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해피선데이’,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포스터(맨 위부터)

뜨거운 감자가 따로 없다. KBS, MBS, SBS 등 지상파 3사가 매주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편성 시간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KBS 측이 원래 편성을 고지한 오후 4시 10분보다 7분가량 빠른 4시 3분경에 KBS2 ‘해피선데이’를 내보내 다시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이에 MBC 측은 오는 27일 방송되는 MBC ‘일밤’의 편성 시간을 10분 앞당기는 초강수를 뒀다. MBC는 편성 확정 이후 “KBS의 변칙 편성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접점을 찾지 못한 방송 3사의 편성 전쟁에 또 다시 불이 붙는 형국이다.편성 대란에 대해 MBC와 SBS가 한결같이 내놓고 있는 답변은 “KBS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편성 대란의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사실 이와 같은 논란의 근저에는 ‘방송을 먼저 시작하면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200분 이상 편성되는 일요 예능의 방송 시간을 두고 볼 때 ±10여 분 정도는 극히 미미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시청률 변화 또한 단순히 방송 편성 시간의 문제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례로 지난 6개월여간의 방송 3사 일요 예능 방송과 시청률을 대조해 봐도 편성 시간이 시청률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시청률과 방송 시간이 연동하지 않는 다는 것은 시청률 변화의 근본적인 요인이 방송 시간이 아닌 콘텐츠 수준에 있다는 의미다.

방송 3사 간의 과도한 ‘네거티브 경쟁’이 계속되는 데는 각 방송사의 편성 본부와 제작 본부가 분리돼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방송 3사 편성국 관계자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왔으나, 시청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점차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저마다 ‘책임 떠넘기기’를 반복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

방송 편성 논란이 ‘방송 시간 장기화’, ‘콘텐츠 수준 저하’ 등의 문제로 전이돼 문제의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 줄기차게 늘어나는 일요 예능의 방송 시간은 그것대로 문제지만, 방송 편성과 엮어서 논의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네거티브 경쟁으로 인해 각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손상을 입고 있고, 원치 않는 정보를 접한 대중의 피로도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실체를 드러낸 방송가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방송 3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방송사 고위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사실 이 같은 편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송사는 없을 것”이라며 “콘텐츠의 완성도를 배제하고 편성 시간만을 놓고 무의미한 진실공방을 계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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