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처세왕’서 18세 고교생과 28세 본부장 오가는 ‘미친 연기력’에 호평세례
누구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시대다. 요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이라는 대답이 반을 넘긴다는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부모들도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며 말리던 과거와 달리 자녀가 간절히 원하고 끼가 보인다면 적극 지원해준다. 이 때문에 요즘 동네 곳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입시 학원 사이에 연예인들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실용음악학원’ ‘연기학원’ ‘댄스 아카데미’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부모세대에 자신이 타고난 환경을 바꾸고 싶으면 운동에 매진하거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것과 달리 많은 아이들이 연습실에서 미래의 톱스타를 꿈꾸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그러나 인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상대. 자신이 열망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환경에 맞춰 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특히 연예계라는 바닥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그 성과물을 그대로 얻기 힘든 곳. 타고난 선천적인 ‘끼’와 좋은 기회를 만날 ‘운’이 없다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연예기자를 해온 나는 가끔 신인배우로 만났다가 일반인이 된 이들을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 한 사람은 외모가 무척 뛰어나 톱스타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끼’가 부족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연기력 탓에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진 그는 소속사에서 방출됐고 현재 배우를 그만두고 작은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TV는 속상할까봐 아예 보지 않고 살고 있단다. 안타까운 만남이었다.
이에 반해 흘러 넘치다 못해 홍수를 이루는 끼 때문에 매번 찬사가 절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극본 양희승, 연출 유제원)의 주인공 서인국이다. 불과 한 주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잠시라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서인국의 ‘미친 연기력’에 “진짜 잘한다”며 탄성을 내지르고 있다.
외모는 20대 후반인 배우 서인국이 다혈질에 충동적인 18세 고교생 민석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는 거에 머물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얼굴이 똑같이 생긴 10살 위 형인 대기업 본부장 형석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18세 소년과 28세 본부장의 간극을 절묘하게 오가며 물이 오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2회에 사라진 형의 부탁으로 회사에 들어가 본부장 행세를 하면서부터 시청자들을 더욱 사로잡고 있다. 얼굴은 노안인데 어쩔 수 없이 나오는 18세 소년 특유의 감성과 제스처를 자제하며 28세 본부장 흉내를 내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코믹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양쪽을 치밀하게 계산하며 연기하는 모습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인국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1위를 수상한 가수 출신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특별한 연기 수업으로 결코 얻어낼 수 없는 ‘선천적인 끼’로 양산된 동물적인 연기감각의 산물이다.
난 사실 서인국이 KBS2 미니시리즈 ‘사랑비’로 연기 데뷔했을 때부터 가능성을 이미 예측했다. 작은 역할이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게 가수가 잠시 외도로 연기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 후 ‘응답하라 1997’, ‘주군의 태양’을 거치면서 배우로서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서인국의 연기가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할에 임하는 진정성 때문이다. 부가사업으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진심을 다해 접근하는 진정성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활동분야를 넓히겠다는 야망이나 계산보다 연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이어서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모습은 요즘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연기돌’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서인국은 최근 외모도 날이 갈수록 ‘빛’이 나고 있다. 요즘 사진을 보면 ‘용 됐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사실 그는 2년 전 MBC 주말드라마 ‘아들 녀석들’ 제작발표회장에서 선배 이성재가 “그렘린 같이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다. 개성이 넘치는 얼굴라고 할까. ‘응답하라 1997’ ‘주군의 태양’을 거치며 다이어트를 한 것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중들을 매혹시킨 그의 끼가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마사지도 이유이겠지만 일의 성공이 자신감을 배가해주며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들어내 더욱 잘생겨져 보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미모 비결은 결국 ‘끼’인 것이다.
‘고교처세왕’은 서인국의 열연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애환과 밝고 건강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더욱 받을 전망이다. 상대역 이하나와의 연기호흡도 잘 맞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화요일 밤은 11시 전에 귀가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 셈이다. 대한민국 공식 ‘끼돌이’ 서인국이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을 매혹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젤리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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