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바꼭질’, ‘나우 유 씨 미’ 포스터.

영화 ‘숨바꼭질’이 대형사고를 쳤다. 개봉 2주 만에 400만을 돌파했다. ‘좋은 의미’의 사고인 셈이다. 역대 스릴러 최고 흥행은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숨바꼭질’과 함께 극장가를 이끌었던 ‘감기’,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등 한국영화들도 관객 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초강세였던 한국영화 틈바구니에 할리우드 오락영화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이 매우 성공적으로 끼어들었다. 개봉 첫 주에 100만을 넘어서며 흥행 발판을 마련했다. 휴가 및 방학 시즌이 끝나가는, 더위도 차츰 식어가는 2013년 34주차(8월 23일~25일) 극장가는 여전히 뜨거웠다.

2013년 34주차(8월 23일~25일) 박스오피스 순위.
‘숨바꼭질’ 그리고 한국영화 4강구도를 깨트린 ‘나우 유 씨 미’

2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숨바꼭질’은 659개(상영횟수 1만 821회) 상영관에서 108만 521명(누적 407만 8,267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개봉 첫 주말에 이어 2주차 주말에도 1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꾸준함을 자랑했다. 24일 60.0%, 25일 54.2% 등 좌석점유율도 안정적이다. 또 ‘숨바꼭질’은 개봉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역대 여섯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특히 스릴러 장르 중 ‘숨바꼭질’ 보다 앞에 있는 작품은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 뿐이다. 특히 눈 여겨 볼 점은 관객 감소율이다. 개봉 첫 주 1만 1,722회에서 약 1,000회 정도 상영횟수가 줄었음에도 관객 감소는 20.1%(27만 2,625명) 그쳤다. 최근 ‘더 테러 라이브’의 경우 2주차에 10.4%의 관객 감소율에 그쳤지만 그 당시엔 상영횟수가 1,000회 정도 증가했다. ‘설국열차’도 30%(29,2%)에 가까운 관객 감소율을 보였다. 이 때 상영횟수는 고작 50회 가량 줄었다. ‘숨바꼭질’의 저력이 느껴진다. 500만을 넘어 스릴러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할 분위기다. 아무리 믿고 본다지만 스크린에서 그다지 흥행 맛을 보지 못한 손현주와 신인 감독이 사고를 제대로 쳤다.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몰래 숨어 산다는 현실적인 공포가 대중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마술사기단의 활약도 대단했다.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은 691개(9,248회) 상영관에서 91만 7,545명을 동원해 개봉 첫 주 2위로 데뷔했다. 개봉일인 22일 성적 등을 더하면 106만 8,267명이다. 당초 ‘숨바꼭질’, ‘감기’,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등 한국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개봉에 가까워지면서 예매율 상승을 가져왔고, 예상치 못했던 개봉 첫 주 100만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100만은 아주 ‘쉽게’ 넘는다지만 올해 개봉된 외화 중 개봉 첫 주에 100만을 돌파한 작품은 ‘아이언맨3’, ‘월드워Z’, ‘맨 오브 스틸’, ‘퍼시픽 림’ 등이 전부다. 직배사(또는 메이저)가 아닌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수입 작품이란 점도 눈에 띈다. 좌석점유율은 대규모 상영작 중에선 최고 성적이다. 24일 63.7%로 전체 2위(1위는 좌석수 1,330에서 94.7%의 점유율을 기록한 ‘더 팩트’다)에 올랐고, 25일에는 57.4%를 기록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좀 더 큰 흥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마술사기단의 앞으로 행보, 궁금하다.‘감기’,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가 3~5위에 사이좋게 자리했다. ‘감기’가 508개(6,448회) 상영관에서 43만 603명을 모았다. 누적 269만 5,054명. 개봉 첫 주에 비해 5,000회 가량 상영횟수가 줄었고, 관객수도 55.6%(53만 9,532명) 감소했다. 개봉 첫 주에는 ‘숨바꼭질’과 대등하게 시작했으나 2주차에는 크게 밀려났다. 300만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으로 보이나 그 이상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설국열차’는 443개(5,676회) 상영관에서 32만 2,228명(누적 879만 5,972명)을 동원했다. 1,000만 돌파까지 약 120만 명 남았다. ‘당연’하다고 생각됐던 1,000만, 4주차 주말을 보낸 게 전부이긴 하지만 현재 상영횟수와 관객감소 추이를 봤을 때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약 3,000회 가량 상영횟수가 줄었고, 관객수는 53.7%(37만 3,734명) 감소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335개(3,798회) 상영관에서 17만 3,845명(누적 540만 1252명)을 기록했다. 7,428회였던 상영횟수는 절반 가량 줄었고, 관객수는 다소 큰 폭인 63.8%(30만 5,891명) 감소했다. 좌석 점유율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 더 이상 안정적인 상영횟수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더 테러 라이브’의 성적, 지금 당장 상영을 끝낸다고 해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

