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뮤직쇼 웨딩’ 공연 장면

PMC 프로덕션이 세계적인 히트를 친 ‘난타’에 이어 야심차게 내놓은 후속작 ‘뮤직쇼 웨딩’. 2012년 6월 첫 선을 보인 이후 거듭되는 보완 끝에 한층 세련된 공연 무대로 자리 잡았다. ‘뮤직쇼 웨딩’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 첫째, ‘난타’와 마찬가지로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극 중 대사를 하지 않고 과장된 몸짓과 표정 그리고 감탄사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한다. 마치 무성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하면 좋을 듯. 대사가 없는 만큼 언어에 대한 장벽도 없고 보편적인 감성을 누구에게나 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난타’가 국가 혹은 문화적 이질감 없이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끈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국내 최초의 카바레 퍼포먼스(Caberet Performance)다. 우리에겐 생소한 장르인데, 관객이 음료와 음식을 함께 하며 공연을 즐기는 유형이다. 끝으로 여타 뮤지컬에선 결코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악기 연주이다. 이 공연에는 배우들이 기타, 드럼, 오르간 등은 물론이고 실로폰, 콘트라베이스, 색소폰, 트롬본, 심지어 물잔 연주까지 한다.영화와는 색다른 매력

이 공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딸이 아버지의 허락 없이 결혼을 강행해서 비롯된 문제에서 출발한다. 신부 아버지는 결혼식에서 심통을 부리고, 신랑 신부와 친구들이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결국 결혼식이 원만하게 끝난다. 그런데 이러한 줄거리를 지닌 영화는 너무나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찰스 샤이어 감독, 스티브 마틴 주연의 ‘신부의 아버지’(1991)다. 흥미로운 건 영화 속 딸과 그녀의 아버지 모습이 ‘뮤직쇼 웨딩’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것.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아직도 어린애로 밖에 안보이고, 그런 딸을 가로채려는 사윗감이 도둑놈이나 사기꾼으로 보일 수 있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 하지만 어쩌겠는가! 부모의 마음은 자식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는 거고, 그러한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나 한국의 창작 뮤지컬 속 부모의 심정은 한결같다.

이 공연을 총지휘한 송승환 예술총감독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관광객 가운데 70만 명이 ‘난타’를 봤으며, ‘뮤직쇼 웨딩’은 그 이상으로 200만 관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공연은 여타 뮤지컬과는 달리, 일종의 관광문화상품으로서의 효자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 송승환씨의 인터뷰처럼, 이 뮤지컬이 외국 관광객의 입맛에 맞는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결론부터 말해서, 그러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이유는 이 공연에 나오는 모든 뮤직넘버가 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낯익고 흥겨운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상해보라. 어느 뮤지컬에서 ‘퍼햅스 러브’(Perhaps Love)같은 올드 팝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 같은 케이팝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와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겠는가. 더욱이 필자는 이 뮤지컬을 세 번 봤지만 똑같은 내용에도 질리기는커녕 즐거움이 배가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흥겹고 빠른 비트를 지닌 귀에 익은 음악과 춤에 대한 중독성에 기인한다.

뮤지컬 ‘뮤직쇼 웨딩’ 공연 장면

끝으로 이 뮤지컬에 한 가지 아쉽다면, 이 공연만이 지닌 뮤직넘버가 없고 볼거리에 치중하다보니 공연의 심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이 역시 큰 문제는 아니다. 마치 모든 영화가 진지한 주제를 담을 수 없듯, 이 뮤지컬은 한 가지 역할은 충실히 한 것 같다. 그건 바로 이 공연을 보면 무조건 즐겁다는 것.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흥겹게 보면 되는 공연, 바로 ‘뮤직쇼 웨딩’을 두고 한 말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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