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yashita Maika(미야시타 마이카) 의 ‘Rakugaki’(라쿠가키) -2011년 5월 오리콘 데일리차트 1위.
Dream(드림)의 ‘Catch a wave’(캐치 어 웨이브)-2013년 5월 오리콘 데일리차트 7위에 오른 뒤 10위권 안에 4회 등장.
오리콘차트를 점령한 이 곡들을 만든 작곡가 이현수는 한국인다. 일본에서 H.SU(에이치수)라는 이름으로 작곡을 하고 있는 이현수는 놀랍게도 작곡을 시작한 지 6년이 채 되지 않는 늦깍이 신인이다.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항해를 해 나가고 있는 무서운 속도로 비상 중이다.
지난해말에는 AI(아이),Miriyah(밀리야),VERBAL(버발)이 리복과 콜라보이레션으로 발표한 ‘Runfree’(런프리)를 작곡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모 기획사에서 세계 각국의 작곡가들을 초청해 함께 작업하는 자리에도 두 차례 초대를 받아 작업 중이다. 이현수는 m-flo(엠플로)와 TERIYAKI BOYZ(데리야키 보이즈)에서 활동 중인 VERBAL(버발)이 대표로 있는 AMBUSH(엠부시)에 소속된 두 명의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는 Toshinobu Kubota(도시노부 쿠보타)와 TERIYAKI BOYZ(데리야키 보이즈)의 함께 부른 ‘La La La Love Song’(라라라 러브송)과 ‘Work That’(워크댓)의 편곡을 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작곡을 시작할 때만 해도 건반을 칠 줄 몰라 녹음기를 썼던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세계적인 작곡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꿈을 향해간 원동력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를 믿을 수 밖에 없었죠. 힘들어해도 결과는 똑같으니까. 믿지 않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이현수: 일본에서 노래를 잘 하는 유니버셜의 AI, 시부야케 스타일의 소니 아티스트 Miliyah, 그리고 Verbal이 함께 낸 ‘Runfree’를 작곡해서 선보였다.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A.M.V. 아티스트들이 공동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앨범에는 ‘H.SU(AMBUSH(R))’로 표기된다. 이번 곡은 함께 AMBUSH에서 활동하는 LUCAS VALENTINE(루카스발렌타인)과 공동 작업을 했다.
Q. ‘Runfree’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이현수: Verbal이 리복의 아시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서 참여하게 되었다. 리복의 프리스타일이라는 운동화 출시에 맞춰 콜라보레이션으로 작업을 했다. 뼈대는 LUCAS VALENTINE이 만들고, H.SU가 나머지 사비와 어레인지(편곡) 등을 마무리했다. Verbal이 랩을 맡고, AI와 Miliyah가 멜로디를 부른 곡으로, 일본 아이튠즈에서 판매도 되고, 광고로도 방영이 된다. (Verbal이 속한) M-flo의 ‘ASO BON! ENKAi’(아소 본!엔카이)에도 실렸다.
Q. 일본에서 반응은 어떤가.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이현수: Verbal이 패션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한 덕분에 더 반응이 좋은 듯 하다. 음악이 너무 딥(deep)하지도 않아야 했고, 지나치게 퍼퓰러(popular)하지도 않아야 했다. 패셔너블하면서도, 팝송과 다르고, 아이돌과 차별화되어야 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클럽에서 즐길 수 있을만 해야 했다.Q. ‘청각적’이라는 음악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시각적’인 패션을 강조한다는 점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어려웠는가.
이현수: 상상을 많이 하고, 고민도 깊이 하려고 했다. 퍼포먼스적인 것보다는, 감각적으로 패션을 생각하려고 했다. 신디사이저 소리도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지저분하게도 만들어봤다가, 깨끗하게도 만들어보고. LUCAS VALENTINE이 미국계 일본인이고, 나는 한국인이기에 감각이 달랐고,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 작업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고 본다.
