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화면

MBC 15,16회 5월 25,26일 오후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현태(박서준)가 결혼 후에도 정리하지 못했던 여자 관계를 폭로하는 덕희(이혜숙)로 인해 순상(한진희)의 집안은 한바탕 난리를 겪는다.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몽희(한지혜)는 유나의 모습으로 성은(이수경)을 압박해 상황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 유나가 신경안정제를 많이 먹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현수(연정훈)는 마음이 아프고, 몽희는 질투를 느낀다. 현수 또한 몽희가 곁에 있다는 것이 점점 익숙해진다. 한편 몽희는 성은을 만나며 자신의 처지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
리뷰
인물의 정서와 생각, 그리고 상황들이 이제야 비로소 진실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 동안 은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보다는 사건이 먼저 앞서 나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모든 인물들은 우선 만나고, 계약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었고 이 모든 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따른 ‘파트너쉽’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관계 속에 내재되어 있던 감정과 욕망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무엇보다 몽희(한지혜)와 현수(연정훈)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있을 관계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했다. 무턱대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계약과 동거에 들어갔던 현수는 잊혀졌던 ‘유나’의 존재 확인을 통해 유나에 대한 자신의 진짜 감정과 몽희에 대한 생각에 대한 생각 정리에 들어갔고, 몽희 역시도 묻혀져 있던 호감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몽희의 경우 성은(이수경)과의 재회와 보석 학원을 통해 실제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대역을 하고 있는 유나의 상황에 대한 딜레마를 느끼기 시작했다. 같은 모습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 유나와 몽희의 인생이 조금씩 대비되기 시작하며 몽희는 비로소 자신이 처한 인생에 대한 고민과 숨어있던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덕희(이혜숙)의 뜻에만 따를 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현준(이태성)은 비로소 덕희와 형제들 간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이와 달리 불안한 상황에 있는 성은의 경우 현준이 보여주는 이러한 진짜 감정들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다.

이처럼 의 주요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그 동안 부족했던 감정선들을 정리하며, 이제 본격적인 중반부 이야기를 들어설 준비를 마쳤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작스러운 관계 국면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몽희가 현실에 치여 장사를 하고 유나 대행을 하며 정신 없이 잊어갔던 자신의 과거와 콤플렉스를 마주한 것은 드라마가 앞으로 얻어가야 할 갈등의 밑바탕을 다져가는 데 필요한 성과다. 단순히 멜로물이 아니라 계급 간 관계에 내재된 갈등을 이끌어내는 것이 애초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였다면 그 측면에서 몽희와 현수의 관계 전환은 비교적 유효하게 이끌어나갔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에 따라 비밀을 간직한 성은과 현준의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을 위해, 현준이 형제들에게 담긴 진심을 내 보이는 순간이나 성은이 몽희에게 모욕감을 주는 과정은 중반부를 향해가는 드라마가 반드시 거쳐가야 할 스텝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극 초반의 갈등을 촉발하는 역할이자 심덕(최명길)이 상류층을 열망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로 중요하게 쓰였지만, 이 이후의 갈등 비중에 있어 큰 역할을 하기 힘든 몽현과 현태의 역할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허상에 불과한 욕망의 실체 그 자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몽현과 현태는 이미 그 자체로 각자의 부모(생모)가 대표하는 ‘지친 욕망’이 되어야 하지만, 두 사람은 급작스럽게 감정적 교감을 ‘스킵’해 넘어가 버렸다. 두 사람이 정략에 불과한 결혼을 선택했던 건 애정은 없어도 서로의 부모가 가진 돈과 명예, 그리고 안정된 가정에 대한 욕구를 대변하는 인물로서 서로의 처지에 공감했기 때문처럼 보였다. 부모의 욕망에 희생해야만 최소한 평화가 지켜지는 상황에서 몽현과 현태는 감정이 없는 결혼을 택했음에도, 몽희-현수 혹은 성은-현준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감정적 파트너쉽’은 있었던 셈이었다. 이를 기초로 차분히 서로의 처지에 대한 공감이나 감정적 동요가 이어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가까워 지는 이들의 관계는 추후 앞선 두 커플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재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초반 속도감을 위해 갈등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은 조금씩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욕망을 도출하면서 또 다른 갈등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보여줄 것이 젊은 세 커플의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는 기성세대와 이에 뒤따르는 젊은 인물들의 갈등이라면 이 정도의 재정비가 나쁘지는 않다. 부모 세대의 욕망을 등에 업고 새로이 드러날 젊은 캐릭터들의 욕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다.

수다 포인트
- 몽현이의 앙탈, 정씨 자매의 고도의 ‘노림수’이길 바랄 뿐입니다. 정씨 자매는 무서우니까요.
- 갑자기 상남자가 된 현태씨… ‘단무지’ 캐릭터인 줄은 몰랐네요 ‘-‘
- 서울 낙산 성곽길은 달달한 감정씬엔 필수 장소가 되는 건가요?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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