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속극의 경계에 서다"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4/AS10zJf7Rce1GNvrxn2jEGqVTAnIiq.jpg" width="555" height="311" align="top" border="0" />

빛깔·광택이 아름답고 굴절률이 크며 단단하고, 산출량이 적은 돌. 보석은 희소재화지만, 보석 자체에 부여된 가치는 사람들의 허영과 탐욕에 비례한다. MBC 은 ‘보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시각을 ‘1인 2역’이라는 과감한 설정 속에 녹여냈다.

보석 디자이너를 꿈꾸는 몽희(한지혜)에게 보석은 ‘희망’이다. 지금은 눈칫밥 먹어가며 노점에서 수공예 보석을 팔고 있지만, 그녀는 고급 보석매장 쇼윈도에 걸린 아름다운 보석을 바라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중고 트럭 사기를 당하고도 사기범의 노모와 어린 자식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그녀. 몽희의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은 가족들의 화합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현수(연정훈)에게 보석이란 모든 일의 ‘원흉’이다. 돈에 대한 탐욕으로 점철된 복잡한 가정사로 신음하던 현수는 유나(한지혜)의 끈질긴 이혼 요구에 결국 아버지 순상(한진희)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죽음의 고비에서도 현수만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소원은 유나를 보는 것이지만, 유나는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현수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때 우연히 차 접촉사고로 유나와 꼭 닮은 몽희를 만나고, 그녀에게 하루 간 ‘아내대행’을 해줄 것을 제안하면서 그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탐욕과 사랑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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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계층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중산층의 탐욕은, 우리가 보석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다. 은 ‘화려함’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겉보기엔 우아하고 화려한 현수의 가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의 실상과, 보석매장 매니저 일을 하며 사장의 막내아들 현태(박서준)와의 결혼을 추진하는 몽희 어머니 윤심덕(최명길)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심덕은 막내딸 몽현(백진희)에게 현수 어머니(장덕희)를 “사모님이셔.”라는 말 한 마디로 소개한다. 대뜸 내던지는 이 대사에는 한국 땅에서 ‘상류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함의가 깔려있다. 은 사회 속에서 중산층·상류층 하며 서로에 대한 ‘선 긋기’를 계속하는 것이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마음이 적용된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 땅에서 ‘진짜 가족’으로 살아남기까지

, 통속극의 경계에 서다"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4/AS10LgsJeWDCoUFVb6kj4HgWxmLZ.jpg" width="555" height="315" align="top" border="0" />‘돈’은 말썽을 일으킨다. 박순상(한진희)은 슬하에 생모가 모두 다른 3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현수를 제외한 현준(이태성)과 현태는 각자의 어머니가 지닌 욕망의 투사체로 그려진다. 회사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어머니들의 악다구니는 자식들이 지고 가야할 ‘업보’로 자리매김했다. 현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나 집안의 막대한 재산 때문에 이루어진 정략결혼은, 결국 두 사람을 파멸로 이끌었다. 상류층임에도 속 로라처럼, ‘잘 꾸며진 인형’ 노릇을 해야 하는 유나는 시아버지의 고압적인 태도와 현수와의 불통 속에 스스로 가족과의 단절을 택하게 된다. ‘가족’이라는 단어 외에는 교집합이 없는 그들의 삶은, 대한민국 상류계층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불통’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연애는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다. 은 어쩌면 진부해졌을 이 표현을 몽희의 가족을 통해서 재현한다. 몽현은 어머니의 욕망 때문에 주구장창 맞선만 보러 다니는데, ‘상대적인 스펙차이‘로 인해 번번이 퇴짜 맞기 일쑤다. 딸의 결혼이 계급 이동의 도구로 이용되는 상황은 에서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맞선자리에서 몽현은 자신의 가족을 중소기업 부장을 역임하고 퇴직하신 아버지와 취업준비생인 오빠, 액세서리 노점을 하는 언니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도 되레 ’면박‘을 당하고야 마는 그녀의 상황은, 대한민국의 결혼문화에 대한 슬픈 자화상을 여지없이 보여주고야 만다.

“몽규야(김형준)……, 아니다.” 가로등 켜진 어두운 밤길을 취기가 오른 채로 홀로 걸어와, 하려던 말조차 꺼내지도 못한 채 삼키고 마는. 몽희 아버지 정병후(길용우)의 모습 또한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문하게 한다. 병후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전형이다. 퇴직 후 만화책 방에서 돋보기안경을 쓰고 시간을 보내는 병후. “생전 안 드시던 라면까지 드시네….”라고 되뇌는 몽희에게서 우리는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휘청거리는 중산층의 멀미 속에서, 아버지와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몽희의 마음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1인 2역이 만들어낸 ‘이상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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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은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1인 2역’이라는 설정에서 초장부터 마크 트웨인의 가 떠오르는 것이 그 까닭이다. 물론 한지혜는 물오른 연기로 몽희와 유나, 두 명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닮은 꼴’ 설정에 집착하여 시청자들에게 이야기의 개연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다면, 혹은 고생 끝에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게 되는 형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목은 끌 수 있을지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대중은 더 이상 무식하지 않다. 생각하는 대중을 위한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은 곳곳에 삽입된 음악들을 통해서 몽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녀가 평소에 흥얼거리는, 혹은 조그마한 트럭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활기차다 못해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에 알고 들으면 ‘더~ 재밌는 음악 이야기’를 소개한다.



박현빈, : 국민 트로트로 자리 잡은 이 노래. 가수 박현빈의 맛깔 나는 창법으로 잘 알려졌다. 거금 500만원을 내고 마련한 ‘희망 트럭’을 몰며 몽희는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아주 그냥 죽~여줘요. 모든 게 준비가 된 잘나가는 내가~ 한 여자를 찍었지” 곧 차가 멈춰 서긴 했지만, 노래는 그녀의 당당하고 활기찬 성격과 닮아 있다.



Edith Piaf, : 영화 의 대미를 장식했었고, 에서는 ‘킥’을 할 때 울려 퍼지는 노래로 더 유명해졌다. 중고차 사기를 당했음에도 전 차주인 가족을 도왔다는 마음에 한층 더 활기차진 그녀는 다시 일터로 향하며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Non, Rien De Rien(아니예요! 그 무엇도 아무 것도), Non, Je Ne Regrette Rien(아니예요!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Car Ma Vie, Car Mes Joies(왜냐하면 나의 삶, 나의 기쁨이) Aujourd’hui Ca Commence Avec Toi(오늘, 그대와 함께 시작되거든요)” 멜로디만큼이나 낭만적인 내용의 가사를 지닌 이 곡. 그런데 1화 마지막, 현수와 차 접촉사고로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칠 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는 것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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