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슬픈 유혹’, ‘인생은 아름다원’, ‘쌍화점’, ‘야간비행’, ‘로드무비’(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왕의 남자’, ‘슬픈 유혹’, ‘인생은 아름다원’, ‘쌍화점’, ‘야간비행’, ‘로드무비’(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왕의 남자’, ‘슬픈 유혹’, ‘인생은 아름다원’, ‘쌍화점’, ‘야간비행’, ‘로드무비’(왼쪽위부터 시계방향)

10월 MBC에서 단막극을 퀴어 사극을 예고해 관심이 뜨겁다.

MBC 드라마페스티벌 ‘형영당 일기’는 2006년 극본 공모전 단막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극 작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형이 양자로 들어온 동생을 사랑하게 된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퀴어 사극이다. ‘오자룡이 간다’와 ‘소원을 말해봐’ 등의 이재진 PD가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임주환, 이원근, 이희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유교적인 가치관이 바탕한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동성애는 조심스러운 소재다. 하지만 동성애가 금기시 돼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영화나 공연은 물론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동성애가 자주 다뤄지고 있다.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등장 인물 중에 성적 소수자가 등장해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그려질 만큼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 영화는 1960년작 ‘질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KBS 2TV ‘여유만만’에 고 조경철 박사의 아내인 원로배우 전계현이 출연해 ‘질투’를 언급하며 “한국인 최초의 동성애 영화였다”고 말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질투’는 문정숙과 전계현이 주연한 영화로 의자매간의 사랑을 다뤄 당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작품. 전계현은 “제가 동생으로 출연했다. 문정숙씨가 나를 좋아하는 역할이었다”며 “당시 큰 화제가 됐던 영화”라고 설명했다.

동성간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김수형 감독의 ‘금욕’(1976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감독은 남성에 의한 성적 억압과 유린으로 상처받은 두 여자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동성간의 사랑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2000년 퀴어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미완의 수작”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동성애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6년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 박재호 감독은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제시했다. 한국전쟁 이후 시대적 혼란을 배경으로 가족 문제와 동성애를 연관시켜 성 정체성을 전면화했다.

이후 상업 영화들에서도 동성애 코드를 우회적으로 풀어놓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1999년 ‘여고괴담2′는 여고생의 죽음 뒤에 친구와의 사랑이라는 동성애 코드를 녹여냄으로써 기존 공포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줬다.

2000년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는 사랑하던 여인이 남학생으로 환생했다는 설정을 통해 동성애를 우회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지만 서인우(이병헌 분)의 영혼에 각인된 애절하면서 절실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2002년작인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가 다시 한 번 동성애 논쟁에 불을 지폈다. ‘로드무비’ 는 남성과 남성의 격렬한 베드신을 그려내고, 남자 주인공들이 알몸으로 누워 있는 신 등도 적나라하게 담아내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을 불식시키며 인식의 전환을 꽤 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영화의 중요한 정서로 등장했다. 남사당패 여장 광대 공길(이준기)를 사이에 둔 장생(감우성)과 연산(정진영)의 오묘한 관계, 이를 질투한 녹수(강성연)의 계략 등이 흥미로운 전개로 펼쳐졌다. 동성애적 코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2006년 이송희일 감독이 선보인 ‘후회하지 않아’는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과거 보다 현저히 줄었음을 보여줬다. 영화 속에는 두 남자 주인공의 베드신이 적나라하게 그려졌지만 이는 더 이상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

2008년에는 ‘소년, 소년을 만나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쌍화점’ 등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연이어 관객들과 만났다. ‘쌍화점’은 주진모, 조인성, 송지효 등 스타들의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상업 영화가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소년, 소년을 만나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은 기존 동성애 영화들이 어둡고 묵직하게 그려진 반면 밝고 유쾌하게 그려져 접근법의 변화를 보여준 것. 앞서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주로 어두운 결말을 맞으며 비극으로 끝나거나, 동성간의 사랑이 공포 또는 스릴러 장르 등과 결부돼 긴장감을 높이는 소재 혹은 반전의 장치로 쓰였다. 그러나 2008년도에는 동성애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고, 그들의 사랑도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이 개봉돼 상영 중이다. 이 작품은 모범생 용주(곽시양)과 문제아 기웅(이재준)의 이야기를 통해 성정체성의 문제 뿐 아니라 학교 폭력, 입시지상주의, 재개발, 노조투쟁 등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호평을 얻고 있다. ‘야간비행’은 10월 9일 대만, 11월 6일 홍콩 개봉을 확정했다. 또 리우데자네이루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영화제, 파리 한국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해외 관객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드라마에서도 동성애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단막극이나 특집극 등에서 MBC 베스트극장 ‘두 여자의 사랑’(1995), SBS 70분 드라마 ‘숙희 정희’(1997), KBS2 특집극 ‘슬픈 유혹’(1999), KBS2 드라마시티 ‘금지된 사랑’(2002), MBC 베스트 극장 ‘연인들의 점심식사’(2002)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 MBC ‘오로라 공주’(2013) 등 지상파 드라마에서 동성애자가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하며, 이들을 특별하게 다루기 보다는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그려내려는 부분들이 보였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송돼 큰 인기를 모았던 ‘응답하라1997′(2012)는 학창 시절 첫 사랑의 추억을 주요 소재로 그려 많은 공감을 얻었는데, 이 가운데 친구를 남몰래 사랑했던 남학생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 동성애 또한 여느 첫사랑의 추억 처럼 낭만적이고도 애틋하게 그려내고자 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2014년도에 선보이는 ‘형영당 일기’는 퀴어 장르 안에서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형영당 일기’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 지, 그리고 이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드라마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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