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고 강단있는 분위기는 최근작인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속 오수현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제 막 작품이 끝나서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있다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밝고 쾌활한 영락없는 20대 대학생의 모습이기도 하다. ’20대 여배우 기근’이라는 방송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 2009년 데뷔 이래 영화 ‘써니’, SBS 드라마 ‘닥터 챔프’ ‘못난이 주의보’에 이어 ‘닥터 이방인’까지 차근 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강소라에게서는 이제 자신만의 것을 향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읽힌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여전히 빡빡한 스케줄로 바쁜 기색이 뚜렷했지만 특유의 건강한 에너지는 여전해 보였다.
Q. 똑부러지는 분위기의 강소라와 ‘닥터 이방인’의 오수현은 꽤 잘 어울렸다는 평이 많았다.
강소라: 일할 때 수현의 모습은 실제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꾸미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일할 때는 좀더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일밖에 모르던 캐릭터가 사랑을 알게 되면서 짝사랑 모드로 전환되는 부분은 쉽지 않더라. 수현이 박훈(이종석)에게 그렇게까지 훅 빠질 줄은 상상을 못했다. 하하
Q. 훈을 마음에 품게 된 수현이 약혼자 한재준(박해진)에게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꽤 애틋했다.
강소라: 수현은 결핍이 많은 캐릭터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항상 긴장감을 지니고 있고, 사실은 마음 둘 곳이 없는 인물이다. 오히려 일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짝사랑에 빠져들었을 때의 혼란을 상상해봤다. 연기할 때 ‘내가 어떻게 나올까’라는 점은 생각하지 않고 촬영하는 편이라 오히려 몰입은 쉬웠던 것 같다.Q. 그래도 줄곧 짝사랑하는 역할이 쉽지만은 않았겠다.
강소라: 사실 실제 강소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있었다. 하하. 나는 뭔가 생각하는 지점이 있으면 바로 말해야 하는 타입이라 짝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방에게도 헷갈리지 않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편이라서.
Q. 아 그럼 짝사랑 경험은 한번도 없나?
강소라: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이었다. 실제로도 없었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항상 친구같이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타입이라 소개팅이나 한눈에 반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Q. 이종석과 박해진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역할이었는데 실제로 두 사람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던가?
강소라: 많이 달랐다. 하하. 해진 오빠는 현장에 오면 다 후배들이니까 항상 많이 챙겨주려고 노력하시더라. 종석이는 장난기도 많고 유쾌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꽤 무거웠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항상 웃고 떠드는 편이었다.Q. 촬영이 끝나고 교통사고로 부상이 좀 있었다고 들었다.
강소라: 매니저 분이 많이 피로하셔서 운전중 급브레이크를 밟으셨는데 목이 좀 삐끗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라 다 나아가는 중이다.
Q. 월화 미니시리즈라는 큰 산을 넘고 나니 자신감이 좀 많이 붙은 것 같나?
강소라: 아쉬움 반, 공허함 반인 기분이다. 월요일이 오면 또 TV를 틀어야만 할 것 같은. 모니터하면서 사실은 아쉬움이 많다. ‘아 저 장면에서 저렇게 하면 안됐는데…’ 하는. 드라마 찍을 때보다 오히려 끝나고 나니 긴장이 확 풀려 힘든 것 같다. 찍을 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찍다가 끝나고 나니 불현듯 현장 생각이 많이 밀려와서 그런가보다.
Q. 특히 ‘닥터 이방인’은 박해진 씨를 제외하면 이종석 강소라 진세연 등 20대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작품이라 더 부담감이 있었겠다.
강소라: 또래 배우들과 극을 이끌어갔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이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진 않았지만 끝나고 보니 뿌듯한 마음도 든다.
Q. 영화 ‘써니’ 때만 해도 앳된 모습이 많았는데 일일극 등을 거치며 어느새 강소라가 숙녀가 됐다는 평이 많더라.
강소라: ‘닥터 이방인’ 전에 일일극을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미니시리즈는 시간상 연기를 가다듬고 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일일극을 하면서 연기 감각을 몸에 익힌 것이 안정감을 준 것 같다.
Q. 여자배우로서 드물게 중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점도 매력적이다.
강소라: 상대적으로 심적 안정감을 주는 면은 있는 것 같다. 반면 음성이 또렷하지 않게 뭉개져서 들릴 수 있는 난점이 있어 항상 유의하는 편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레이션에도 도전해보고 싶긴 하다.
Q.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의 안영이 역으로도 캐스팅됐다. 원작이 워낙 인기 있는 작품인데 캐스팅되고 어땠나?
강소라: 벌써부터 부담감이 많다. 작품을 보니 직장 생활을 못해 본 나도 그렇게 공감이 가는데 실제 직장인들의 공감도는 훨씬 클 것 같아서 어떻게 잘 표현해야할지 열심히 연구중이다. 감독님께서 만화 속 안영이의 모습과 내가 많이 닮았다고 하시더라. 안영이는 기본적으로 표정을 많이 쓰지 않고 표현도 작은 인물이라 세심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Q. 실제 직장생활에 대한 경험은 전무한데 ‘미생’ 속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가던가?
강소라: 과장님, 부장님 같은 단어나 상사와의 관계 등은 나에게 신기한 영역이었다. 마치 말로만 듣던 얘기를 다큐멘터리로 보는 느낌이었달까. 기본적으로 ‘미생’은 밝진 않지만, 또 밝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힘들고 처절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사랑하고, 일하면서 행복을 찾아간다는 면에서 나와의 공통분모도 찾을 수 있었다.
Q. 직상생활을 했다면 사원 강소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강소라: 음… 어른들을 어려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어른들께 말도 먼저 붙이고 다가가는 편이라 아마 안영이랑 비슷한 구석도 많았을 것 같다.
Q. 얘기를 듣다 보니 확실히 여장부 같은 면이 많아 보인다.
강소라: 예스 노가 확실한 편이다. 아니다 싶으면 욱하는 면도 있어서 가끔 후회하기도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여행이든 뭐든 하자고 얘기가 나오면 바로 추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중에 만나자’라는 말을 싫어한다. 언제 만날 건지, 뭘 먹을 건지 그때 그때 정해서 만나는 게 좋지 빈말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Q. 연달아 작품을 하면서 요즘은 친구들 만나기도 쉽지 않을텐데 쉴 때는 뭘하는 편인가?
강소라: ‘이런거 까지 혼자해?’ 할 정도로 뭐든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영화는 기본이고 전시, 맛집까지 혼자 다닌다. 하하. 혼자 식당에 가면 왠지 안돼보이시는지 서비스도 많이 주고 무척 잘해주신다. 하하.
Q. 8월 중순께 시작하는 ‘미생’ 촬영까지는 약 한 달이 남았는데 그 동안은 뭘하고 싶나.
강소라: 먹고 자고 쉬면서 일단 요양을 할 것 같다. 하하. 그리고 나선 바짝 작품 준비를 해야겠지. 내게 계속해서 기회가 온다는 게 감사한 요즘이다.
Q. 연기 외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강소라: 심야방송 DJ가 욕심 난다. 라디오만이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한다. 오직 목소리만으로 많은 사람들과 선입견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고.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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