, 주연이다 보니 보여줄 수 있는 것들도 많았죠. 많은 배우들과의 호흡 속에 여러 가지 상황들이 빚어졌고요. 할 수 있는 표현도 많았고, 자신 있는 표현도 어색한 표현도 많았는데 어쨌든 기회가 많았기에 칭찬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현장감이라는 스위치를 계속 온(ON)한 상태에서 또 작품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Q.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JYJ 앨범 활동에 집중해야하죠.
김재중 : 맞아요. 그것도 좋아요. 우리의 라운드잖아요. (Q. 반응이 좋던데요) 그러니까요. 왜죠? 기분 좋아요. 경사 났어요. 아마 힘을 빼서 그런 듯도 하고요. 이번 앨범에서는 억지스러운 것들을 다 빼고자 했어요. 누군가가 멋진 수식어를 부여해주는 것은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그러지 말자 했죠. 이번 앨범을 보면 엄청나게 다양하거나 새롭기보다 멤버들이 하고 싶고 자연스럽게 만든 완성도 있는 곡들이에요.

Q. 참, 지금 동시간대에 박유천 씨의 인터뷰가 진행 중인데요. 이번 앨범을 ‘멤버들이 서로에게 준 선물’이라고 규정하셨더군요. 김재중 씨의 정의도 들어보고 싶어요.
김재중 : 유천이가 저한테 선물을 준 것 같아요. (일동 웃음) 그런데 이번에 정말 멤버들하고 작업을 같이 하면서 ‘어쩜, 이렇게 합이 잘 맞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 곡을 녹음할 때 제일 먼저 녹음한 멤버가 잘 해야 돼요. 저의 경우, ‘두시 반’이라는 곡을 제가 먼저 녹음했는데 톤을 바꿔서 바이브레이션을 빠르게 불렀죠. 그런데 나중에 유천이와 준수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실은 유천이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은데 저한테 맞춰준 거예요. 기가 막혀요~! 쿵짝이 맞는 거죠. 제가 ‘쿵’하면 애들이 ‘짝’해주고. 하하.

Q. 서로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네요.
김재중 : 정말 이번에는 앨범 곡을 정할 때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보다 ‘나는 자신 없지만 준수와 유천이가 잘 할 것 같아’ 하는 곡들로 골랐어요. 저 뿐만 아니라 멤버들도요. 자기중심적인 셀렉이 아니라 JYJ가 하면 어떨까 하는 그림을 그리며 작업했죠.

Q. 그런 환상의 짝꿍, 세 남자가 영화나 드라마 한 작품에 출연할 날도 올까요?
김재중 :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언젠 가는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할 것 같아요. 해보고 싶고요.

Q. 그런데 세분이 한 작품이 있죠. 바로 펜잘 광고.
김재중 : 하하하하. 매출이 터졌음 됐죠.

Q. 유머감각이 대단해요. 예능과도 잘 맞을 것 같아요.
김재중 : 버라이어티 나가면 잘 터뜨릴 수 있어요. 로코도 하고 싶고요. 저 괜찮은 남자인데.

Q. 어, 본인이 괜찮은 남자인 세 가지 이유를 말하는 걸로 인터뷰를 훈훈하게 마무리하죠.
김재중 : 일단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하고 말하는 것! 그리고 스킨십에 적극적인 남자, 끝으로 시간도 노력도 힘도 돈도 그 어떤 것도 사랑 앞에서 아끼지 않는 남자라는 것!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씨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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