Q. LUCAS VALENTINE과 호흡이 잘 맞나보다. 이번 작업이 처음인가.
이현수: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서로 재미있게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서로 토스를 해 가면서, 주거니, 받거니… 사운드메이킹을 하면, 그 친구 트랙에 멜로디도 쓰고 하는 식이다.
이현수: 일본에서 유명한 Toshinobu Kubota랑 TERIYAKI BOYZ의 ‘LaLaLa Lovesong’ ’Work that’ 작업에 참여했고, 일본 걸그룹 E-girls의 유닛인 Dream의 ‘Catch a wave’가 2013년 발매됐다. 새해에 3개 정도 예정되어 있다.
Q. 일본에서 유명한 뮤지션들과 활발히 작업 중이고 오리콘차트에도 오르고 있는데, 작곡 전공은 아니라고 들었다.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현수: 원래 가수의 꿈이 있었다. 8,9년 전에는 일본에서 잠시 가수로 활동도 했다. 인디 쪽에서 라이브를 했고, 정식 데뷔는 하지 못했다.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은데, 가수는 힘들 것 같고… 자연스레 작곡가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처음에는 건반을 못 쳐서 보이스 레코더(Voice Recorder)로 하다, 피아노를 독학으로 배웠다.
Q. 가수에서 바로 작곡가로 전향한 것인가.
이현수: 일본에서 STARDUST(스타더스트)에 들어가게 되어서 처음에는 A&R을 하면서 일 끝나고 혼자 작곡을 했다. 회사에서 일을 잘 하면 시켜주겠다고 해서, 한류 바람 속에 ‘STARDUST ASIA(스타더스트 아시아)’를 기획해서 3년만에 채택이 되었다. 2009년에 STARDUST ASIA가 정식 출범할 때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당시회사에 “작곡가를 해도 되나요?” 물었고, 사장님께서 작곡가로 정식으로 계약을 해 주셨다.Q. 오! 성과가 없는 작곡가를 가능성만 믿고 해 줬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가.
이현수: 작곡해서 데모를 들려줬다. 회사에서 싫어할 수도 있는데, 일을 열심히 했던 덕분인지 업무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주셨다. 사장님이 “해 봐라”고 해서, 지사장 겸 A&R, 작곡, 캐스팅까지 하게 되었다.
Q. 1인4역 아닌가! 정작 작곡을 할 시간이 없었을 것 같다.
이현수: 맞다. 업무 전반을 챙기다 보면 곡을 쓸 시간이 없었다. 나이 서른에, 좋은 연봉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심사숙고 끝에 여기(작곡)에 올인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진을 계기로 회사가 철수하면서 본사의 A&R Chief를 하기로 하다가 그냥 작곡의 길을 택했다.
Q. 큰 결심 아닌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현수: 주변에서 걱정해 주는 분들이 무척 많았다. 색안경을 끼고 욕을 하기도 했다. ‘배부른 소리’라는 거였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후회를 할 것 같았다. 많은 연봉도 아깝지 않았다.
Q. 숱한 직장인들이 자신의 꿈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실천을 못하는데…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실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현수: 딸린 식구도 없고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엔 쉽게 생각해서 덤벼든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무슨 생각이지?’ ‘집이 잘 사나?’ 이런 시선들이었다.
Q.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띄워볼 심산이었나.
이현수: 음악을 하고 싶은게 제일 컸다. 제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고. 직정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충이 커지는 걸 많이 봤다. 그래서, 후회없도록, 마지막으로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나이 마흔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 꼭 하고 싶은 것 하나를 해 봐야겠고, 그걸 위해 큰 걸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Q.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후회한 적은 없나.
이현수: 잠시 후회를 하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수입이 한 푼도 없을 때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많이 되었다.
이현수: 버벌은 7년 전부터 일하다 만나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연락을 하던 사이기는 했다.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다. 피드백이 금방 금방 왔다. 유명한데도, 감사하게도 안부 메일에 답장이 빨리 왔다.
