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5′의 우승자 박재정은 우승의 기쁨에 앞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심사위원 점수, 안 중요하지 않나. 의미도 없고.”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5′의 심사위원 이하늘이 15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이 프로그램의 대망의 결승전에서 한 심사평.급기야 이하늘은 박시환과 박재정의 두 번째 라이벌 매치에서 각각 90점과 95점의 고득점을 주면서도 “이것은 노래에 대한 심사평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심사를 거부한 것이다. 이승철과 윤종신의 입에서도 지난 시즌 결승에서는 듣지 못했던 혹독한 평가들이 쏟아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유독 시청률이 낮았던 올해의 ‘슈퍼스타K’. 그래도 현장은 파란 풍선을 든 박시환의 팬들과 빨간 풍선을 손에 든 박재정의 팬들로 빼곡했다. 그러나 한 때 지상파를 위협하던 이 프로그램은 과거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에 끝내 실패한 것 같다.
시청률 면에서 과거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시청률만으로 이 프로그램을 ‘위기’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 심사위원조차도 “역대 최악”(박시환의 무대를 본 이승철 심사위원의 평)이라고 말하는 상황, 심사위원의 점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급기야 심사위원 스스로가 심사를 거부하게 된 상황이 이 프로그램이 총체적 난국 속에 헤매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다. 프로그램의 존재가치가 모호해져버렸다는 것, ‘슈퍼스타K5′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논란 속에서도 1만석을 가득 채운 ‘슈퍼스타K5′
한때 이 프로그램은 인간승리의 드라마만으로도 나름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다. 또 어느 시즌에서는 스타성을, 어느 시즌에서는 기존 가수를 위협할만큼의 실력을 지닌 도전자들로 프로그램의 가치가 입증되기도 했다. 허각, 서인국, 울랄라세션, 로이킴, 역대 우승자들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는 아니었을지언정, 다수를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시즌3의 투개월이나 버스커버스커 등은 각각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중을 설득시키는 것에 끝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대중의 시선을 잡아끌만한 폭발력 있는 무대가 단 한 순간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기존 가수들을 프로그램에 끌여들였으나 결국 탈락시켜놓고 그 이상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 이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던 ‘국민의 선택’이라 이름 붙인 문자투표의 기능에 이제와 의문을 품으며 자신들의 역할이 무색하다고 토로하는 심사위원들의 모습, 모든 것이 촌극이 돼버린 오늘의 ‘슈퍼스타K5′는 마치 스스로가 파놓은 함정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기대가 되는 대목도 있다. 총체적 난국 속에 허우적댄만큼 어쩌면 다음 시즌에서야 말로 ‘슈퍼스타K’는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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