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톱스타’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민준, 소이현, 엄태웅, 박중훈 감독 (왼쪽부터)
영화 ‘톱스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파헤친다. 극 중 최고의 톱스타 원준(김민준)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자 그의 성실한 매니저 태식(엄태웅)은 그를 대신해 거짓 자수를 한다. 보답으로 원준이는 태식이 그토록 바라던 배우의 꿈을 이루게 해준다. 그러나 태식의 욕망이 커지자 원준의 자리가 위협받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태식을 저지하려고 한다.박중훈 감독에 따르면, ‘톱스타’는 자신이 아는 일을 영화로 재밌게 풀어 놓은 것이다. 배우가 말하는 배우의 세계는 어떨까. 그리고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엄태웅과 김민준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이다. 26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건대 입구에서 열린 ‘톱스타’ 제작보고회에서 박중훈을 감독으로서 처음 만나볼 수 있었다.Q. 박중훈은 감독으로서는 처음 공식 석상에 서는 것이다.
박중훈 감독: 비공식 석상에도 처음이다(웃음). 영화 자체는 익숙한데 이 자리는 굉장히 떨리고 낯설다. 그래도 세 배우와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든든하다.
Q. 박중훈 감독이 생각하는 배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의 장점은?
박중훈 감독: 연기 선배로서 엄태웅을 본다면 (무언가) 부족하고 결핍된 게 있어서 관객이 채워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꽉 채워서 여지를 주지 않는 배우가 있다면 엄태웅은 여지를 주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태식 역할과 잘 맞았다. 김민준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저평가되는 거 같다. 매력이 이만큼 있는데 대중에게 소개된 건 일부분일 뿐이다. 영화를 통해 없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걸 더 소개해주고 싶다. 소이현은 안티도 없고 연기도 좋다. 무엇보다 너무 예쁘다. 극 중 정말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제작자이다. (소이현은) 있는 자체로 역할을 충분히 했다.
Q. 연출을 맡은 감독으로서,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갖춰야 할 자세의 차이점이 있다면?
박중훈 감독: 감독을 한다는 것을 배우보다 책임감이 많다. 배우는 하나를 깊이 판다면 감독은 넓게 가야 한다. 배우로서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활동을) 했으니까 인정해주시지만, 감독을 한다고 하니까 친한 사람들이 우려를 많이 했던 거 같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감독을) 하고 싶었고 이 영화의 구상은 5~6년전 부터 했던 거 같다.Q.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내공이 영화 연출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나.
박중훈 감독: 배우로서 경력이 칼의 양날 같았다. 후배 배우와는 굉장히 교감과 신뢰를 가지고 찍을 수 있었지만 찍기 전에는 감독으로서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배우 출신 감독 앞에서 배우가 연기한다는 부담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내 영화를 엄격하게 보는 시선이 많은 거 같다.
Q. 배우를 오래 하셨던 박중훈 감독의 디렉팅은 다른 감독과 달랐나.
김민준: 그렇다.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끈(신뢰)이 생기게 되고 말로 전달하는 거 보다 명확하게 연기지도를 해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겼다.
엄태웅: 사람들이 말하기를 박중훈 감독이 모니터 앞에서 연기를 하고 계셨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는 거 같다(웃음). (연기를 하다 보면) 의기소침 해지고 약해지니까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그걸 (감독이) 모르면 배우는 외로워지거든. 감독님과 처음에 작품 미팅할 때 영화는 어떻게 진행 될거고, 어떻게 흘러갈 거라고 설명 해주셨다. 현장에서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을지 고민 했었지만 감독님이 말씀하신 약속들 중에 안 지킨 게 없으시다. 일사불란하게 판단도 빠르고 정확하셨다. 그래서 연기가 안돼서 감독을 하시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다(웃음).
영화 ‘톱스타’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엄태웅, 김민준, 박중훈 감독, 소이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Q. 예고편을 보니까 엄정화, 안성기, 류승환 등 엄청난 카메오가 등장한다. 박중훈 감독: 물론 친분이 있어서 부탁한 거지만, 큰 인물들을 조그마한 역할을 주는 건 결례다. 깊은 감사는 당연하다. 짧게 나오는 단역인데도 실제로 연기를 못하는 배우에게 줄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 사람이 필요했고 배우에겐 배우 역할을 주고, 감독에겐 감독 역할을 줬다. 아! 엄정화는 엄태웅이 섭외한 게 아니고 내가 섭외했다. 엄정화를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웃음).
Q. 박중훈 감독 본인이 카메오로 안 나온 이유를 알고 싶다.
박중훈: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훌륭한 배우들이 역할에 아주 잘 맞는 배우이기 때문에 출연에 대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감독만하기에 에너지가 많이 사용됐고 데뷔작이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Q. 마지막으로 나만의 톱스타가 있다면?
박중훈 감독: 아마 예상하기 어렵지 않을거다. 그 분이 맞다. 내 매니저였던 안성기 선배님이다. (데뷔 전) 명동에서 우연히 봤는데, 앞질러가서 걸어 오는 척하면서 얼굴을 봤다. 그걸 반복해서 2km정도 걸었던거 같다.
엄태웅: 예전에 청량리에서 입시학원을 다닐 때, 박중훈 감독님이 사인회를 왔다고 해서 연습장을 들고 갔다. 두 사람 정도 헤치고 들어 갔는데, 감독님이 딱! 계셨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 보시고 사인을 받은 기억이 난다. 감독님의 첫 영화에 첫 주인공이 돼서 영광이였다.
소이현: 나도 역시 박중훈 감독님이다. 내가 크면서 봤던 영화들은 감독님의 영화였다. 전화 번호를 받고 큐사인 받는 건 영광있었다. 감독님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안성기 선배님, 장동건 선배님도 만날 수 있었다(웃음).
김민준: 나한테도 최고의 톱스타는 박중훈 감독님이다. 극장에 가서 본 감독님의 첫 영화는 영화 ‘바이오 맨’이였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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