Q. 안부를 주고 받다가 계약까지는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현수: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라이브를 위해서 한국에 왔을 때 한국에서 만났다. 삼성동으로 찾아갔다. “이런 일을 하는데, 데모를 보내도 되겠나” 물었고, “보내라”고 해서 보냈다. 사실 친분으로 일을 할 순 없다. 퀄리티가 되어야 한다. 데모 보내고 1개월 뒤 “가능성이 있다. 일단 계속하라”는 정도의 답변을 받았다. 그 말을 듣고, 6개월간 계속 러브콜을 보냈다. 곡을 만드는대로 보냈고, 6개월 후에 “보자. 이제는 같이 일할 수 있겠다”고 연락이 왔다.
Q. 첫 번에 OK를 받은 것은 아니네?
이현수: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뭘 잘못했는지 찾게 하는 스타일이다. 카니에 웨스트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니 귀가 얼마나 높겠나. 일본 내의 작곡가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을 팔지도 않고, 계속 곡을 만들어서 버벌에 어프로치했다. 그리고 계약을 하게 되었다.
Q. 계약하자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 곡을 만들어 보낼 때 어떤 마음이었나.
이현수: 사실은 힘이 들었다. 10시간 노동을 하면 보통 일반적으로 댓가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음악작업은 10시간의 노동이 제로인 경우가 많다. 만드는 입장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걸리지만, 들을 때는 3분50초면 끝이다.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다. ‘맨 땅에 헤딩’같았다.
Q.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이현수: 그냥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힘들어해도 결과는 똑같지 않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막연한데서 나오기도 한다. 내 기준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믿을 수 밖에.
Q. 본격적으로 작곡가로 소속이 되어 Verbal과 작업을 해 보니 어떤가.
이현수: 눈물이 나고 힘들다,하하. Verbal은 친절하고 스마트하지만 곡의 퀄리티 측면에서는 엄격하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성장해야 하니까… 음악을 하지만, 음악 외적인 것, 예컨대 패션이나 영화 등 “많은 것을 보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알아야 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을 해 준다.
Q. 음악에만 몰두하라는 주문은 안 하나보다.
이현수: 음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자기 세계에만 빠지지 마라”고 한다.
Q. 어떤 조건의 계약 형태인가.
이현수: 스튜디오를 활용해서 작업을 하도록 지원해주고… 일본은 월급제라서, 아티스트가 불이익이 안 되는 조건이다. 1년 계약 후 재계약을 했다.
이현수: 지난 8월과 12월에 외국 작곡가들과 콜라보레이션하면서 작업을 해 보고 있다. 한국에 나오는 이유가, 음악의 퀄리티 때문이다. 한국의 작곡가들은 이제 세계적 수준이다. 놀랄 정도로 잘한다.
Q. 한국 작곡가와 친분이 있는 이는 누가 있나.
이현수: 4Miles(포마일즈)다. 가수 민트로도 활동한 홍성민이다. 임재범의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승철의 ‘네가 흘러내려’, 엠파이어 ‘너랑 친구 못 해’를 작곡한 분이다. 원래 발라드 작곡가인데 이정이 세븐데이즈로 활동할 때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다. 댄스를 들어봤는데, 레벨이 어마어마하다. 가깝게 지내고 있다. 발라드를 하는 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나는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만들고,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곡들 많이 듣지만 놀라웠다. 그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이는 것 같았다.
Q.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로 한국작곡가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가.
이현수: 한국작곡가들이 엄청나게 노력한다. 한국작곡가는 이제 한국판이 아니다. 이미 해외 작곡가와 경쟁하고 있다. ‘여기는 딴 나라구나’ 싶다. 대한민국 안에 세계가 들어있는 느낌이다. 놀라고, 충격도 받고, 자극도 많다. 일본보다 더 큰 걸 느낀다. 정말 수준급이라서,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현수: J-pop은 원래의 것을 지키려는 트렌드가 강한 듯 하다. AKB48과 같은 아이돌을 봐도 시장의 다양성이 큰 편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K-pop은 장르의 하나로 이미 자리잡았다. K-pop은 서양 스타일에 멜로디가 많고 언어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하다.
