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복싱과 여배우. 어떤 여배우가 복싱 선수 역할을 한다는 게 아니다. 여배우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복싱 선수로도 뛰고 있다. ‘물과 기름’처럼 결코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누구도 생각지도 않았던 두 가지의 일을,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많은 대중들도 이제는 그녀의 진정성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배우 이시영이다. 이처럼 의외성이 가져다주는 놀라움은 매번 흥미롭다. 여배우와 한참 동안 복싱이 아닌 여러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하면 믿을까.

공포영화 도 이시영의 의외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시영은 의 흥행을 이끌며 ‘차세대 로코퀸’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또 흥행과 상관없이 , 드라마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 범주 내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본인 스스로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선택, 공포영화다. 그것도 당초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음에도 끈질기게 ‘구애’를 펼친 끝에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근성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근성의 결과물 그리고 공포영화 속 그녀의 모습, 무척이나 궁금하다.Q. 올해 2월 (이하 )에 이어 약 4개월 여 만에 을 선보이는 거다.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를 비교 설명해 달라.
이시영 : 이번에는 언론 시사회 때 (기자들과 함께) 영화를 보지 못했다. 보통 언론 시사회에서 기자들은 시큰둥하게 보지 않나. 그래서 기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진짜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등 이전 출연작 언론 시사회에선 사실 웃는 걸 못 봤다. 그런데 은 진짜 많이 웃더라. 결과에 상관없이 그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Q. 지금 생각해보면 때 당신은 굉장히 많은 욕심을 냈던 것 같다. 근데 결과적으로 흥행은 안 됐다. 이번에 역시 상당히 좋은 반응이다. 그때 다하지 못한 욕심이 날 수도 있겠다.
이시영 : ( 흥행이) 아쉽기는 하다. 그거 말고는 정말 좋다. 감독님도 영화 들고 해외로 잘 나가시더라. 나름 해피시한 것 같다. 하하. 코미디가 참 힘들다. 열심히 해도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구나 싶더라. 때부터는 웃기지도 말고, 우스워하지도 말자라고 마음먹었다. 그 상황이 재밌으니까 그 상황을 진지하게 찍고자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재밌어 하더라. 이번 영화 찍을 때 그런 부분에서 편했다. 그 어떤 다른 영화보다 고민도, 연습도 많이 했지만 촬영 들어간 후부터는 편하게 찍은 것 같다.

이시영

Q. 예전에 인터뷰할 때 ‘로맨틱 코미디’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순발력이나 애드리브도 잘 하는 편이라고 ‘자신’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이시영 : 지금도 애드리브 하는 건 좋아한다. 순간순간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한다. 물론 아무것도 없이 막 던지는 것과 서로 많은 이야기와 교감을 나눈 다음 나오는 애드리브는 분명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과거 출연작 모니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지금 보면 어휴. 당시 인터뷰 할 때 좋은 말들 많이 해주셨는데 (기자들도) 참 힘들었겠구나 싶더라. 하하.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거죠. 도 3~4년 후에 보면 ‘왜 저랬을까’ 이런 생각 하겠죠.

Q.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이전과 확 달라진 것 같다.
이시영 : 때 확 달라진 것 같다. 아무리 돈이 적게 들어가도 20~30억 아니냐. 메인 주인공이다 보니 그게 현실로 느껴졌고, 엄청난 부담감으로 오더라. 이전에는 내 분량만 찍으면 촬영장을 떠났다면 이때부터는 촬영이 끝나도 현장을 기웃기웃 거리게 되고, 관심도 많아지게 됐다. 때는 더 그랬다. 감독님과 교감도 제일 크게 했고.Q. 과 , 두 작품 모두 이시영에겐 참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은 본인에게 들어온 시나리오도 아니었지 않나.
이시영 : 처음에는 그냥 읽었다. 그런데 나중에 욕심이 나더라. 나한테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게 아니라 고민을 하긴 했는데 그 보다 (말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연락을 먼저 했다. 그 이후론 (시나리오가) 수정될 때마다 나한테 들어오더라. 계속해서 ‘준비가 돼 있다’ ‘결정만 내려주면 된다’ 등 우스개로 장난치고 그랬다. 대신 감독님 만났을 땐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어떤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뭔가 모르게 이 영화를 했을 때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나 보다.
이시영 : 자신감 보다는 웹툰이 너무 좋았다. 처음 봤을 땐 웹툰이 아니라 소설이었다. 설정 자체가 웹툰 작가 강지윤이 아니라 원고지 쓰길 고집하는 소설가 강지윤이었다. 그런데 웹툰으로 바뀐 순간 훅 빠져들었다. 뭔가 감각적으로 보이고, 전형적인 것들을 많이 가려주는 것 같더라. 또 로맨틱 코미디만 해 봐서 막연히 정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사실 드라마가 강한 영화지 않나. 호러, 스릴러를 보고 선택하진 않았다.

