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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정말 왜 그래!” 주인공 강미나(최강희)는 세상에 불만이 많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구청 공무원이지만 체납된 세금을 받으러 다니다 물벼락을 맞기 일쑤다. 홀아버지(주진모)와의 관계도 만만치 않다.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두 부녀 관계의 중심에는 ‘미나문방구’가 있다. 문방구집 딸이라는 이유로 ‘방구’가 별명이었던 미나는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잠시 문방구를 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두 달만 버텨서 이참에 문방구를 팔아버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제집처럼 문방구를 드나드는 ‘초딩 단골’들과 선생님으로 부임한 초등학교 동창 최강호(봉태규)를 만나면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관람지수 10 - 감동지수 / 추억지수 / 아역배우 연기지수

추억과 가족드라마의 조금 엉성한 재봉질 6 / 8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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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 속에 ‘추억상자’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추억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속성을 지닌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각자의 주관적인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나 방송 등에서 ‘추억팔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추억의 독특한 속성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미나문방구〉는 추억상자를 열어젖히는 데에는 성공했을지라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유가 뭘까.

〈미나문방구〉 속엔 1990년대의 추억을 떠올릴만한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학교 앞 문방구엔 색종이·공책 등의 학교준비물부터 종이축구게임·부르마블 같은 즐길거리, 그리고 쪽득이·달고나 등의 불량식품이 구비되어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갖춰진 그곳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이자 만남의 장이었다. 분명 아련한 유년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미나문방구〉에선 ‘추억’이 단순히 ‘소재’로 사용되는 데 그쳤다.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다소 식상한 줄거리도 문제지만 추억이라는 소재와 이야기의 성긴 결합 탓이 크다. 추억위에 덧칠 된 전형적인 한국형 드라마가 공감의 영역에까지 발 뻗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고령화가족〉 〈전국노래자랑〉 등 가족형 코미디 영화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나문방구〉 또한 큰 틀에선 ‘아버지와 딸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해소’라는 가족이야기에 집중했다. 문제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갔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나문방구〉의 스토리텔링은 관객을 흡입하기엔 2%로 부족해 보인다. 가족이야기에 집중하지만 영화 속 미나보단 최강희만 눈에 띈다. 작품이 평범할 때 저 홀로 매력을 드러내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녀의 톡톡 튀는 매력은 미나에게 제대로 스미지 못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보인 봉태규도 열혈선생 강호로 분전하지만, 그는 영화 종반부에 이를 때까지도 문방구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소품 음악 배경 등의 디테일에 공을 들여 그 안에 담긴 문화코드까지 충분히 재현하는 데 성공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역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는 자칫 밋밋할 뻔 했던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소다. 미나문방구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준비물 도둑으로 몰리는 아이부터 집에 동생이 많아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문방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까지. 아이들이 보여준 연기에는 성인 배우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절절한 무언가가 담겨있다.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미나문방구의 라이벌인 오성문방구의 두 형제는 귀여운 악동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치명적인 매력을 한껏 뽐낸다.

추억상자 밖으로 나온 아련한 유년기의 기억이 관객들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모든 걸 다 파는 〈미나문방구〉에는 정작 ‘관객의 마음을 자극할 만한 한방’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16일 개봉.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롯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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