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미끄러지다’라는 뜻의 타임슬립은 2012년, 타임슬립 드라마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타임슬립 드라마를 보는 눈은 뜨뜻미지근했다. 초반에 톡톡 튀는 에피소드로 눈길을 끌었던 SBS (이하 )는 뒷심이 부족했고, 김희선?송승헌 등 톱스타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SBS , MBC 은 간신히 시청률 10%를 넘기거나 그에 미치지 못했다. 시대를 넘나든다는 참신한 설정은 회가 거듭될수록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등 진부한 패턴을 위한 도구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
에서 ‘미끄러지는 시간’은 20년이다. , 의 300년, 의 150년, 의 660년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다. 단정했던 오 국장의 머리가 장발이 되고, 자동차의 오토 스틱이 수동 스틱으로 변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대나 중세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이 ‘20년’이라는 짧은 시간 설정은 타임슬립 드라마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전의 타임슬립 드라마들은 ‘시간과 공간의 간극이 만드는 사건’들을 극 초반의 웃음 포인트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에서 도치산(최우식)이 의류수거함에서 검정색 어그부츠를 발견하고 이각에게 달려와 “임금님의 신발을 찾았사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9개의 향, 30분의 시간
에 긴박함을 더한 건 타임슬립의 ‘방법’이다. 의 진혁(송승헌)은 병원에서 수술을 하던 중 종양 형태의 생명체와 함께 갑자기 과거로 가게 된다. 유은수(김희선)가 시공간을 옮겨다닐 수 있는 통로인 의 하늘문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장치다. 에서는 김붕도(지현우)의 ‘부적’이 시간여행을 돕는데, 그 수가 많아서 언제든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 에서 과거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건 ‘향’이다. 박선우가 가진 향은 9개뿐이고 과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개당 30분으로, 김붕도의 부적과 달리 제한적이다.향을 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과거로 가는 건 이나 에 비해 간단하지만, 그 결과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향’은 마지막까지 의 중심에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타임슬립’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전 타임슬립 드라마와 이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지점이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tvN〈인현왕후의 남자〉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낸 건 ‘인남 폐인’을 양산한 tvN의 (이하 )다. 하지만 역시 달달한 사랑얘기가 공감을 얻었을 뿐, 타임슬립이라는 장치가 부각되진 않았다. 반면, 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은 타임슬립의 특성을 스토리 전개에 십분 활용해 ‘타임슬립의 완성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기존 타임슬립에 부족했던 것을 은 어떻게 채워넣었을까?고작 20년?에서 ‘미끄러지는 시간’은 20년이다. , 의 300년, 의 150년, 의 660년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다. 단정했던 오 국장의 머리가 장발이 되고, 자동차의 오토 스틱이 수동 스틱으로 변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대나 중세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이 ‘20년’이라는 짧은 시간 설정은 타임슬립 드라마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전의 타임슬립 드라마들은 ‘시간과 공간의 간극이 만드는 사건’들을 극 초반의 웃음 포인트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에서 도치산(최우식)이 의류수거함에서 검정색 어그부츠를 발견하고 이각에게 달려와 “임금님의 신발을 찾았사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SBS〈옥탑방 왕세자〉
하지만 은 다른 방식으로 ‘타임슬립’의 묘미를 활용했다. 20년밖에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의 박선우(이진욱)는 타 드라마에서처럼 본인이 기억도 하지 못하는 전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생의 20년 전으로 간다. 박선우의 ‘타임슬립’은 자신이 이미 지나왔고, 많은 부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로의 여행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의지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가진다. 낯선 시공간에서 당황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포기하는 대신, 은 1993년과 2013년을 더욱 정교하게 연결함으로써 ‘타임슬립’의 본질을 파고들었다.9개의 향, 30분의 시간
에 긴박함을 더한 건 타임슬립의 ‘방법’이다. 의 진혁(송승헌)은 병원에서 수술을 하던 중 종양 형태의 생명체와 함께 갑자기 과거로 가게 된다. 유은수(김희선)가 시공간을 옮겨다닐 수 있는 통로인 의 하늘문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장치다. 에서는 김붕도(지현우)의 ‘부적’이 시간여행을 돕는데, 그 수가 많아서 언제든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 에서 과거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건 ‘향’이다. 박선우가 가진 향은 9개뿐이고 과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개당 30분으로, 김붕도의 부적과 달리 제한적이다.향을 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과거로 가는 건 이나 에 비해 간단하지만, 그 결과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향’은 마지막까지 의 중심에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타임슬립’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전 타임슬립 드라마와 이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지점이다.
tvN〈나인〉
따로 분리된 세상으로서 과거와 현재의 공통점?차이점을 부각시켰던 전작들과 달리, 의 과거와 현재는 긴밀히 연결돼 서로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신비로운 ‘9개의 향’은 박선우를 들었다 놨다하며 ‘운명’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 타임슬립 드라마들이 기존 이야기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위해 ‘타임슬립’을 이용했다면, 은 ‘시간’과 시간이 좌우하는 ‘운명’을 말하기 위해 박선우와 향을 이용했다. 향을 피울 때마다 제멋대로 바뀐 운명은 번번히 박선우의 예측을 빗나갔지만, 덕분에 시청자들은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여가며 시간여행에 몰입할 수 있었다.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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