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이후 7년간 작품 소식 없어 ‘김수현 소속사 대표’ 이미지만 더욱 굳어져가

어른들이 예전부터 자주 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뭔가를 해야만 하는 알맞은 시기가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학생 때는 공부를 해야 하고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청춘일 때는 연애도 실컷 해봐야 하고 놀 것은 확실히 놀아봐야 후회가 없다. 결혼도 적령기에 하는 게 좋다. 적령기를 넘기면 괜찮은 사람들은 분명히 누가 다 채가 제대로 된 사람 만나기가 힘들다.사람마다 환경과 개성이 다르기에 그 시기가 약간씩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간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젊음이란 특권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진다. 어른들이 일러준 차례대로 다가오는 적절한 ‘시기’들을 순차적으로 밟아 나아가는 게 변수가 많은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유리하다. 놓치고 되돌리려 하면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적당한 시기가 다가왔을 때 제대로 즐기고 누릴 줄 아는 게 현명하다.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적정한 시기라는 게 있다. 역할을 가리지 말고 많이 하면서 배워 나가야 할 때와 자신을 배우로서 성장시킬 작품만 골라서 해야 할 때, 어느 경지에 올라 대중에게 더욱 다가갈 때 등 나이와 배우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런 가운데 한창 왕성하게 다양한 역할들을 해봐야 할 시기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배우들이 있어 대중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4년째 공백기를 갖고 있는 원빈은 양호한 편이다. ‘욘사마’ 배용준은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 이후 2011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 특별 출연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작품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철두철미한 완벽주의 때문일까? 아름다웠던 젊음과 다양한 기회를 흘려보내고 더 이상 현역 배우가 아닌 ‘전설’이 돼가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이제 여성 팬들을 끌고 다니는 최고의 인기스타보다 대중들에게 ‘김수현 김현중 소속사 사장님’이란 이미지가 굳어가고 있다. 배용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소속사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의 VIP 시사회 현장밖에 없다. 포토월에서 찍힌 사진을 볼 때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온 톱스타라기보다 ‘기획사 사장님’ 포스가 풍겨난다. 좋게 말하면 ‘스타 조련사’지만 왠지 현역에서 밀려난 ‘뒷방 늙은이’의 느낌도 들어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다.

얼마 전 젊은 기자들과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일을 시작한 지 1~2년 된 기자가 배용준의 나이를 이병헌보다 많게 알고 있어 놀랐던 적이 있다. 배용준의 나이 이제 마흔셋. 이병헌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 작품을 너무 오랫동안 안 내놓았기 때문에 대중들과 그만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촬영현장에서 펄펄 날 수 있는 나이고 국내외 팬덤도 여전히 굳건하기에 안타까움은 더한다.이에 비해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열정을 과시해 여전히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배용준이 한창 전성기를 날릴 때 인기 경쟁을 펼쳤던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도 국내외에서 20대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팬들의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아마 이는 배용준 본인이 자신의 인생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대중들의 기대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충분히 연기뿐만 아니라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분명히 인생에 있어서 오직 한길만 있는 건 아니다. 그걸 서운해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안타까운 점은 아직 반도 소비되지 않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이다.

배용준은 이제까지 ‘스타’로서 이미지만 부각됐지 ‘배우’로서 능력은 과소평가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대중들을 빨아들이는 흡인력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배우로서 장점은 확실히 넘친다. ‘태왕사신기’에서 카메라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뿜어져 나왔던 아우라 ‘조선남녀상열지사-스캔들’에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도전의식, ‘외출’에서 감정의 밑바닥까지 훑어 내려가는 집중력.

배용준은 분명 배우로서 대중들을 작품에는 몰입시키는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얼굴들이 많은데 그걸 사장시키는 거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그의 나이 마흔셋. 남자배우로서 한창 활발하게 활동나이다. 이 순간 배우로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정말 말 그대로 진짜 ‘전설’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직 보여줄 카드가 분명히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배용준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속사측은 항상 여러 작품을 두고 고심 중이라는 말을 한다.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기에 작품 선택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본인이 더 답답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름값에 맞는 모든 조건이 완벽히 구비된 프로젝트를 현재의 상황에서 찾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보다 뭔가 하나 부족해도 배우로서 도전해볼 만하고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게 중요하다. 명성에서 오는 부담감을 벗고 연기를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의외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대중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강남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선 배용준의 모습을 어서 보고 싶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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