Q. 이런 특정은 음악을 들어보고 알게 되는 것인가.
이현수: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시부야 거리에 설문지를 들고 나가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50여명에게 설문을 시도해, 30명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트렌드를 찾아갈지 알고 싶었다. K-pop은 이미 중,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방송되는 장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이미 K-pop을 일상적으로 듣고 있었다.
Q. 작곡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이현수: 영감은… 사람들을 보면서 얻는다. 시부야나 하라주쿠의 시장 같은데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공장소리! 요즘 인기 있는 덥스텝 장르도 사실 공장의 기계소리같다. 옛날에는 음악으로 인정받지 못한 소리였던 셈이다. 그런 걸 들으며, ‘공장소리에서 영감을 얻었겠구나’ 싶기도 하다.
Q. 일상 속에서 음악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인가.
이현수: 사람들이 일하는 소리나 표정. 발라드 뿐 아니라, 댄스에도 사람들의 표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그게 목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사운드 안에도 어마어마한 에네르기가 있다. 5년 전만 해도 덥스텝은 시끄러운 소리일 수 있다. 그것도 혁명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나중에는 표정이 표현된 음악을 하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현수: 작곡가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게 모든 작곡가의 꿈일 것이다. 현역에서 일을 하는 동안 ‘K-pop’ ‘J-pop’ 카테고리 보다는, ‘아시아’ 카테고리가 되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미국에 가서 유명해지기 보다, 아시아 라는 말 자체가 파괴력이 있어서 아시아 작곡가들과 세계를 향하면 좋을 것 같다. 아시아 각국의 언어가 다르지만, 이미 음악으로 하나가 되고 있기에 큰 소망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도 세계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늦깍이 신인이지만 큰 포부를 생각해본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AMBUSH
Dream(드림)의 ‘Catch a wave’(캐치 어 웨이브)-2013년 5월 오리콘 데일리차트 7위에 오른 뒤 10위권 안에 4회 등장.
오리콘차트를 점령한 이 곡들을 만든 작곡가 이현수는 한국인다. 일본에서 H.SU(에이치수)라는 이름으로 작곡을 하고 있는 이현수는 놀랍게도 작곡을 시작한 지 6년이 채 되지 않는 늦깍이 신인이다.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항해를 해 나가고 있는 무서운 속도로 비상 중이다.
지난해말에는 AI(아이),Miriyah(밀리야),VERBAL(버발)이 리복과 콜라보이레션으로 발표한 ‘Runfree’(런프리)를 작곡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모 기획사에서 세계 각국의 작곡가들을 초청해 함께 작업하는 자리에도 두 차례 초대를 받아 작업 중이다. 이현수는 m-flo(엠플로)와 TERIYAKI BOYZ(데리야키 보이즈)에서 활동 중인 VERBAL(버발)이 대표로 있는 AMBUSH(엠부시)에 소속된 두 명의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는 Toshinobu Kubota(도시노부 쿠보타)와 TERIYAKI BOYZ(데리야키 보이즈)의 함께 부른 ‘La La La Love Song’(라라라 러브송)과 ‘Work That’(워크댓)의 편곡을 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작곡을 시작할 때만 해도 건반을 칠 줄 몰라 녹음기를 썼던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며 세계적인 작곡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꿈을 향해간 원동력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를 믿을 수 밖에 없었죠. 힘들어해도 결과는 똑같으니까. 믿지 않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이현수(H.SU)
Q. 최근 음원을 공개했는데 소개해달라.이현수: 일본에서 노래를 잘 하는 유니버셜의 AI, 시부야케 스타일의 소니 아티스트 Miliyah, 그리고 Verbal이 함께 낸 ‘Runfree’를 작곡해서 선보였다.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A.M.V. 아티스트들이 공동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앨범에는 ‘H.SU(AMBUSH(R))’로 표기된다. 이번 곡은 함께 AMBUSH에서 활동하는 LUCAS VALENTINE(루카스발렌타인)과 공동 작업을 했다.
