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스파이크 리가 리메이크한 ‘올드보이’가 미국 개봉 이후 저조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미국 연예 전문지들이 개봉 당시부터 예견한 평들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27일 개봉된 ‘올드보이’는 첫 주말인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약 85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7위에 머물고 있다. 제작비가 3,00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재정적 손실이 엄청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미국판 ‘올드보이’를 접한 해외 언론들은 개봉 당시부터 한국판을 넘지 못하는 미국판에 비판의 소리를 내놨었다.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는 미국판 ‘올드보이’는 연출이나 캐릭터에 있어서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영화를 보면 ‘리메이크 작품’ 티가 많이 난다는 것. 버라이어티는 미국판 ‘올드보이’에 대해 “박찬욱의 원작을 그대로 다시 만든 미지근한 요리”라고 평했다. 원작의 상징적인 장면들을 재현했지만, 그것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독창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판에서 조쉬 브롤린이 맡은 조 두셋은 박찬욱의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맡았던 오대수 역할. 버라이어티는 “조쉬 보롤린은 표면 뒤에 숨어 있는 악마를 조금 들어내지만, 최민식처럼 완전히 악마로 변하지 않는다”며 한국판 배우의 연기력에 손을 들어줬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스파이크 리의 영화 속 캐릭터는 세심함과 색깔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영화는 조 두셋을 자세히 소개하기보다 그저 천박한 직장인으로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판 ‘올드보이’의 장점을 짚어 준 매체들도 있다. 독립영화전문 사이트 인디와이어와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미국판 ‘올드보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도 내놨다. 인디와이어는 “스파이크 리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스파이크 리의 특징이라 말할 수 있는 돌리 샷(Dolly-shot)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돌리 샷은 움직이는 인물에게 카메라를 고정해 마치 인물이 미끄러지듯 보이는 촬영법을 말한다.)

더 가디언은 미국판 ‘올드보이’가 비디오 게임 속 미로 같은 설정을 치밀하게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조 두셋이 단서를 하나하나 찾으며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고 평했다. 더 가디언은 전작 영화 ‘안나 성당의 기적’, ‘레드 후크 섬머’가 흥행에 참패한 스파이크 리 감독이 ‘올드보이’를 통해 ‘작은 흥행’을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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