Q. 웹툰에 대한 부분은 100% 공감한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고 나서,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웹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 아니냐. 단지 상상만 했을 텐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생각을 했나.
이시영 : 실사를 웹툰으로 가져가니까 더 무섭게 느껴지더라. 그런 표현도 자유롭고. 또 편집할 때 재촬영을 하지 않는다면 찍어놓은 걸로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웹툰으로 신을 만들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실사일 때 효과가 별로였는데 웹툰으로 하니까 엄청 좋아질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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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웹툰을 자주 보는 편인가. 근데 이번 영화하고 나서 웹툰이 보기 싫어질 수도 있겠다.
이시영 : 엄청 좋아한다. 만화책도 굉장히 좋아했다. 한참 볼 때는 안 본 만화책이 없을 정도였다. 순정만화, 일본 만화, 공포, 무협, 도박, 음식 등 장르, 국적 가리지 않고 많이 봤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Q. 평소 공포를 많이 느끼는 편인가. 어느 순간에 주로 공포를 느끼나.
이시영 : 겁은 되게 많은데 성격이 좀 무딘 것 같다. 조금 둔한 게 있다. 촬영장에서 귀신이 지나갔어도 무뎌서 난 못 봤을거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다.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영화 촬영장이 음산하고, 무서운 곳이 많았다. 그래도 몰랐을 것 같다. 진짜 공포는 며칠 뒤다. 개봉이니까.(인터뷰는 개봉 전에 진행됐다.)Q. 그렇다면 공포 말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부분이 뭐라 생각하는가.
이시영 : 드라마다. 처음부터 그게 좋았다. 공포라고 생각하고 찍지 않았다. 가끔 악몽에 시달리는 잘 나가는 작가인데 어느 날 경찰이 나타나서 웹툰 팀장이 죽었다고 하고. 그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에서 범인으로 몰고 가고, 이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사건이 이어진다. 이 드라마가 너무 좋았다.

Q. 오정세, 송새벽 그리고 이번엔 엄기준. 다 각자만의 매력은 있지만 외모가 뛰어난 남자 배우들은 아니다.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다 그렇더라.
이시영 : 모두 배울게 엄청 많다. 특히 기준 오빠는 내 눈에 너무 잘 생겼다. 같이 한다고 했을 때 너무 좋고, 설레더라. 리딩 할 때도 딱 굳었다. 원래 기준 오빠 팬이었다. 같이 작업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과 비주얼은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다. 진짜다 진짜.

Q. 엄기준이 “격투신에서 주먹으로 안 맞아 다행”이라고 언론 시사회 때 농담처럼 말했지 않나. 사실 액션을 하고 싶어도 복싱과 이시영을 연결 짓는 시선 때문에 좀 더 깐깐해지겠다.
이시영 : 운동과 관련짓진 않는다. 어떤 작품을 보면서 복싱하는 내가 오버랩 된다면 그건 실패한 거다. 그리고 예전부터 액션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또 들어온 것 중에서도 복싱하는 모습을 생각하거나 상상하지 않았다. 분명 액션을 하다 보면 주먹을 휘두르기도 할 텐데 그건 극에 몰입된 상태로 보는 거라 (복싱하는 모습이) 생각나진 않을 것 같다.



이시영

Q. 언젠가부터 이시영도 복싱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대중도 관심을 가지더라. 그러면서 ‘배우’ 이시영이 아닌 ‘복서’ 이시영에 초점이 과하게 맞춰지는 경향도 있다. 연기 생활을 하는데 있어 상당히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피곤할 때도 분명 있을 텐데.
이시영 :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다 좋은 게 너무 많다. 사람들이 좋게 봐주고, 응원도 해주고. 사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리고 운동 때문에 촬영을 소홀히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한다, 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또 촬영 중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촬영 마치고 다시 운동할 때 적응기간이 필요하긴 하다. 그렇다고 힘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연기가 잘 안 될 때, 운동이 마음처럼 안 될 때 더 힘들다.

Q. 어느 인터뷰에서 보니까 복싱 선수로서 1~2년 밖에 안 남은 것 같다고 했더라. 그럼 그 안에 이루고 싶은 게 있나. 땐 올림픽에 나가는 꿈을 말하기도 했었는데.
이시영 : 목표를 정해놓진 않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면 그만큼 열심히 하자는 게 지금 생각이다. 그에 따라오는 결과는 (내가) 한 만큼 이겠죠.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르겠지만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이다.

Q. 이시영. 어떻게 불렸으면 좋겠나.
이시영 : 연기 잘하는 배우로 불렸으면 한다. 그걸 위해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 빨리 그 시간을 만들고 싶은데 조급하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 데뷔 초에는 조급했던 것 같다. 시간이 걸리고, 경험이 쌓여야만 되는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것 같다. 의미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의 여유는 찾은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글,편집.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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