Q. ‘Runfree’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이현수: Verbal이 리복의 아시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서 참여하게 되었다. 리복의 프리스타일이라는 운동화 출시에 맞춰 콜라보레이션으로 작업을 했다. 뼈대는 LUCAS VALENTINE이 만들고, H.SU가 나머지 사비와 어레인지(편곡) 등을 마무리했다. Verbal이 랩을 맡고, AI와 Miliyah가 멜로디를 부른 곡으로, 일본 아이튠즈에서 판매도 되고, 광고로도 방영이 된다. (Verbal이 속한) M-flo의 ‘ASO BON! ENKAi’(아소 본!엔카이)에도 실렸다.
Q. 일본에서 반응은 어떤가.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이현수: Verbal이 패션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한 덕분에 더 반응이 좋은 듯 하다. 음악이 너무 딥(deep)하지도 않아야 했고, 지나치게 퍼퓰러(popular)하지도 않아야 했다. 패셔너블하면서도, 팝송과 다르고, 아이돌과 차별화되어야 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클럽에서 즐길 수 있을만 해야 했다.Q. ‘청각적’이라는 음악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시각적’인 패션을 강조한다는 점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어려웠는가.
이현수: 상상을 많이 하고, 고민도 깊이 하려고 했다. 퍼포먼스적인 것보다는, 감각적으로 패션을 생각하려고 했다. 신디사이저 소리도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지저분하게도 만들어봤다가, 깨끗하게도 만들어보고. LUCAS VALENTINE이 미국계 일본인이고, 나는 한국인이기에 감각이 달랐고,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 작업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고 본다.
Q. LUCAS VALENTINE과 호흡이 잘 맞나보다. 이번 작업이 처음인가.
이현수: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서로 재미있게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서로 토스를 해 가면서, 주거니, 받거니… 사운드메이킹을 하면, 그 친구 트랙에 멜로디도 쓰고 하는 식이다.
이현수와 함께 ‘Runfree’를 작곡한 LUCAS VALENTINE
Q. 그동안 H.SU가 일본에서 한 작업들을 소개해달라.이현수: 일본에서 유명한 Toshinobu Kubota랑 TERIYAKI BOYZ의 ‘LaLaLa Lovesong’ ’Work that’ 작업에 참여했고, 일본 걸그룹 E-girls의 유닛인 Dream의 ‘Catch a wave’가 2013년 발매됐다. 새해에 3개 정도 예정되어 있다.
Q. 일본에서 유명한 뮤지션들과 활발히 작업 중이고 오리콘차트에도 오르고 있는데, 작곡 전공은 아니라고 들었다.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현수: 원래 가수의 꿈이 있었다. 8,9년 전에는 일본에서 잠시 가수로 활동도 했다. 인디 쪽에서 라이브를 했고, 정식 데뷔는 하지 못했다.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은데, 가수는 힘들 것 같고… 자연스레 작곡가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처음에는 건반을 못 쳐서 보이스 레코더(Voice Recorder)로 하다, 피아노를 독학으로 배웠다.
Q. 가수에서 바로 작곡가로 전향한 것인가.
이현수: 일본에서 STARDUST(스타더스트)에 들어가게 되어서 처음에는 A&R을 하면서 일 끝나고 혼자 작곡을 했다. 회사에서 일을 잘 하면 시켜주겠다고 해서, 한류 바람 속에 ‘STARDUST ASIA(스타더스트 아시아)’를 기획해서 3년만에 채택이 되었다. 2009년에 STARDUST ASIA가 정식 출범할 때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당시회사에 “작곡가를 해도 되나요?” 물었고, 사장님께서 작곡가로 정식으로 계약을 해 주셨다.Q. 오! 성과가 없는 작곡가를 가능성만 믿고 해 줬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가.
이현수: 작곡해서 데모를 들려줬다. 회사에서 싫어할 수도 있는데, 일을 열심히 했던 덕분인지 업무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주셨다. 사장님이 “해 봐라”고 해서, 지사장 겸 A&R, 작곡, 캐스팅까지 하게 되었다.
