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가을, 서울에서 ‘레코드페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꿈같은 소리처럼 들렸다. 음악을 세는 단위가 ‘바이트(Byte)’가 된 지 오래다. 음악을 LP로, CD로 듣던 사람들도 편의상 mp3를 듣고, 앨범을 구입해도 리핑을 하는 시대가 아닌가? 전국적으로 레코드가게들이 자취를 감춘 시점에서 레코드를 위한 축제가 열리다니?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은 뜨거웠다. 2011년 11월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제1회 서울레코드페어(1st RECORD & CD FAIR IN SEOUL)’는 엄청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더 신기했던 것은 사람들이 LP를 구경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작년 유니클로 악스에서 열린 2회 행사에서는 조동진의 박스세트 한정판 100장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조원선이 개인 판매자로 나서고, 이효리는 앨범을 구입하러 왔다. 이정선과 로다운 30이 협연, 하나음악 뮤지션의 릴레이 무대 등 공연도 볼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제3회 서울레코드페어’는 25일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다. 주최 측에 따르면 누적 관객 수는 무려 7,000명. 올해도 약 40여개 중고 LP숍, 수입업체, 음반사, 인디레이블 등이 판매에 참여하며 수만 여 점의 음반 및 음반 관련 상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미선이의 〈Drifting〉, 조원선의 〈Swallow〉, 서울전자음악단의 〈Life Is Strange〉, 이이언의 〈Guilt-Free〉, 브로콜리너마저의 〈1/10〉가 LP로 한정 판매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다채로운 공연도 이어진다. 24일 압구정 클럽 크크(Keu Keu)에서 열리는 레코드페어 전야제에는 전설의 밴드 무당을 비롯해 서울전자음악단, 재즈피아니스트 배장은의 일렉트릭 트리오, 인디 1세대 밴드 에브리싱글데이 등이 공연을 한다. 1975년 결성돼 한국 하드록의 효시로 기록된 무당은 최근 원년멤버이자 리더인 최우섭을 중심으로 약 20년 만에 재결성됐다. 이와 함께 작년 초 해체돼 세간의 아쉬움을 샀던 록밴드 서울전자음악단은 오직 레코드페어를 위한 재결성 공연에 나서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전야제에는 영국의 독립 레코드점의 흥망성쇠를 다룬 기록 영화 〈Last Shop Standing〉도 특별 상영된다.
이처럼 ‘레코드페어’는 음반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로 꾸며진다. 주최 측은 “‘레코드페어’는 음악가들과 레이블에게는 소비자,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힘과 동시에 새로운 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는 음악을 좀 더 가치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요 몇 년 사이 LP 바람도 거세 상승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경기도 김포에는 서라벌레코드 LP공장 폐업 후 8년 만에 ‘엘피팩토리’라는 이름의 레코드공장이 설립됐다. 또한 패티김, 김광석, 들국화, 봄여름가을겨울, 브라운아이드소울 2AM, 나얼, 김C, 이승열, 얄개들, 조동익, 조권, 림지훈, 하동균, 김두수 등 다양한 층의 뮤지션들이 LP를 발표하고 있다. 조용필의 〈Hello〉도 별도의 마스터링을 거쳐 LP로 제작돼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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