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밀회’, ‘연애능력평가’, ‘미안해요 형’, ‘렛잇비’(왼쪽위부터 시계방향)

6주만에 방송을 재개한 ‘개그콘서트’가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KBS2 ‘개그콘서트’는 지난달 28일,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 이후 6주만에 방송을 재개해 눈길을 모았다. 개그맨들은 녹화가 중단된 동안 무려 6개의 새 코너를 준비해 분위기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살아남은 4개 코너가 지난 1일 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이날 첫 선을 보인 코너들은 ‘미안해요 형’, ‘렛잇비’, ‘쉰 밀회’, ‘연애능력평가’였다. 드라마 패러디부터 재밌는 가사의 뮤지컬 개그, 콩트까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새 코너들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 ‘쉰 밀회’= ‘밀회’ 패러디의 역발상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밀회’를 패러디한 ‘쉰 밀회’는 새 코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했음은 물론, 기존 코너들을 제치고 전체 1위(19.0%,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김대희, 김지민, 김대성, 유민상이 각각 유아인, 김희애, 박혁권, 김혜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쉰 밀회’는 기존 ‘밀회’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드라마 속 김희애의 트레이드마크인 물광 메이크업과 “특급칭찬이야”라는 유행어를 웃음 코드로 활용했다. 하지만 극중 행동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나이의 역전이라는 상황에 웃음의 포인트를 뒀다. 40대인 김대희가 극중 94년생이었던 유아인 역할을 맡아 열연하면서 오는 괴리감을 웃음의 소재로 제시한

김희애로 분한 김지민은 21살로는 보이지 않는 김대희에게 “얘한테서 우리 아빠 냄새가 난다”며 의아스러워 하는가하면,”이건 특급칭찬이야”라고 볼을 꼬집은 뒤 “뭐지? 피부에 탄력이 한 개도 없어”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선사했다.김희애의 남편 박혁권으로 등장한 김대성도 “이 어린 놈의 자식”이라며 김대희의 뺨을 때렸지만곧 “괜찮으시냐”며 어쩔 줄 몰라하고,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며 돈다발을 던진 뒤 다시 돈을 주워 손에 쥐어주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대희는 아무렇지 20대인 척 진지한 연기를 펼치면서도 ‘고고장’, ‘국민학교’ 등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는 단어를 사용해 반전 웃음을 유발했다.

#. ‘연애능력평가’= 연애 문제에 대한 지리, 탐구, 추리적 해법

새 코너 중 2위(17.8%)를 차지한 ‘연애능력평가’는 남자들이 연애를 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마치 수능 문제를 푸는 식으로 접근한 코너. 박성호, 정범균, 신종령이 쇼핑탐구영역, 여성추리영역, 연애지리영역 등의 전문 강사로 변신해 이색적인 시각으로 연애 관련 지침을 제시해 웃음을 선사했다.정범균은 남자친구의 이벤트 이후 여자친구가 화난 이유를 세심하게 추리했고, 신종령은 ‘미니스커트 분포도와 휴가 나온 군인 분포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박성호는 쇼핑에서 득템 개수와 세일가에 따라 체감 쇼핑 시간이 달라진다는 ‘쇼핑 가속도의 법칙’, 샘플을 많이 받을 수록 화장품 구입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샘플고라스의 정리’ 등 획기적인 공식을 소개해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 ‘미안해요 형’=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동생들

‘미안해요 형’(16.7%)은 이상구와 곽범이 아는 형 홍순목의 일을 돕겠다고 나서지만 엉뚱한 실수로 그를 당황케 해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 홍순목의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상구는 홍순목에게 장사에 대한 지식을 뽐내며 자신있게 나서지만 곧 실수를 연발하며 말끝마다 “미안해요 형”이라고 사과해 폭소를 유발했다.이상구는 외국 손님이 많다는 홍순목 말에 여러 나라의 인사말을 읊으며 자신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아랍어를 쓰는 외국인 손님이 나타나자 당항하며 “미안해요 형, 알라신은 못 모시겠어요”라고 말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상구는 결국 홍순목에 쫓겨나기에 이르고, 이상구는 아르바이트비 정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상구는 시급 6,000원 대비 15분의 일당을 계산하지 못해 “미안해요 형, 계산은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해 홍순목을 뒷목 잡게 했다.

곽범은 무슨 말을 하든 “알겠슴다!”라고 크게 대답해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상황에 대한 융통성 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더했다. 이상구가 아르바이트비를 계산하지 못해 진땀빼는 가운데 곽점이 말없이 밖으로 향했고, “어디가냐”는 홍순목의 질문에 “계산기 사러 가요”라고 답해 그를 두번 혈압 오르게 했다.

#. ‘렛잇비’ = 직장인 공감 100% 노래 개그

뮤지컬 개그 ‘렛인비’는 새 코너 가운데 가장 낮은 시청률(13.8%)을 기록했다. 하지만 직장인 공감을 자아내는 재치넘치는 노래 가사가 이후 인기 코너로 거듭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 송필근, 박은영, 이동윤, 노우진은 한 회사에 근무하는 부원들과 신입사원, 부장 등으로 분해 비틀즈의 ‘렛 잇 비’ 음악에 맞춰 직장인들이 겪는 고충을 노래로 표현했다.

송필근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했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지만 결국엔 ‘노래 잘하는 직장인’이 됐다고 노래해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을 연출했다. 박은영은 회사에 커피를 타러 온 게 아니라고 불만을 말하자, 다음날부터는 둥글레 차를 타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어리바리한 신입사원 역을 맡은 노우진은 거래처와 골프 접대에서 회사의 명예를 걸고 이겼다고 말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남자는 자고로 군대를 다녀와야 된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장을 소개하며 그는 외국인 리처드라고 밝혀 관중을 폭소하게 했다.

‘렛잇비’에서는 이외에도 “직장 회식에 마음껏 웃고 떠들어 보려고 했더니 옆 자리가 사장인 리처드”, “다들 주말에 잘 쉬어. 근데 나는 내일 등산가” 등의 반전 있는 대사가 연속으로 등장해눈길을 모았다.

이들 새 코너들은’황해’, ‘뿜엔터테인먼트’, ‘편하게 있어’, ‘안 생겨요’ 등 폐진된 코너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개그콘서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개그콘서트’는 이들 외에도 꾸준히 새 코너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혀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KBS2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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