Q. 1인4역 아닌가! 정작 작곡을 할 시간이 없었을 것 같다.
이현수: 맞다. 업무 전반을 챙기다 보면 곡을 쓸 시간이 없었다. 나이 서른에, 좋은 연봉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심사숙고 끝에 여기(작곡)에 올인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진을 계기로 회사가 철수하면서 본사의 A&R Chief를 하기로 하다가 그냥 작곡의 길을 택했다.
Q. 큰 결심 아닌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현수: 주변에서 걱정해 주는 분들이 무척 많았다. 색안경을 끼고 욕을 하기도 했다. ‘배부른 소리’라는 거였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후회를 할 것 같았다. 많은 연봉도 아깝지 않았다.
Q. 숱한 직장인들이 자신의 꿈이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실천을 못하는데…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실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현수: 딸린 식구도 없고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엔 쉽게 생각해서 덤벼든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무슨 생각이지?’ ‘집이 잘 사나?’ 이런 시선들이었다.
Q.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띄워볼 심산이었나.
이현수: 음악을 하고 싶은게 제일 컸다. 제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고. 직정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충이 커지는 걸 많이 봤다. 그래서, 후회없도록, 마지막으로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나이 마흔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 꼭 하고 싶은 것 하나를 해 봐야겠고, 그걸 위해 큰 걸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Q.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후회한 적은 없나.
이현수: 잠시 후회를 하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수입이 한 푼도 없을 때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많이 되었다.
늦깍이 작곡가로 오리콘차트 1위에 오른 이현수
Q. 현재 AMBUSH 소속인데 Verbal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진 것인가. 늦깎이 작곡가가 Verbal처럼 유명한 아티스트의 소속사에 들어가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이현수: 버벌은 7년 전부터 일하다 만나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연락을 하던 사이기는 했다.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다. 피드백이 금방 금방 왔다. 유명한데도, 감사하게도 안부 메일에 답장이 빨리 왔다.
Q. 안부를 주고 받다가 계약까지는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현수: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라이브를 위해서 한국에 왔을 때 한국에서 만났다. 삼성동으로 찾아갔다. “이런 일을 하는데, 데모를 보내도 되겠나” 물었고, “보내라”고 해서 보냈다. 사실 친분으로 일을 할 순 없다. 퀄리티가 되어야 한다. 데모 보내고 1개월 뒤 “가능성이 있다. 일단 계속하라”는 정도의 답변을 받았다. 그 말을 듣고, 6개월간 계속 러브콜을 보냈다. 곡을 만드는대로 보냈고, 6개월 후에 “보자. 이제는 같이 일할 수 있겠다”고 연락이 왔다.
Q. 첫 번에 OK를 받은 것은 아니네?
이현수: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뭘 잘못했는지 찾게 하는 스타일이다. 카니에 웨스트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니 귀가 얼마나 높겠나. 일본 내의 작곡가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을 팔지도 않고, 계속 곡을 만들어서 버벌에 어프로치했다. 그리고 계약을 하게 되었다.
Q. 계약하자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 곡을 만들어 보낼 때 어떤 마음이었나.
이현수: 사실은 힘이 들었다. 10시간 노동을 하면 보통 일반적으로 댓가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음악작업은 10시간의 노동이 제로인 경우가 많다. 만드는 입장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걸리지만, 들을 때는 3분50초면 끝이다.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다. ‘맨 땅에 헤딩’같았다.
Q.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이현수: 그냥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힘들어해도 결과는 똑같지 않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막연한데서 나오기도 한다. 내 기준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믿을 수 밖에.
Q. 본격적으로 작곡가로 소속이 되어 Verbal과 작업을 해 보니 어떤가.
이현수: 눈물이 나고 힘들다,하하. Verbal은 친절하고 스마트하지만 곡의 퀄리티 측면에서는 엄격하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성장해야 하니까… 음악을 하지만, 음악 외적인 것, 예컨대 패션이나 영화 등 “많은 것을 보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알아야 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을 해 준다.
Q. 음악에만 몰두하라는 주문은 안 하나보다.
이현수: 음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자기 세계에만 빠지지 마라”고 한다.