애니 ‘에픽’, ‘터보’, ‘투 마더스’, ‘R.I.P.D’ 스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약해진 애니메이션과 신규 개봉작의 부진33주차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무려 6편에 달했던 애니메이션, 34주엔 ‘에픽’과 ‘터보’ 2편만이 10위권을 지켰다. ‘에픽’은 252개(1,242회) 상영관에서 8만 4,711명(누적 94만 5,589명)으로 지난주 보다 1계단 하락한 6위에 자리했다. 51.7%(9만 801명) 관객 감소를 보였지만 여전히 50% 후반(24일 59.1%, 25일 57.8%)에 이르는 좌석점유율을 봤을 때 100만 돌파까지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터보’는 112개(451회) 상영관에서 2만 7,329명(누적 191만 3,815명)으로 3계단 하락한 9위에 랭크됐다. 1,157회였던 상영횟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35주차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누적 200만, 조금은 벅차 보인다.

‘R.I.P.D’, ‘일대종사’, ‘투 마더스’ 등 신규 개봉작들은 하위권을 형성했다. ‘R.I.P.D’는 268개(2,305회) 상영관에서 5만 9,796명(누적 7만 4,201명)으로 7위에 그쳤다. 북미 극장가의 부진이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큰 흥행이 예상되진 않았지만 상영횟수가 절반 정도에 불과한 ‘에픽’에게도 뒤졌다. 왕가위 감독 신작 그리고 송혜교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일대종사’는 193개(1,746회) 상영관에서 3만 8,378명(누적 5만 1,288명)으로 8위에 올랐다. 감독 및 배우들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다. 또 ‘절친’인 두 엄마가 서로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 설정의 ‘투 마더스’는 188개(1,347회) 상영관에서 2만 7,123명(누적 3만 9,901명)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약 1,000회 적은 ‘터보’에도 밀린 건 자존심 상할 일이다. 10위권 밖 작품 중 ‘마지막 4중주’가 27개(142회) 상영관에서 4,662명을 더해 8만(누적 8만 2,084명) 관객을 돌파했다. 꾸준함으로 10만에 도전한다.

영화 ‘엘리시움’, ‘아티스트 봉만대’ 스틸
‘엘리시움’, 극장가를 집어 삼킬까?…’아티스트 봉만대’는 깜짝 흥행을 이뤄낼 수 있을까?

35주차 박스오피스의 최대 관심 작품은 ‘엘리시움’이다. 맷 데이먼과 샬토 코플리 등 주연배우들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눈도장을 찍었다. 상당한 상영관과 상영횟수를 보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흥행은 알 수 없는 일. ‘디스트릭트9’로 이름을 알린 닐 블룸캠프 감독과 할리우드 대규모 자본의 만남, 그 결과를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26일 오전 9시 기준, 통합전산망에 예매율에선 5.6%에 불과하다. 한국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는 깜짝 반전을 노린다. 이파니, 곽현화, 성은 등 섹시스타들이 모였다. 섹시를 기본, 여기에 웃음까지 더해졌다. 영화에 대한 언론의 평가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이 외에 손은서, 신소율 등이 주연한 ‘일탈여행:프라이빗 아일랜드’, 스티브 잡스를 그린 ‘잡스’, ‘이소룡의 정무문’ 등이 관객들과 만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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