Q. 어떤 조건의 계약 형태인가.
이현수: 스튜디오를 활용해서 작업을 하도록 지원해주고… 일본은 월급제라서, 아티스트가 불이익이 안 되는 조건이다. 1년 계약 후 재계약을 했다.
이현수가 자신의 소속사 대표인 m-flo의 Verval이 디자인한 반지를 끼고 있다
Q. 국내 모 기획사에서 해외 작곡가를 초청해 가진 자리에 해외 작곡가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이현수: 지난 8월과 12월에 외국 작곡가들과 콜라보레이션하면서 작업을 해 보고 있다. 한국에 나오는 이유가, 음악의 퀄리티 때문이다. 한국의 작곡가들은 이제 세계적 수준이다. 놀랄 정도로 잘한다.
Q. 한국 작곡가와 친분이 있는 이는 누가 있나.
이현수: 4Miles(포마일즈)다. 가수 민트로도 활동한 홍성민이다. 임재범의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승철의 ‘네가 흘러내려’, 엠파이어 ‘너랑 친구 못 해’를 작곡한 분이다. 원래 발라드 작곡가인데 이정이 세븐데이즈로 활동할 때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다. 댄스를 들어봤는데, 레벨이 어마어마하다. 가깝게 지내고 있다. 발라드를 하는 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나는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만들고,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곡들 많이 듣지만 놀라웠다. 그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이는 것 같았다.
Q.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로 한국작곡가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가.
이현수: 한국작곡가들이 엄청나게 노력한다. 한국작곡가는 이제 한국판이 아니다. 이미 해외 작곡가와 경쟁하고 있다. ‘여기는 딴 나라구나’ 싶다. 대한민국 안에 세계가 들어있는 느낌이다. 놀라고, 충격도 받고, 자극도 많다. 일본보다 더 큰 걸 느낀다. 정말 수준급이라서,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현수는 “사람들이 일하는 소리나 표정을 음악에 담고 싶다”고 했다
Q.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곡가로서, J-pop과 K-pop을 비교해 보는 경우가 많을텐데, 어떤 특징들이 발견되나.이현수: J-pop은 원래의 것을 지키려는 트렌드가 강한 듯 하다. AKB48과 같은 아이돌을 봐도 시장의 다양성이 큰 편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K-pop은 장르의 하나로 이미 자리잡았다. K-pop은 서양 스타일에 멜로디가 많고 언어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하다.
Q. 이런 특정은 음악을 들어보고 알게 되는 것인가.
이현수: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시부야 거리에 설문지를 들고 나가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50여명에게 설문을 시도해, 30명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트렌드를 찾아갈지 알고 싶었다. K-pop은 이미 중,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방송되는 장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이미 K-pop을 일상적으로 듣고 있었다.
Q. 작곡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이현수: 영감은… 사람들을 보면서 얻는다. 시부야나 하라주쿠의 시장 같은데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공장소리! 요즘 인기 있는 덥스텝 장르도 사실 공장의 기계소리같다. 옛날에는 음악으로 인정받지 못한 소리였던 셈이다. 그런 걸 들으며, ‘공장소리에서 영감을 얻었겠구나’ 싶기도 하다.
Q. 일상 속에서 음악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인가.
이현수: 사람들이 일하는 소리나 표정. 발라드 뿐 아니라, 댄스에도 사람들의 표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그게 목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사운드 안에도 어마어마한 에네르기가 있다. 5년 전만 해도 덥스텝은 시끄러운 소리일 수 있다. 그것도 혁명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나중에는 표정이 표현된 음악을 하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현수: 작곡가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게 모든 작곡가의 꿈일 것이다. 현역에서 일을 하는 동안 ‘K-pop’ ‘J-pop’ 카테고리 보다는, ‘아시아’ 카테고리가 되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미국에 가서 유명해지기 보다, 아시아 라는 말 자체가 파괴력이 있어서 아시아 작곡가들과 세계를 향하면 좋을 것 같다. 아시아 각국의 언어가 다르지만, 이미 음악으로 하나가 되고 있기에 큰 소망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도 세계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늦깍이 신인이지만 큰 포부를 생각해본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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